거시기 머시기 - 이어령의 말의 힘, 글의 힘, 책의 힘
이어령 지음 / 김영사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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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시기 머시기"세상에 단 한 권의 책이 있다면 우리에게 끝없이 속삭이고 끝없이 책을 읽게 만들고 쓰게 하는 큰 힘을 가진 책일 것입니다."라는 문장으로 문을 연다. 책을 읽고 나면 바로 이 책이야말로 우리가 끝없이 책을 읽고, 쓰게 하는 힘을 가진 책이라는 말을 하고 싶어진다. 책에는 언어, , , 책을 중심으로 한 이어령의 강연과 대담이 여러 편 담겨있다. 이어령 선생님의 강연과 대담을 직접 듣고 있는 것처럼, '이어령'이라는 세계에 빠진 듯이 몰입하여 읽었다. 우리에게 익숙한 김소월의 <진달래꽃>와 시에 대한 이야기부터 우리말에 숨겨진 재미와 역사 혹은 경험들, 번역, 대학에서의 배움과 언어활동 등에 대한 이야기가 새롭고 재밌다.

 

가장 인상 깊었던,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보라고 추천하고 싶었던 내용은 20145월 서울대학교 교수학습개발센터 글쓰기교실 초청 강연, <한국말의 힘>이다. 독서를 통해 무언가를 새롭게 느끼거나 깨닫고, 다짐하는 순간을 갖기 위해 책을 읽는 나인데 이 책을 읽으면서는 책에 등장하는 다양한 말과 글, 언어가 이토록 재미있고, 창조적이며 다채로울 수 있으며 이를 느끼기 위해 책을 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동안 책이 전하는 이야기나 사건에 재미를 느꼈다면 이 책은 책과 글에 담긴 말과 언어의 힘, 재미를 맛보게 해 주었달까.

 

무척 만족스러울 때 "죽여준다"라는 감탄사를 쓰고, "앞으로는 죽어도 하지 않겠다."는 말이나 생사결단이 아니라 '사생결단'이라는 말을 쓰는 습관에서 알 수 있듯 한국인은 '죽음'을 이용해 무언가를 강조하거나 극상의 긍정적임을 표현한다. '죽다'와 반대되는 대립항인 '살다''먹다'라는 구체적인 행위로 드러난다. 또한 '사람''살다'에 암이 붙은 형태로 '사람'에는 '살자'라는 의미와 '생명'이라는 말이 들어있다. ''이라는 말에는 ''자와 ''도 있다. 이것만 봐도 한국말이 가진 재미, 창조성, 문화를 느낄 수 있다. , 살다, 사람, 살림 ··· 쉽게 보고, 듣고, 읽는 말과 언어를 곱씹어보게 된다. '사람'이라는 말에서 생생한 생명력이 느껴지기도 한다. 이어령 선생이 전하는 말과 글과 책의 힘에 대한 이야기를 듣다보면 언어를 곱씹어보지 않을 수 없다. 곱씹어 생각하다보면 하나의 말과 언어가 굉장한 감동을 전해주는 것 같아 벅차기도 하다.

 

이어령 선생은 언어를 소비하거나 뒤쫓아가는 사람이 되지 말고, 언어를 만들어가는 사람이 되어야한다고 말한다. 말의 씨앗을 어떻게 가꿀 것인지 고민하고, 나의 언어를 가지고 언어를 만드는 사람이 바로 자신의 인생과 세계를 만들어가는 사람임을 강조한다. 나의 언어는 무엇일까, 나의 언어를 가지고 살아간다는 것은 어떻게 살아간다는 것일까, 말의 씨앗을 어떻게 가꿀 것인가 고민하게 된다. 그러면서 문득 장기하와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가 떠올랐다. 한글이 가진 특유의 운율과 특징을 기가 막히게 활용해 '장기하'라는 고유의 세계를 만들어가고 있는 듯한 장기하의 노래, 구원같기도 하고 사랑같기도 한 '추앙'이라는 말로 현대인이 가질 법한 소외, 결핍, 공허함 등에 대한 극복을 나타낸 <나의 해방일지>에서 잘 가꿔진 말의 씨앗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책을 읽기 전과 비교해 책을 읽고, 글을 쓰는 등 말과 글을 경험하는 내 모습이 분명하게 바뀔 것 같다. 하나의 글, 하나의 문장, 하나의 말을 쓰더라도 혹은 한 권의 책, 한 장의 책을 읽더라도 말과 언어를 곱씹어보고, 창조적인 상상력으로 읽고,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다짐, 우리말이 가진 힘과 정서에 여운이 가득 남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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