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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어디로 가니 - 식민지 교실에 울려퍼지던 풍금 소리 ㅣ 한국인 이야기
이어령 지음 / 파람북 / 2022년 8월
평점 :
이어령의 한국인 이야기 시리즈 완결편으로 <너 어디로 가니>가 출간되었습니다. <너 어디에서 왔니> <너 누구니> <너 어떻게 살래>에 이은 마지막 완결판인데 일제 강점기의 어두운 트라우마, 부정의 기억을 떨치고 우리가 가야 할 곳은 어디인지에 대해 방향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생명자본'과 '문화유전자'의 두 키워드로 한국인과 동아시아, 세계의 미래를 그리는 한국인 이야기 시리즈 네 권은 인문학에 관심있는 분들에게 꼭 추천해드리고 싶습니다.
한국인으로서 우리의 정체성을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과거를 제대로 알고 제대로 마주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우리가 살아온 이야기를 너무 몰랐구나 반성하게 됩니다. 일제강점기 시절 있었던 역사적 사실 말고 그 시절을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에 관심을 가져본 적이 있었나 싶어요. 직접 겪은 이야기가 아닌 팩트로만 학습한 내용이 가슴에 와닿지는 않는 법이니까요. 식민지 시절의 한국인이 얼마나 고통스럽고 서러웠는지 그 시절을 직접 겪은 저자의 이야기를 통해 너무 감정적이지 않게 덤덤한 어조로 들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특히 학교와 언어에 대한 이야기가 인상 깊었습니다. 수백 년 내려온 서당과 향교가 학교란 말로 바뀌었을 때도, 심상소학교가 국민학교로 바뀔 때도, 특별한 문제의식 없이 받아들였고 심지어 식민 해방 이후에도 '국민학교'라는 말을 계속해서 썼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입니다. 일본도 패전 후 민주화를 추진하면서 맨 처음 한 일이 국민학교라는 말을 버린 것인데 한국은 1996년이 되서야 '초등학교'로 명칭을 바꾸었으니까요.. 근대화 시기 일본을 통해 번역되어 지금까지 사용 중인 어휘와 개념이 많습니다. 아직도 바꾸어나갈 것이 많지요. 광복 이후 많은 노력에 의해 언어 순화 작업이 이루어졌지만 국립국어원에서 발간한 '일본어 투 용어 순화 자료집'을 보면 아직까지도 일상 언어 중에 침투해 있는 언어가 상당합니다. 외래어를 쓰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기 때문에 정확히 알고 고칠 것은 고쳐야겠습니다.
이 책을 읽으며 좋았던 점은 위에서도 얘기했든 역사적 사실만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닌 저자 본인의 체험담을 이야기 형식으로 풀어내고 있기에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푹 빠지게 만든다는 것이다. 일제 강점기의 어두운 트라우마, 부정의 기억을 떨치고 우리가 가야 할 곳은 어디일까요? 누군가가 지시하는 방향만 바라보고 그것을 따라 갈 것이 아니라 우리의 과거를, 당면한 문제들을 정확히 마주하고 그 과정에서 보고 듣고 느낀 것을 체화하여 스스로 나아갈 방향을 정해야 할 것입니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