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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체의 건강이 마음의 건강에 해를 주지 않게 하려면 화가나 데생화가는 홀로 작업해야 한다. 특히 화가는 그동안 연구한 것들을 곰곰이 되새겨 보는 데 정신을 집중할 때 혼자 있어야 하는데, 이러한 과정 속에서 그는 기억 속에 간직해야 할 제재들을 받아들이고 자신의 눈앞에 그 동안 연구한 것들을 끊임없이 떠올릴 것이다. 당신이 홀로 있을 때에는 당신 자신이 스스로의 주인이 된다. 만약 당신 곁에 친구가 한 명 있다면 당신은 반쪽 밖에 존재하지 않으며, 그의 행동이 무분별해질수록 더욱 더 당신 자신의 영역은 줄어들 것이다. 

한 사람은 두 명의 주인을 섬길 수 없기 때문에, [당신 곁에 친구가 있다면] 당신은 친구의 부분을 서투르게 채워나가게 될 것이고, 심지어는 당신의 실력이 더욱 나빠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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렛미인 2
욘 아이비데 린드크비스트 지음, 최세희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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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후기를 쓰는 건 흔치 않은 일인데, 후기를 쓰게 된 이유는 이 소설이 어린 시절을 상기시켰기 때문이다. 나는 스웨덴을 막연히 북유럽의 선진 복지국가로만 알고 있었다. 그런데 공동주택이 주거공간으로 나오고 그 안에서 답답함을 느끼는 인물이 소설에 나오자 신선했다. 그리고 극중 인물이 십대 초반의 어린 아이들이다보니, 나도 그 나이대의 모습을 떠올리게 됐다. 그 시기에 나 역시 그들과 유사한 분위기의 지역과 공간에서 성장했음을 알게 되었다.

나는 대형 공기업이 사원들을 위해 지은 주택단지 안에서 자랐다. 이었다. 이곳에는 사원이 아닌 일반인은 입주할 수 없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들어오고 싶어했는데 단지 안에 유치원, 초교, 중고교, 심지어 대학교까지 갖춰진 자식 교육에 좋은 곳이었다. 이 주택단지의 배타성은 '회사 = 집 = 학교' 라는 삼위일체를 성립시켰다. 아버지 직장 동료가 아파트 이웃사촌이고, 아버지 직장 동료의 아들 딸이 학교 친구였다. 나의 형 누나들이 친구의 형 누나들과도 친구였다. 주택단지는 공동체적인 공간이었다.

그런데 <렛미인>을 보면서, 내가 살던 안온한 공간 이면의 어둠이 떠올랐다. 표백된 듯 똑같은 사람들, 획일적인 기호와 생활 방식, 튀지 않고 고만고만한 사고방식이 주를 이뤘다. 구체적인 내용을 꼽자면 블루칼라에서 벗어나서 화이트칼라가 되기를 선망하는 문화가 단지를 지배했다. 또 (자식과 아내가 함께 하는) 단지 안은 범죄율이 낮고 향락시설과 거리가 있지만 단지 밖에는 블루칼라 노동자들의 회식을 위한 술집이 즐비하다.

<렛미인>에서는 주인공 오스카 말고도 톰미와 욘니 같은 소년이 나온다. 영화에는 생략된 부분 중 인상 깊었던 것은 톰미를 다룬 부분이었다. 오스카가 그렇듯 톰미도 편모가정에서 자랐다. 오스카는 대놓고 공동주택이 주는 답답함과 무료함을 얘기하는데 톰미의 일상이 불러일으키는 감정도 이와 같다. 그는 주택 지하실에서 본드를 불거나 마약을 하며 소일한다.

끝내 오스카는 엘리와 함께 단지를 떠난다. 하지만 톰미는 주택단지에 남는다. 오스카는 한 충격적인 사건 이후 퇴원한 톰미가 노인처럼 어기적어기적 걸어가는 모습을 본다. 톰미는 그곳에서 영원히 시간을 보내게 될까. 아니면 오스카가 그랬듯 다른 사람의 도움으로 그곳을 탈출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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