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맨살 - 하스미 시게히코 영화 비평선 시네마 4
하스미 시게히코 지음, 박창학 옮김 / 이모션북스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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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면 소년들은 강에서 헤엄을 치고 있다. 혼자 남겨진 어린 여동생이 그들이 벗어던진 옷을 전부 모은 다음 하나씩 강 아래로 집어던진다. 그때의 카메라와 피사체의 거리, 그리고 숏을 이어가는 방식을 본 것만으로도 ...

소녀에게 다가가려고 하지 않는 카메라는 아마도 셔츠와 바지를 가슴에 안고 옮기고 있을 이 작은 소녀가 ... 완전히 숨어버려도 여전히 돌고 있다. 이 리듬이야말로 ... '아, 영화의 본 모습이 드러났구나'라고 하면서 탄식하게 되는 그런 순간이다. 거기에는 소녀의 과묵한 반항이 우리를 미소 짓게 한다는 줄거리 요약으로는 도저히 담기지 않는 필름의 생생한 흐름이 요동치고 있다. 노력도, 계산도 무력하게 되는 재능의 압도적인 승리에 사람들은 모든 것을 잊고 그저 취하기만 할 뿐이다. 

... <비정성시>는 ... 영화와는 무관한 장에서도 사람들을 끌어들일 요소를 가진, 어떤 의미에서는 위험한 평가가 내려질 수도 있는 작품이다. <동동의 여름방학>에는 그러한 불순한 관심을 엄격하게 배제하게 되는 영화의 상쾌한 풍부함이 전편에 넘치고 있다. 허우샤오시엔이 카메라를 향하기만 하면 강의 흐름이, 나무의 줄기가, 거북이가, 열차가, 플랫폼이, 소년과 소녀가,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병원의 건물이, 마치 거짓말 같은 자연스러움으로 영화를 살리기 시작한다. 

"학교를 떠나며"나 "붉은 잠자리"의 멜로디가 마치 대만의 노래인 것처럼 주위의 광경과 조화를 이루는 기적은 도대체 어떻게 해서 가능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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