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편과 형세 - 발터 벤야민의 미학 서강학술총서 35
최문규 지음 / 서강대학교출판부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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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력과 기억은 “아주 작은 것에서의 변형”과 “있었던 것에서의 무한한 변형”으로 각기 정의되지만 양자의 공통점은 바로 변형의 힘에 있다.


(분리와 결합, 산종과 구성 같은 두 가지 의미를 동시적으로 지닌 형세 개념은 천문학에서 차용된것으로서 ...) 흩어져 있는 조각들이 순간적으로 어떤 형태를 이루는 상황에 대한 비유적인 예로서 < 베를린의 유년시절 >에서는 “다채로운 색깔의 창문들”, “비눗방울의 색채 놀이”에 빠져드는 이야기가 언급되고 있는데, 이때 흥미로운 점은 흔들리지 않는 정체성과 의식을 지닌 ‘나’라는 주체가 각각의 풍경과 책 속에 사라지고 만다는 것이다.


열린 글의 형태인 에세이는 합리성과 진지함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행운과 유희”에 의존되어 있을 뿐이다. 그렇다고 모든 사유가 무조건 행운에 맡겨지는 것은 결코 아니다. 오히려 끝없는 성찰의 즐거운 고통, 즉 파괴하다가 구성하는 혹은 역으로 구성하다가 파괴하는 변증법적 상상력의 과정을 끊임없이 밟아나가는 일이 주어져 있는 것이다. 대상을 어떤 체계적이고 논증적인 틀 속에 집어넣는 것이 아니라 중심과 주변에 대한 분명한 구분 없이, 대상을 근시적이고 원시적 차원에서 동시적으로 다각도로 들여다보는 성찰 행위는 아도르노의 심미적 사유에서도 매우 중시되는 방법 아닌 방법이다.


결과가 아니라 그것들의 형세가 이념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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