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이보그가 되기로 했다 - 피터에서 피터 2.0으로
피터 스콧-모건 지음, 김명주 옮김 / 김영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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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언젠가 우리가 불치병에 걸렸거나 혹은 단지 신체의 기능 향상을 위해 장기를 기계로 대체할 수 있다면, 즉 우리가 사이보그가 될 수 있다면 우린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지금은 인간이 어찌할 수 없는 생명과 죽음의 영역도 미래엔 당연히 인간의 의지로 바꿀 수 있을까? 그것이 가능하다는 논의 이전에, 그것이 과연 윤리적으로 옳은 일일까?





이 책은 세계적인 로봇 공학자인 피터 스콧-모건이 어느 날 갑자기 루게릭병으로 시한부 선고를 받은 후 죽음의 운명을 거슬러 자신의 몸의 일부를 선제적으로 기계로 대체해 사이보그가 되어가는 과정을 자세히 담고 있다.

루게릭병은 운동신경세포만 선택적으로 파괴되는 치명적인 질환으로 점차 뇌를 제외한 신체 모든 부분을 사용하지 못하게 되고 결국은 호흡근마저 마비되어 수년 안에 사망에 이르게 되는 불치병으로 알려져 있다.

영국의 천재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 또한 루게릭병을 앓았지만, 그는 특이하게도 병의 진행 속도가 매우 더뎌 루게릭병 진단을 받고도 55년을 살다가 2018년 향년 76세의 나이로 별이 되었다.

스티븐 호킹 박사와 이 책의 저자의 가장 큰 차이점은 피터의 경우 자신을 사이보그화하겠다는 정확하고 확고한 목표를 가지고 ‘선제적’이며 ‘계획적’으로 일을 진행시켰다는 점이다. 그는 몇몇의 장기를 기계로 대체하고 실제 목소리를 이용한 아주 정교한 음성 합성 시스템을 구현했으며 3D 아바타를 이용해 타인과 감정을 나누고 교류했다. 이 모든 과정을 끝낸 후에 피터는 본래의 자신을 피터 1.0으로, 수술 후의 자신을 피터 2.0으로 구분 지었다.





이 책의 의의는 단지 어떤 한 개인의 루게릭병에 대한 투병기록이 아니라는 점에 있다. 피터 스콧-모건은 병과 싸우기보다는 오히려 병을 적극 이용하였으며 심지어 자신이 평생 연구했던 로봇 공학을 본인의 몸에 적용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음에 감사했다.

그는 인간이 중요한 존재인 것은 규칙을 깨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의 인생 전체는 이 문장을 실현한 삶이었다. 동성애자로서도, 시한부 선고를 받은 불치병 환자로서도 그는 닦여진 길을 걷지 않고 부단히도 규칙을 깨며 없는 길을 만들며 나아갔다.

그의 선구자적이고 과감하고 용기있는 행보는 같은 질환 또는 다른 불치병을 앓고 있는 환우와 병을 치료하는 의사들에게도 질병에 대한 새로운 접근방법과 가능성을 제시하였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 그가 개척한 새로운 길을 되짚어보며 윤리적인 무수한 물음에 답하며 또한 기술적 공백을 채워야 할 숙제를 떠안는다. 그가 불구의 몸 대신 사이보그를 선택한 것은, 인간답게 사는 것은 무엇인가에 대한 그의 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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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_____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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