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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의 불평등 - 프레임에 갇힌 여자들
캐서린 매코맥 지음, 하지은 옮김 / 아트북스 / 2022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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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릴라 걸스로 알려진 익명의 여성 미술가-활동가들은 1989년 런던 테이트 미술관 벽에 아래의 문구가 담긴 포스터를 붙였다.
❝ 여성 미술가와 유색인종 미술가의 시각을 배제한다면, 당신은 그림의 반도 못 보고 있는 것이다. ❞
하지만 불행하게도 30년이 지난 지금도 상황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2020년 1월 기준, 내셔널갤러리의 2300점에 달하는 소장품 중 여성이 제작한 작품은 21점에 불과하다고 한다. 이런 통계치로 본다면, 우리가 보는 예술 작품의 대부분은 ‘백인 남성’이 그렸다고 해도 큰 과장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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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자는 위대한 여성 예술가가 없었을 뿐 아니냐는 주장을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여성이 예술계에서 제도적으로 차별받고 배제되었다는 사례와 증거는 무수히 많다. 《왜 위대한 여성 미술가는 없었는가?》, 《여자의 재능은 왜 죄가 되었나》와 같은 두 책은 여성 예술가들의 제도적 차별에 대해 다루고 있다.
미술관에 걸린 작품 중 여성이 그린 그림은 별로 없지만, 여성을 그린 건 많고 심지어 누드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저자가 비판하는 건 나체를 그렸다는 사실이 아니라, 나체를 어떻게 그렸냐는 ‘👀시선의 차이’를 꼬집는 것이다. 남성의 누드는 정치적인 힘과 영웅주의를 표현한 것인 반면, 여성의 누드는 ‘성적 대상화’에 그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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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의 불평등은 예술이란 성역 안에서 멋스러운 프레임에 갇힌 왜곡된 여성의 이미지를 1) 비너스, 2) 어머니, 3) 처녀, 4) 괴물의 네 가지 주제로 나눠 전개한다. 예술에 대한 이러한 비판을 ‘검열’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저자는 검열이 아니라 예술을 보는 주체적인 시선을 되찾자는 것임을 이 책을 통해 납득 가능하게 설명한다.
• 그림이 가지는 명성을 유지한 채로 그림이 표현한 성적인 내용, 왜곡된 여성상에 대한 인정을 왜 하지 못하는가?
• 두 가지 시선은 나뉘어지고 공존해도 되지 않는가?
결론적으로 저자가 바라는 것은 더 많은 여성들이 ‘여성들만의 방식’으로 자신이 직접 체험하고 경험했던 것을, 즉 온전하고(왜곡되지 않은) 솔직한 여성의 모습을 다양한 예술의 형태로 이야기하고 이것들이 문화의 주류로 편입되어 다양한 시각으로 함께 비교 평가할 수 있는 예술의 장이 마련됐으면 하는 것이다. 예술은 하나의 시선이 아니라 다양한 시선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가장 큰 줄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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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__________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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