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터 2022.10
샘터 편집부 지음 / 샘터사(잡지) / 2022년 9월
평점 :
품절


2022 시월 | 편지 ✉️


편지에는 다양한 마음이 담겨 있는데,
그중엔 '편지를 보내지 못하는 마음'도 있다.
이번 월간 샘터 시월 호에 실린
진윤주 님의 <엄마에게 쓰지 못하는 편지>는
그런 마음이 담긴 사연이라 기억에 남는다.


​__

사연자의 엄마는 딸을 내리 낳고
노골적으로 손자를 원하는 시어머니의 등쌀을 못 이겨
10년 후에 다시 출산을 했는데, 셋째도 딸이었다.
사연자의 엄마는 아들을 낳기 위해 마흔이 가까운 나이에
다시 위험한 임신, 출산 과정을 강행하여
결국 기다리던 아들을 얻었다.


사연자는 어렸을 때부터 엄마 말을 잘 듣는 착한 둘째 딸이었고
나이 드신 엄마를 대신해 동생들을 챙기고 뒷바라지하며 살아왔다고 한다.
하지만 사연자가 점점 나이가 들면서 자신의 희생에 억울한 마음이 들었다.
전화 통화를 해도 그저 동생들 걱정뿐인 엄마를 보며,
'난 엄마의 딸이 아니라 동생들을 위한 엄마 대리인일 뿐인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연자는 그렇게 엄마에 대한 감정이 복잡해지면서
더 이상 엄마에게 편지를 쓰지 않게 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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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이 햇빛 쪽으로 고개를 틀듯, 아이의 엄마에 대한 사랑은 절대적이다.
하지만 어른의 나이가 되면 부모에 대한 감정은 복잡미묘해진다.
사랑, 원망, 연민, 걱정... 그 감정에 어찌 다 이름을 붙일 수 있을까.
그런 감정을 솔직히 다 꺼내어 편지에 쓸 수 있을까?
결국 편지에 담길 수 있는 것은 체에 거르고 다듬고
또 시간을 두고 고민하다 선별된 감정인 걸까.
정리되지 않은 어수선한 마음은 편지에 담기 힘들다.
엄마에게 편지를 보내지 못하는 사연자의 마음에 깊이 공감하여
나도 편지를 보내지 못하는 누군가를 떠올렸다.


이 외에도 이번 호에는 편지라는 단일한 주제로
여러 사연이 다양한 형태로 실렸다.
매달 연재되는 만화와 티큐레이터 이슬기님의 글은 언제나 좋고
편지지와 엽서를 전문적으로 파는 편지가게나
특별한 우체통에 대해 소개한 콘텐츠는 꼭 체험해보고 싶어
한 귀퉁이를 잘 접어두었다.


샘터의 글들은 호흡이 길지 않아
버스를 기다릴 때,
지하철 안에서,
카페에서 누군가 기다릴 때,
언제든 꺼내어 읽기 좋다.
샘터에 담긴 보통의 사람들의 보통의 이야기들은
드라마틱하진 않아도
잔잔하게 마음을 톡톡 때려 내 안에 이야기가 새어나오게 한다.



@isamtoh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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