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기 구겐하임 - 예술 중독자 현대 예술의 거장
메리 V. 디어본 지음, 최일성 옮김 / 을유문화사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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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제공
붉게 칠한 입술 끝이 아래로 한껏 쳐져서 꼭 화살표같이 그녀의 뭉뚝한 코를 가리킨다. 세상에 하나밖에 없을 법한 독특한 안경을 쓰고 범상치 않은 분위기를 풍기는 표지 속의 그녀는 644쪽에 이르는 방대한 전기의 주인공, 바로 🕶️페기 구겐하임 ( #PeggyGuggenheim , 1898-1979)이다.



미술에 관심이 없더라도 '구겐하임 Guggenheim​'이라는 독특한 성으로 구겐하임 미술관을 유추하긴 어렵지 않다.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의 설립자 솔로몬 구겐하임(Solomon Robert Guggenheim, 1861-1949)은 그녀의 큰아버지이다. 페기 구겐하임은 20세기 현대 미술의 전설적인 컬렉터이자 후원자였으며 그야말로 예술 중독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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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기는 1898년 뉴욕에서 출생했고, 1979년 베네치아에서 사망했다. 이 책은 그녀가 생을 마감한 이탈리아 베네치아에 있는 ‘페기 구겐하임 컬렉션(세계 최고 수준의 현대 미술관)'으로 이끄는 거대하고 두꺼운 초대장💌과 같다.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삶의 아주 작은 조각도 다 그러모아 큰 그림으로 완성한 전기 작가 메리 V. 디어본의 노력으로 페기 구겐하임의 삶은 이 책 속에서 마치 영상을 보듯 자세하고 상세하게 그려졌다. ​​언젠가 어느 책에서, ‘우린 서로에게 기억을 빚지고 있다.’라는 문장을 읽은 적이 있다. 페기 구겐하임의 방대한 분량의 전기가 완성될 수 있었던 것은 그녀와 생의 시간을 공유했던 사람들이 기억이나 메모의 방식으로 그녀의 삶의 한 조각씩을 꼭 쥐고 있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페기는 부유한 독일계 유대인 가문에서 태어나 어릴 때부터 여자와 남자의 진로가 이미 결정된, 보수적이고 고정된 성 역할을 몸에 새기듯 자라났다. 그래서인지 페기는 자신이 무얼 하고 싶은지 깨닫고 행동에 옮기기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페기의 나이 마흔에 이르러 미술 컬렉터이자 예술 후원자의 삶을 시작했다. 마치 애벌레가 번데기 속에서 자신의 몸을 녹여 아예 다른 생물로 진화하듯, 페기의 전성기는 자유롭게 나는 나비와 같아 보였다. 일도 사랑도 어떤 제한이나 한계가 없이 무한정 뻗어 나갔다. 당시 세간에서는 문란하다는 비판을 받았을 만큼 그녀의 애정관계는 많고 또 복잡했다. 예나 지금이나 도덕성의 잣대로 본다면 변명의 여지가 없겠지만, 이 책의 저자는 그녀의 떠들썩한 애정관계 탓에 또는 그녀가 여성이라는 이유로 페기가 이룬 공로가 일부 가려지기도 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수많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베네치아에 오롯이 남아 있는 그녀의 컬렉션은 예술 분야에서 만큼은 페기의 안목과 현대 미술 발전에 기여한 그녀의 공로에 대해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못하게 만든다.



천재적인 작가에게 필요한 건 그들을 알아줄 시간뿐이라는 말도 있지만, 그 역시도 일찍부터 그들의 재능을 알아봐 주는 후원자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이 책은 뒤늦게 빛을 발하는 예술가들 뒤에서 그들이 계속해서 예술을 할 수 있도록 지원했던 페기와 같은 후원자들이 있었음을, 그리고 페기의 삶을 통해 겉으로는 잘 보이지 않는 예술의 뒷면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담았다.



튀르키예 작가 오르한 파묵의 장편소설 <순수 박물관> 2권의 마지막 페이지에는 실제로 사용 가능한 🎟️박물관 입장 티켓이 실려있다. 이 책, 《​페기 구겐하임》​은 그 자체로 하나의 거대한 초대장이며 미술관 입장 티켓이다. 그래서 책을 다 읽고 덮었을 땐, 결국 내게 남은 건 그곳에 가고 싶다는 욕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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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수집가들이 모여 와인 마시며 환담하는 장소나 위엄 있는 분위기가 지배하는 답답한 장소의 운영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활력이 넘치고 혁신적이며 누구나 쉽게 찾아오는 곳, 손님들을 끌어들여 예술 그리고 그곳에서 만나는 예술가나 비평가 들과 서로 교감할 수 있도록 고취시켜 주는 장소가 바로 그녀가 그리는 갤러리였다. ​❞


__________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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