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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빛 사윌 때
최시한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2년 9월
평점 :
______《별빛 사윌 때》 #도서제공
신라는 삼한일통의 일환으로 통일전쟁을 벌이면서 당을 한반도에 끌어들인다. 백제, 고구려가 차례로 멸망하며 통일을 이루는 듯했으나, 당이 한반도 지배 야욕을 보이자 신라는 고구려 부흥 전쟁을 지원해 주며 당과 대치하다 결국 본격적인 나당 전쟁이 발발하게 된다.
역사는 이렇게 승자의 관점에서 몇 십 년 혹은 몇 백 년이 단 몇 줄로 축약된다. 문장과 문장, 단어와 단어 사이의 진짜 이야기를 우리는 알 수 없다. 작가 최시한은 문학의 힘을 빌려 시간에 묻혀버린 당시의 백제 이야기를 문장과 단어의 공백 속에 펼쳐 놓는다.
이 소설은 패망한 국가인 백제 무사 물참이 나당전쟁에 뛰어들기까지의 사흘간의 여정을 담고 있다. 이 책 제목인, 별빛 사윌 때의 '사위다'는 '불이 사그라져서 재가 되다'라는 뜻이다. 역사를 보면 국가는 마치 장작에 붙은 불과 같다. 제대로 불이 붙어 맹렬히 타오르는 불은 영원할 거 같지만 결국 힘겹게 이어가다 사그라져 재가 되어 버린다. 백제도 고구려도 신라도 고려도 조선도 그렇게 타오르다 현재가 아닌 역사의 이름이 되었다.
최시한의 장편소설 《별빛 사윌 때》는 '어둠이 잦아들고 먼동이 트는 때'의 그 고요한 적막이 소설의 분위기를 지배한다. 이 소설의 시간은 전쟁 한복판에 서 있지만 전장의 격렬함보다는 소설 속 화자인 백제 무사 물참의 내면의 격렬함이 더 도드라져 보인다. 치열한 고뇌 끝에 그는 '나라'의 의미를 스스로 다시 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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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한 땅 사람들은 모다 단군님 자손이요 같은 검님을 섬겨왔다. 열심으로 치면 신라가 제일 더하면 더했지...... 저 화랑 이 누구냐. 명산대천 검님을 모시는 꽃다운 젊은이들이다.
아이구, 왕실 무너지고 나라 망해도 이 땅 천지 신령님은 우리를 돌보신다. 후유, 천지가 있는 한, 우리 얼 속에 살아 이끄신다. 물참아, 네가 내 대신 꼭, 향로를 찾고, 모시어야 한다.......❞
물참은 유언으로 남은 어머니의 말씀에서 중요한 건 민족 그 자체라는 것, 국가는 바뀌어도 변치 않은 채 이어져 왔던 '민족의 얼'이라는 걸 깨닫는다. 물참은 오랜 고민과 번뇌 끝에 민족을 위해 나당전쟁에 뛰어들게 된다. 저자는 전쟁과 팬데믹으로 혼란스러운 지금과, 국경과 공동체 의식이 흐렸던 고대 한반도의 어느 시점을 대비 시키며 공동체의 의미를 부유시켜 독자의 숙제로 남겨 놓는다. 별빛은 언젠가는 사그라지고 먼동은 언제나 떠오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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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__________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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