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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숲을 거닐다 - 장영희 문학 에세이
장영희 지음 / 샘터사 / 2022년 7월
평점 :
문학의 숲을 거닐다 🌲🌲🌲🌲
"모든 것을 기계가 지배하는 세상에서 왜 문학을 하려고 하는가?"
이 의미심장한 물음은 저자가 대학 입시 전형에서 학생들에게 했던 면접 질문 중 하나이다. 이것을 우리에게 적합한 질문으로 변형하면, '왜 문학을 읽으려 하는가?' 일 텐데, 우린 이 질문에 어떤 답을 할 수 있을까.
『문학의 숲을 거닐다』는 장영희 교수가 3년간(2001년부터 2004까지) 신문사에 연재했던 북 칼럼을 모은 것으로, 올해 그녀의 10주기를 맞아 개정판으로 재출간되었다.
이 칼럼은 원래 '문학의 숲, 고전의 바다'라는 이름으로 다른 작가들과 교대로 기고하는 형식이었는데, 장영희 교수의 글이 인기가 많아 2004년에는 '장영희 문학의 숲'이란 단독 칼럼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신문사에서는 장영희 교수에게 칼럼을 부탁하면서 단 한 가지 주문을 했다고 한다다. "선생님의 글을 보고 독자들이 '아, 이 책을 한번 읽어보고 싶다'하고 도서관이나 책방으로 뛰어가도록 해달라"라고.
'내 글을 보고 책이 읽고 싶어 도서관이나 책방을 뛰어가게 하는 건' 모든 서평가들의 꿈 아닐까.
신문사의 이상理想적이고 무리한 부탁에, 장영희 교수는 적잖이 부담이 됐을 텐데오히려 욕심을 내려놓고 전문적으로 비평하려거나, 독자를 가르치려는 의도 없이
그저 힘을 빼고 자신이 좋아하는 책 이야기를 했다. 칼럼의 제목이 '문학 강의'가 아니라 '문학의 숲'임을 작가 자신이 정확히 인식하고 있었던 것이다.
읽어보라 강권強勸하지 않고, 🌲🌲🌲🌲🌲🌲🌲
우거진 숲을 함께 거닐다, 멋진 나무나 활짝 핀 꽃을 보면
'이것 봐요'하고 말을 건네는 것처럼 글을 썼다.
선선한 날 산책 같은 그녀의 편안한 문장들이
오히려 나에게 제대로 통해서 당장이라도 서점에 달려가
여러 권을 가득 안고 집에 오고 싶어졌다.
2000년 초반에 쓰인 글이라 이미 20년이나 지났지만,
장영희 교수의 글에 언급된 작품들은 보통 톨스토이, 셰익스피어, 윌리엄 포크너, 세르반테스, 피츠제럴드, 소로, 조지프 콘래드 등 소위 '고전문학'들이라
글 위에 먼지 한 톨 없을 만큼 세월의 지남이 느껴지지 않는다.
당장 어제 쓴 글이라 해도 큰 어색함이 없다는 게 신기하기만 하다.
시간을 초월한 힘을 가진 것이 고전문학이고, 고전문학을 주제로 한 그녀의 글 역시 시간이 지나도록 사랑받을 것임이 분명하다.
왜 문학을 하려 하는가.
왜 문학을 읽으려 하는가.
이 책은 아마 이 질문에 답을 찾는 여정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윌리엄 포크너는 노벨문학상 수상 소감에서 문학의 의미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문학은 인간이 어떻게 극복하고 살아가는가를 가르친다."
장영희 교수는 이 책 서문의 작가의 말에서, "문학을 읽는다는 것은 너와 내가 같고, 다른 사람도 나와 똑같이 인간이기 때문에 느낄 수 있는 고뇌와 상처를 이해하는 능력을 기르는 일이다." 라고 말했다.
이렇듯 우리가 문학을 읽는 이유는
어느 서점의 문학 코너에 만난 멋진 글귀처럼,
‘무수한 타인을 만나기 위함'이고,
세상과 인간을 이해하기 위한 방법이며,
인간의 유한성을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며,
언제나 극복해내야 하는 내 삶에 대한 위로이다.
이 책을 읽으면 문학이 읽고 싶어진다. 📚
그것만으로 이 책은 자신의 소명을 다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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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______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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