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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터 2022.9
샘터 편집부 지음 / 샘터사(잡지) / 2022년 8월
평점 :
품절
______월간 『샘터』
2022 구월호 | 노래
🌸🍁
봄이 꽃의 계절이라면 머지않은 가을은 잎의 계절이다. 그 숱한 꽃들은 간데없고, 꽃의 들러리에 연연하던 잎만 무성히 자라 비로소 꽃보다 눈부신 차림새를 한다. (김규성님의 글 중에서) __15p
이번 샘터 9월 호 주제가 '노래'라고 하니, 드라마 <나의 아저씨>에서
구창모의 오래된 노래를 부르던 배우 이선균의 얼굴이 떠오른다.
감당하기 힘든 외로움과 삶의 고단함이 단어 하나하나에 무겁게 얹힌 채 그의 목소리를 타고 나왔다.
🎤
찬 바람 비껴 불어 이르는 곳에
마음을 두고 온 것도 아니라오
먹구름 흐트러져 휘도는 곳에
미련을 두고 온 것도 아니라오
아 어쩌다 생각이 나면
그리운 사람 있어 밤을 지새고
가만히 생각하면 아득히 먼 곳이라 허전한 이내 맘에 눈물 적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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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득히 먼곳, 구창모, 1985
멀어진 마음만큼 '아득히 먼 곳'이 또 있을까.
노래의 마음과 내 마음이 통할 때, 우리는 약간의 카타르시스를
느끼며 슬픔을 한 스푼 정도는 덜어 놓게 된다. 그렇게 계속 덜어내다 보면 슬픔은 어느새 감당 가능한 수준으로 줄어들 수도 있지 않을까.
나는 한 곡을 반복해서 듣는 편이다. 그리고 웬만해선 질리는 법이 없다. 어쩔 수 없이 나와 귀를 공유해야 하는 그는, 또 그 노래냐며 지겹다고 툴툴거리지만... 어쩔 수 없다🥲
반복해서 들을수록 노래에 푹 빠지는 깊은 몰입감이 위로와 안정감을 준다. 유독 힘든 날엔,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온몸 가득 묻히면
외부의 공격에 어느 정도 방어되는 느낌도 든다.
그래서인지, 이번 샘터 9월 호에서는 나와 비슷한 성향을 지닌
사연자의 글에 공감이 갔다.
퇴근길 버스에서 🎼 <김윤아의 going home>을 반복해서
듣는다는 사연자는 얼마나 고단하면,
자신을 개업식을 끝낸 풍선처럼 주글주글하다고 표현했다.
그리고 완전히 지쳐버린 자신의 모습에서 '그때의 엄마'를 떠올렸다.
사연자의 엄마는 화장품 가게를 운영하며 네 명 몫의 집안일까지
감당해야 했다고 한다. 엄마는 직접 만든 카세트를 늘 틀어 놓으셨는데,
여러 곡의 믹스 테이프가 아니라 30분 넘게 한 곡만 재생되곤 했다.
퇴근길 위로가 필요해 김윤아의 노래를 무한 재생했던 사연자는
한 곡만 들었던 그때의 엄마도 위로가 필요했었구나 깨달았다고 한다.
너무 힘들 땐, 아무리 핸드폰을 뒤져봐도 전화를 걸만한 사람을 찾기 힘들다. 나도 감당하기 어둡고 무거운 감정을 다른 사람에게 선뜻 내보이기가 어렵고 미안하다. 그럴 때 노래에 의지한다. 노래는 아무리 의지해도 싫다고 밀어내지 않으니.
이번 샘터 9월 호는 문장을 노래처럼 듣는다.
페이지마다 다른 노래가 배경 음악으로 깔려
문장이 그 선율에 울렁울렁 흔들린다.
@isamtoh
___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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