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울어진 미술관 - 이유리의 그림 속 권력 이야기
이유리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기울어진 미술관』은 돈과 권력에 결탁할 수밖에 없기에 생기는 ⠀
'예술의 편향성'에 관한 책이다.⠀
﹋﹋﹋﹋﹋﹋⠀


티끌 하나 보이지 않는 흰 벽에, 1도의 오차 없이 똑바로 걸려 있던 작품들은 ⠀
사실 불평등, 차별, 혐오로 얼룩진 현실을 거울처럼 내보이고 있었다. ⠀
저자 이유리는 미술적 기교나 예술적 아름다움에 가려 보이지 않던 ⠀
작품의 '기울어짐'을 날이 선 비판적인 시각으로 집어낸다.⠀



이 책은 어쩌면 '사회 문제에 관한 책'이라 말할 수도 있겠다. ⠀
다만, 다른 책들과 구분되는 점은, ⠀
'예술을 매개'로 사회의 모순을 이야기한다는 것이다.⠀
﹋﹋﹋﹋﹋⠀


여성차별, 동물권, 젠트리피케이션, 흑인 차별, 아이 혐오, 환경오염, 대리모 등⠀
현대의 사회 문제들은 신기하게도 과거에도 뚜렷이 있었고,⠀
마치 복사+붙여넣기 한 것처럼 너무나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이 책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아름다움에 대한 막연한 동경으로⠀
예술을 무비판적으로 감상했던 나를 반성하게 만든다.⠀



👩🏼‍🎨👨🏻‍🎨⠀
이 책에 따르면 유럽과 미국 곳곳의 유명한 미술관에 전시된 그림 중에서⠀
여성 예술가들의 작품은 최근까지도 고작 10퍼센트도 안 된다고 한다.(7p)
세계의 주요 미술관에 걸린 여성 예술가의 작품은 이렇게나 적은데,⠀
그림 속 대상으로, 특히나 벌거벗은 모습의 여성은 ⠀
전체 작품의 85 퍼센트를 이룬다고 한다.⠀
참으로 충격적이고 비통한 숫자이다.⠀



마네의 유명한 작품 <올랭피아>는
대부분 신화 속 인물이나 귀족층을 그렸던 시대에
창녀를 주인공으로 그렸다는 이유로 당시 많은 질타를 받았다.⠀
하지만 지금의 평가는 완전히 반대이다. 프랑스 작가 에밀 졸라는
<올랭피아>를 마네의 걸작으로 칭하며 부르주아 남성의
위선적인 성 윤리를 통쾌하게 까발렸다고 평가했다. (51p)⠀



하지만 저자는 독자가 고개를 돌려 창녀 옆에 서 있는 흑인 하녀를 쳐다보게 한다.
나 또한 부르주아 남성을 비판했던 용기 있는 작품이라는 평가에 가려
<올랭피아> 구석에 자리한 선명한 흑인 차별을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다. ⠀



저자는 마네가 흑인을 단지 흑백 대비를 위한 도구로써, 또는 주인공을 돋보이게 하는 엑스트라(흑인 여성은 못생겼다는 마네의 시선이 투영된)로 소비했다는 점을 지적한다.



과거의 예술 작품을 오늘날의 관점으로 평가하는 것이 너무 가혹한 것 아니냐는 비판에, 작가는 이렇게 되묻는다. ⠀

'당대가 떠안아야 했던 한계가 과연 오늘날에는 시원하게 끊어졌는가?'⠀
﹋﹋﹋﹋﹋﹋﹋﹋﹋﹋﹋﹋﹋﹋﹋﹋﹋﹋﹋﹋﹋﹋﹋﹋﹋﹋﹋⠀



우리 모두는 과거부터 질기게 이어져 온 한계의 끈이 여전히 남아 있음을 안다.
그것도 굳건히 버틴 채로.

이 책의 의의는 돈과 권력이 만들어 온 과거의 예술을 ⠀
'비판적으로 다시 보는 것'에 있으며,
자본과 권력에 저항하며
자신만의 길을 걷는 예술가들을 지지하고
미술관은 기울어졌어도 현재에 사는 우리는 ⠀
고개를 바로 세워 예술을 똑바로 보려는 노력에 있다.⠀
이 책은 그 노력의 시작에 서 있다.



_______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