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피컬 나이트
조예은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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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칵테일, 러브, 좀비> <스노볼 드라이브>의 작가 조예은의 신작 소설집이 출간됐다. 단지 표지가 이뻐서 집어 들어도 실망할 일이 없다. 영국 드라마 <블랙미러>를 연상시키는 SF 단편들에 호러 한 스푼을 더해 여름밤을 채워 줄 여덟 개의 매혹적인 이야기가 탄생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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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릴리의 손⠀
세 번째 단편, <릴리의 손>은 '시공간의 틈'이 발생한 2195년 미래의 이야기이다. 2085년과 2107년, 2099년과 2195년, 2123년과 2100년, 서로 마주할 일 없고 그래서도 안 될 두 세상 사이를 연결하는 구멍이 생겼다. 어느 날 갑자기 칼로 그은 듯 길고 검은 선의 시공간의 틈이 허공에 생겼고, 그 속에 빠져 실종되거나 신체가 절단되어 죽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그 틈에 빠져 다른 세상으로 간 사람들을 '이방인'으로 부르는데, 2195년에 사는 주인공 릴리와 연주는 시공간의 틈을 통해 넘어온 사람들 즉, 이방인을 구조하고 사고 현장을 정리하는 일을 하고 있다. 어느 날 또다시 틈이 벌어졌다는 소식을 듣고 릴리와 연주는 급히 현장으로 출동하는데, 연주가 틈 속에 빨려 실종되고 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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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장 작은 신 ⠀
'급성 먼지바람'이라는 재해가 닥친 미래. 상처부위에 먼지 바람이 닿으면 상처가 썩었고 들이마시면 기관지가 상했다. 토네이도처럼 강한 파괴력을 지니고 있어서 휩쓸려 실종되는 사람도 많이 생겨났다. 수안은 2년 전 시작된 먼지바람을 피해 집 안에만 있는 폐쇄은둔족(순화대상어: 히키코모리) 이다. 가족, 친구 등 인간관계는 모두 잘려나간 지 오래이며, 엄마가 재혼하면서 물려준 아버지의 사망보험금으로 생활하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친하지 않았던 고등학교 동창이 갑자기 집에 찾아오기 시작한다. 처음엔 잔뜩 경계를 해 문을 열어주지 않았지만 급성 먼지바람이 몰아치던 날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문을 두드리는 친구를 외면할 수 없어 문을 열어주게 되고 수안과 미주는 점차 마음을 열어간다. 하지만 수안은 자신에게 자꾸 물건을 판매하려는 미주를 다단계로 의심하게 되고, 자신을 다단계로 영입하려는 의도를 알면서도 외로움에 미주를 내치지 못한다. 그러다 미주가 며칠째 연락이 안되자, 수안은 2년 만에 현관문을 열고 친구를 찾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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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각의 이야기들은 방음이 완벽한 독립된 방들과 같아서 서로의 이야기에 방해가 되지 않는다. 흥미로운 SF 소재에 사회 비판적인 요소를 아주 적당히 첨가해 현실과 환상 사이에 작은 동아줄을 내렸다. 올해는 특히 신예 작가의 SF 단편들을 많이 접했는데, 홀린 듯 읽게 하는 마성이 있다. 한국 문학의 미래가 든든하다. 조예은 작가의 앞으로의 작품도 기대된다. ⠀


__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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