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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감상 수업 - 하루 한 곡, 내 것으로 만드는 클래식 100
유니쓰.루바토 지음, 김은하 감수 / 뜨인돌 / 2022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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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제목이 정말 중요하다. 책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키워드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제목이 '클래식 수업'이 아니라 클래식 '감상' 수업임에 주목해야 한다. 클래식은 여러 악장을 지녀 한 시간이 훌쩍 넘는 것이 보통인데, 『클래식 감상 수업』에 담긴 100곡의 대부분은 10분 내로 감상할 수 있는 곡들을 추리거나 긴 곡의 경우 일부 악장만 실었다. 그리고 복잡하고 긴 곡명을 일일이 검색할 필요 없이 본문의 QR코드를 인식하면 바로 음악이 재생된다. 즉 『클래식 감상 수업』은 제목과 같이, 독자들이 클래식을 '감상'하며 수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구성에 각별히 신경 쓴 책이라 할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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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곡부터 익숙하지 않아 긴장하게 만들더니, 두 번째 곡으로 '클래식' 범주에 들어갈 거라 생각지도 못한 곡이 소개된다. 본문 속 QR코드를 인식하니 거실 중앙에 식탁이 놓여있는 무대가 등장한다. 잠시 후 4명의 연주자가 한 명씩 들어와 집 안에 있는 물건을 사용해 연주하기 시작한다. <거실 음악>은 존 케이지가 음악에 우연성을 도입한 곡으로 당시로써는 파격적인 시도였다. 이어서 나오는 이 곡의 2악장은 미국의 작가 거트루드 스타인의 작품 속 한 문장, 'Once upon a time the world was round and you could go on it round and round.'을 가지고 네 명의 연주자가 단어의 음고를 올리거나 내리고, 특정 단어를 반복하거나, 의성어를 넣어 리듬과 변화를 주면서 문학으로 음악을 만들어 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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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소개하는 100곡의 클래식은 시대순이 아니라 1) 리듬, 2) 선율, 3) 화음, 4) 구성, 5) 음색, 6) 테크닉의 음악적 특징으로 분류되어 있다. 르네상스 시대 최고의 작곡가로 인정받는 조스캥이 1400년대에 작곡한 곡을 듣다가 다음 페이지에서 1700년대 비발디의 곡을 만나기도 한다. 이렇듯 한 페이지를 넘기면 몇 백 년의 시간을 건너 뛰기도 하고 한 챕터 안에서 익숙한 곡과 생경한 곡이 우연처럼 맞닥뜨려 지루할 틈이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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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소개해 주는 '곡의 비하인드'를 읽는 것 또한 큰 즐거움이다. 그레고리오 알레그리의 <미제레레>라는 곡은 교황이 곡의 신비로움을 유지하기 위해 외부로 유출하는 것을 금지시킨 곡이었다고 한다. 1770년대까지는 바티칸의 시스티나 성당에서만, 그것도 성 고난 주간에 드리는 테네브레 예배 동안에만 들을 수 있었다. 이렇게 철저히 보안을 유지했던 곡이 세상에 나온 것은 바로 '모차르트' 때문이었다고 한다. 우연히 이곳을 여행 중이던 모차르트가 이 곡을 듣고 단번에 필사했고, 자신의 기억이 맞는지 재방문해서 확인까지 했다고 한다. 모차르트 덕분에 이 곡이 세상에 알려지게 된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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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덮었을 때, '에릭 사티'의 음악에 대한 철학이 그 많은 문장들 사이에서 끝내 버티고 살아남아 내 손에 쥐어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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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음악회를 위한 작품보다는 일상생활에서 배경음악처럼 쓰일 수 있는 작품 쓰기를 추구했죠. 그래서 그의 작품은 사람들이 자신의 음악을 배경 삼아 일에 집중하도록 만들어졌어요." __7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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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그의 음악은 '가구 음악'이라고 불린다. 집 안에 있는 가구처럼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역할을 하는 음악. 내 인생 어느 순간에 배경음악이 되어주는 선율. 이 책을 읽는 이유는 클래식을 공부하기 위함도, 음악적 지식을 쌓기 위함도 아닌, 결국 나만의 '가구 음악'을 찾기 위한 여정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어떨 땐 백 마디 말보다 음악 한 곡이 대단한 위로가 될 때가 있다. 이 책에서 그런 곡을 몇 곡만 찾았다고 해도 큰 수확일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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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_____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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