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뒤바뀐 삶, 설명서는 없음
게일 콜드웰 지음, 이윤정 옮김 / 김영사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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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문학 평론가이자 퓰리처상 수상 작가인 게일 콜드웰의 자전적 에세이다. 그녀는 이 책을 통해 누구나 살면서 맞닥뜨리게 되는 인생의 터닝포인트에 대해, 한치 앞도 예상할 수 없는 암흑과 같은 인생의 길을 내딛는 마음가짐에 대해 이야기한다.



게일 콜드웰의 이번 신작을 읽다가 최근 푹 빠져 있었던 캐럴라인 냅의 흔적을 여러 군데에서 발견했다. 게일과 캐럴라인은 절친 사이였다고 한다. 이 책과 캐럴라인 냅의 책을 함께 쌓아 놓으며 서로의 연결고리를 찾아가며 읽었다. 서로를 마주 봤던 두 친구가 각자의 시선으로 동시간을 적어낸 문장들이 합쳐져 선명한 순간을 만들어냈다.



게일 콜드웰은 척수성 소아마비로 어릴 때부터 걷는 것이 불편했다. 하지만 그녀는 원망과 분노 없이 소아마비를 삶의 한 조각으로 받아들였다. 그녀는 말한다. "말하자면 소아마비가 나의 기준점인 셈이다. 밀고 나가야만 했던 벽이다. 모두에겐 그런 벽이 하나씩 있다.(240p)," 그녀는 자신이 못하는 건 못하는 걸로 두고 초연하게 다른 문을 열었다. "어릴 때 나는 못하는 게 많았다. 자전거 타기, 줄넘기, 달리기, 소프트볼, 농구. 더 중요한 건 내가 별로 개의치 않았다는 사실이다. (...) 그 문을 닫자 다른 통로가 모습을 드러냈다.(39p)"



소아마비 조차 자신에게 주어진 인생의 조건으로 간단히 받아 들였던 그녀에게도 불과 몇 년 사이로 닥친 부모와 친구의 부모는 너무나 큰 슬픔이었다. 절친한 사이었던 작가 캐럴라인 냅이 마흔 둘의 나이에 폐암으로 세상을 떠났고, 그 다음 해엔 아버지가 뇌종양으로 돌아가셨다. 몇 년 후 그녀의 버팀목이었던 엄마와 20여 년간 함께 산 반려견마저 떠났다. 심지어 60세의 나이로 고관절 전치환술이라는 큰 수술을 받고 걷는 연습을 처음부터 다시 해야 했다.



​예상치 못했던 가까운 사람의 죽음, 60세의 나이로 받아야 했던 큰 수술. 하루 아침에 내 삶이 뒤바뀐 것 같은 생경함, 슬픔, 당혹감은 그녀를 주저 앉혔다. 하지만 그 자리에 주저 앉은 그녀는 깨닫는다. 각자의 인생은 하나의 이야기라는 것을. 이야기의 특성이 그렇듯 한치 앞을 예상하기 어렵고 곳곳에 반전이 숨어 있고 이야기는 극적으로 전환된다. "이야기는 끔찍할 수도, 비통하고, 두렵고, 절망으로 가득할 수도 있다. (...) 당신을 여기 있게 한 건 바로 그 이야기며, 그 이야기의 진실을 받아들여야만 결과를 견딜 만해진다.(241p)"



소아마비를 삶의 한 조각으로 받아들였듯, 설명서 없이 주어지는 인생의 힘겨운 순간들을 작가다운 생각으로 '이야기의 극적 전환'의 하나로 받아들이고 결과를 그저 견뎌내는 그녀를 보며 큰 위로를 받는다. 힘든 시기에 그녀에게 온 사모예드 튤라와 가족이 되어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또한 이 책의 감동과 재미요소이다.


_______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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