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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는 천천히 벌지 않는다
제임스 알투처 지음, 함현주 옮김 / 김영사 / 2022년 4월
평점 :
『 부자는 천천히 벌지 않는다』는 나를 단단히 오해하게 만들었다. 제목만 보고 한치의 의심도 없이 재테크에 관한 책이라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가지고 있던 돈을 불리는 '재테크 방법론'이 아니라, '내 능력을 빠르게 키워 돈을 벌어들이는 방법론'에 관한 책이다.
저자는 9.11테러 당시 세계무역센터에서 단 네 블록 떨어진 곳에 살았다. 매일 아침 세계무역센터 1층에서 아침을 먹던 그는, 그날 어느 비행기가 날아오는 것을 보았고, 고도가 심상치 않음을 느꼈고, 죽기 살기로 도망쳐 살아남았다. 하지만 그날 이후 그는 빈털터리가 되었다. 사고 트라우마로 악몽을 꾸면서도 그는 먹고사는 일을 걱정해야 했다.
예상치 못한 사고나 질병 또는 코로나 바이러스와 같은 세계적 위기 상황으로 하던 일을 그만두거나 사업을 접어야 하는 경우는 누구나 겪을 수 있는 현재 진행형의 이야기가 되었다.『 부자는 천천히 벌지 않는다』의 저자 역시 테러와 팬데믹의 위기를 겪었고, 20개가 넘는 기업을 설립하면서 성공보단 실패에 익숙한 사람이었으며, 언제나 밑바닥에서 다시 시작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 그에게 '1만 시간'은 영겁과도 같은 시간이었다. 그에겐 한 계단씩 오르는 계단보다 도약을 위한 점프대가 필요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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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 시간 법칙'은 미국의 심리학자 앤더스 에릭슨이 발표한 논문에서 처음 소개된 개념이다. 1만 시간의 법칙은 어떤 분야에서 전문가가 되기 위해선 최소한 1만 시간을 들여야 한다는 이론이다. 우리나라에도 소개되어 관련 책이 쏟아져 나왔고, 1만 시간은 '엄청난 노력과 끈기'와 동의어가 되었고, 성공을 위한 필요조건으로 받아들여졌다.
저자는 '1만 시간의 법칙'에서 '시간'을 과감히 빼고, '실험'이란 단어를 넣으며, 성공의 정석이라 받아들여졌던 이론을 쉽게 비틀어 버린다. 그는 한 가지 일에 1만 시간을 투자하기보단, 하고 싶은 일이 생겼을 때 그 가능성을 빠르게 실험하고 모든 실험 과정에서 배우라고 조언한다. 그것이 빠르게 성장하고 꼭대기로 도약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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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은 단어에서부터 큰 용기가 필요한데, 실험한다고 생각하면 부담감이 확 줄어든다. 실험은 실패를 전제에 깔고 있기 때문이다. 여러 번 실패하더라도 그것은 실험 단계이기에 상처받을 일이 없다. 그리고 오히려 실험은 실패를 통해 배울 것이 더 많다. 저자는 심지어 실패라는 단어를 쓰지도 않는다. 실험의 결과는 성공하거나 배우거나 두 가지뿐이라고 말한다.
'1만 실험의 법칙' 외에도 능력을 1% 복리로 성장시키는 법, 가능성 근육을 키우는 법 등 빠르게 도약하기 위해 실제 삶에서 적용할 수 있는 미시적 기술들도 자세히 설명해 놓았다. 이 책은 특히나 젊지 않은 나이에 새로운 일을 하고자 하는 분들이나 창업을 계획하고 있는 분들께 추천하고 싶다. 1만 시간을 들이지 않아도 도약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건 희망과도 같은 이야기이지만, 이 책을 읽으면 더 이상 잡을 수 없는 신기루 같은 희망이 아닐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