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은 어떻게 어른이 될까 - 페르세우스 신화가 들려주는 나만의 길 찾기 아우름 53
이주향 지음 / 샘터사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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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니 몇 년 전 어느 프로그램에서 방송인 신동엽이 했던 얘기가 생각이 났다. 그는 "우리 아이들에게 결핍을 어떻게 경험하게 해줘야 할지 고민이다. 결핍은 당시엔 힘들지만, 훗날 어려운 시기가 오면 헤쳐나갈 힘의 원천이 된다."라고 말했었다. 강한 바람에 작은 줄기가 꺾였던 기억이 다음번엔 바람에 맞춰 몸을 기울일 줄 아는 지혜가 되기도 하는 것처럼, 당시엔 죽도록 힘들었던 경험도 세월이 지나면 마음의 자양분으로 고이 남는다.


영화 <포레스트 검프(1994)>에서 인생은 '초콜릿 상자'와 같은 거라는 대사가 나온다. 인생의 수많은 순간에 내가 어떤 초콜릿 상자를 열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쓰던 달던 모든 초콜릿 상자는 아이가 태어나면서 받은 인생의 선물이기에 누구도 미리 열어볼 권리가 없다. 그 안에 행복이 있든, 결핍이 있든, 사랑이 있든, 고통이 있든 그 모든 건 아이가 단단히 성장할 수 있는 값진 경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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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은 어떻게 어른이 될까』​는 저자 이주향의 저서 <그리스 신화, 내 마음의 별>에 수록되었던 그리스 신화 속 페르세우스 이야기를 청소년들을 위한 책으로 보완하고 다듬어 출간한 책이다.

메두사의 머리를 베는 것이 자신의 운명임을 알고 어머니의 품을 벗어나 홀로 모험의 길을 떠났던 페르세우스 신화를 통해 저자는 '성장의 길'을 보여준다. 하지만 왜 하필 저자는 신화를 통해 이야기하고 싶었을까? 그에 대한 답은 어른들에게 보내는 서문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
우리 아이들은 마음대로 해도 되는 여러분의 소유물이 아닙니다. 페르세우스가 그랬던 것처럼 여러분을 찾아온 신의 아이입니다. 신의 아이는 내 마음대로 키울 수 없습니다. 그들은 자기 마음속의 열정을 따라 성장해야 합니다. 그들이 삶의 여정에서 자신의 길을 갈 수 있도록 우리가 잠시 도울 수 있을 뿐입니다. __9p


저자는 페르세우스란 영웅 이야기를 하면서, 우리 모두는 신의 아이라고 말하고 있다. '아이는 부모의 소유물'이란 짙은 생각의 장막을 걷으니 밝고 넓은 이해의 장이 마련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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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청소년들에게 말한다. '페르세우스와 같은 영웅이 되어라!'라고. 이 말은 자칫 '대단한 사람이 되어라'라는 부담감 가득한 말로 들릴 수 있다. 하지만 『​소년은 어떻게 어른이 될까』​에서 새롭게 발견한 페르세우스의 모습은우리가 가졌던 영웅의 고정된 인식을 뒤엎는다.

영웅은,
-이기는 자가 아니라 자기 내면을 믿는 자이고
-성공하려는 자가 아니라 자기 과제를 인식하는 자이며,
-그리고 무너진 그 자리에서 다시 시작하는 자이다.


영웅의 업적보다는 내면에 집중해 보니, 페르세우스는 더 이상 신화 속 영웅이 아니라 그 역시 우리처럼 지독한 성장통을 앓았던 소년으로 생각된다. 신화는 비현실적 설정과 과장된 내용 때문에 그 안에 내포한 중요한 메시지가 가려질 때가 있다. 겉으로 드러나는 사건이 아니라 사건 사이사이를 메우는 영웅의 결단과 용기, 생각과 고뇌를 따라가다 보면 중간을 관통하여 흐르는 거대한 물줄기를 발견할 수 있다. 신화를 읽는 이유는 이렇듯, 시간을 초월하여 '인간 삶의 원형'을 보여주며 끝없이 재해석되고 우리에게 큰 가르침을 남기기 때문일 것이다. 성장통을 앓고 있는 청소년들에게, 또 그 곁을 지키는 부모 모두에게 추천할 만한 책이다.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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