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위의 집
TJ 클룬 지음, 송섬별 옮김 / 든 / 2021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 벼랑 위의 집』​​은 마법적 존재와 인간이 함께 살아가는 세계관을 바탕으로 쓰인 소설로, '마법사'가 중심이 아니라 노움(땅 신령), 숲의 정령, 와이번(드래곤의 일종)과 같은 매력적인 마법적 생물들이 책의 화면을 가득 채우고 있다. 이 책을 영화로 다시 만나는 일은 시간 문제일 뿐이다.


이 책은 '메시지가 강한 판타지 소설'이다. 볼거리와 재미 위주의 판타지라서 가볍게 읽을 수 있겠다는 첫인상은 금세 깨어져 버렸다. 마법에 눈길을 빼앗겼던 초반부을 벗어나면, 나 역시 자유로울 수 없는 타인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 '혐오'와 같은 문제가 무겁게 마음에 남고, 이 책의 주제의식을 담은하나의 질문이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당신은 지금, 당신다운 곳에 살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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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아동관리부서의 사례 연구원인 라이너스 베이커는 가장 높은 등급의 기밀 업무를 맡고 외딴섬에 있는 고아원을 방문하게 된다. 그는 한 달간 그곳에 살면서 시설을 유지할지, 폐쇄할지 상부에 권고하는 임무를 맡았다. 바다가 보이는 벼랑 위의 고아원에는 원장 아서와 여섯 명의 아이들이 살고 있었다. 가장 위험하고 통제 불가능한 마법적 존재들만을 모아둔 그곳에서 라이너스는 인생이 뒤바뀔 경험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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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이 악을 행할 능력이 있다는 것이 그 사람이 악한 행동을 하게 되리라는 뜻은 아닙니다."__269p​


​아무리 아이들이라지만, 그들의 마법적 능력은 두렵고 위협적이기까지 하다. '루시'라는 이름에서 짐작되듯이 그 아이의 아버지는 '악마'다. 악을 행할 능력이 주어진 사람을 편견 없이 믿는다는 건 사실 힘든 일이다. 다만 작가는 루시를 포함한 마법적 존재들을 어린 아이들로 설정함으로써 어떤 상황과 조건에서도 아이들만큼은 편견과 선입견 없이 바라봐주어야 한다고 강하게 전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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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난 그대로 포용해 주고 아이들을 온전히 믿어주는 원장 아서 덕분에 제각각 다르고 강한 아이들은 한 가족으로 묶인다. '고아원'은 규정대로 유지 또는 폐쇄할 수 있는 공간이지만, '집'은 그럴 수 없다. 모든 사람에겐 집이 있어야 하고, 어떤 누구도 다른 사람을 집을 빼앗을 권리는 없다.


단순히 물형(物形)의 집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있는 그대로의 나'로서 존재할 수 있게 하는 사람과 공간이 있는 곳, 그곳이 바로 진정한 의미의 집이다. 벼랑 위의 집은 각자가 있는 그대로 존중받는 곳이며 더 나아가 자신의 본래성(本來性)을 끌어내주는 곳이다. 라이너스가 자신이 살았던 공간을 미련 없이 버리고 진정한 집을 찾는 여정에서, 내가 함께 살고 있는 사람과 공간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한다.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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