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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정상가족 - 자율적 개인과 열린 공동체를 그리며, 개정증보판
김희경 지음 / 동아시아 / 2022년 2월
평점 :
제목을 잘 지은 책은, 제목이 주는 강력한 메시지만으로도 내용이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는다. 『이상한 정상가족』 역시 제목이 주는 영향력이 대단하다. 우리가 생각하는 '정상가족'이 얼마나 '이상(異常)'한지 말해주는 이 책은 2017년 초판이 나온 이래로 22쇄가 팔려 나갔고, 내가 읽은 건 올해 새로 나온 개정증보판이다.
『이상한 정상가족』은 가족 안에서의 '아동 체벌'이나 '학대', '방임 또는 과보호', '동반자살로 불리는 자식 살해 문제', 그리고 가족 밖에서의 '미혼모', '입양',' 다문화가정'에 대한 내용을 깊이 있게 다룬다. 저자는 보통의 사람들이 정상과 비정상의 금을 쉽게 긋는다는 것을 지적하면서, 우리가 생각하는 정상가족 안에서의 비정상적인 부분을 끄집어 내고 '제대로 된 정상가족' 정의를 다시 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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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 학대에 대한 뉴스가 나오면 온 국민이 분개한다. 사건의 시작을 크게 알리는 미디어의 영향으로 해당 아동학대 사건이 어떤 마무리가 지어졌는지는 직접 찾아보지 않고선 알기 힘들다. 우리가 분개했던 아동학대 사건의 가해자인 부모들은 모두 약속한 것처럼 '학대'가 아닌 '훈육으로써의 체벌'이었다고 주장했고, 관련 법이 미비한 이유로 제대로 된 처벌을 받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부모가 훈육할 때 체벌을 할 수 있다는 건 우리나라에서 오래도록 관습처럼 이어져 왔다. 관습이 무서운 것이, '나도 맞고 자랐으니, 말 안 들으면 내 자식을 때릴 수 있다는 것'이 자연스럽게 각인되어 있는 것이다. 저자는 아이를 체벌할 때의 이유를 성인 사이의 관계에 대입해 보면 아동 체벌의 기준이 얼마나 이상했는지 알게 될 거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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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와 합의해 원칙을 정해놓고 때리면 폭력이 아니다.
-맞는 상대가 자존감이나 정서에 상처를 안 받으면 폭력이 아니다.
-상대의 행동을 교정하려는 목적이 있으면 폭력이 아니다.
-때리는 내가 감정조절을 하면 폭력이 아니다. __32p
나도 체벌에는 반대하는 입장이었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도 있지 않을까 했던 생각의 틈새는 위의 문장들을 읽자마자 충격과 반성으로 바로 메워졌다. 그럼에도, 아이는 아직 미숙한 존재이니 체벌을 해서라도 제대로 가르쳐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저자는 이에 대해서도 빈틈없는 주장을 펼친다. 영국 세이브더칠드런이 2001년에 한 조사에 따르면, 아이들은 체벌에 대한 느낌을 40개가 넘는 형용사로 표현했지만, 그중 미안하다거나 반성한다는 느낌을 말한 아이는 없었다고 한다. 체벌이 교육적인 효과는 없고 아이들에게 정서적으로 피해만 입힌다는 것이다.
가족 밖에서도 이상한 점은 많았다. 신문이나 뉴스의 헤드라인에는 아이를 버리는 매정한 미혼모만 있고, 애초에 책임을 지지 않은 미혼부는 없다. 그리고 한국은 OECD 회원국 중 여전히 아이를 해외로 입양 보내는 유일한 나라라고 한다. 낮은 출산율과 인구 절벽을 걱정하면서 한편으론 혼인하지 않은 채 출생한 아이와 부모는 정상가족으로 간주하지 않고 입양을 권유하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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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아동인권이 가장 잘 보장되어 있는 스웨덴의 사례를 들어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안을 제안한다. 스웨덴이라고 하면 아동의 인권이 본래 높은 수준이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나 역시 그랬다. 하지만 스웨덴 역시 우리나라와 같이 아동 체벌이 관습적으로 이어졌던 나라였으며, 학대로 인한 사망사건도 종종 발생했었다고 한다.
삐삐 롱스타킹의 아동문학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이 스웨덴에서 했던 연설은 아동 체벌이 왜 '폭력'일 수밖에 없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한 엄마가 자신의 아이에게 회초리로 쓸 나뭇가지를 직접 구해오라고 보냈는데, 아이는 돌 하나를 가져왔다고 한다. 그 아이는 엄마가 나를 아프게 하길 원하니까 회초리 대신 돌을 써도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스웨덴은 처음부터 아동 인권이 강한 나라가 아니었다. 우리나라처럼 체벌이 흔했던 나라였지만, 아동 학대 또 그로 인한 사망 사건을 경험하며 아동 인권의 중요성을 알았고, 과감하게 체벌 금지를 법제화를 시켰기 때문에 현재의 스웨덴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스웨덴의 육아 휴직,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의 노동시간 감축 등의 복지 수준이 높은 것 또한 궁극적으로는 아동 인권을 지키기 위한 수단이었다.
이 책은 기승전결이 확실한 책이다. 문제를 지적하고 이에 대한 원인을 찾고 해결책과 대안까지 충실히 담았다. 아마 문제와 원인만 제시하는 데에서 끝났다면 마음이 상당히 찝찝했을 것이다. 우리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지는 명확해 보인다. 올해 꼭 읽어야 봐야 할 도서로 이 책을 추천한다.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