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크 씨, 도파민 과잉입니다 - 안철우 교수의 미술관 옆 호르몬 진료실
안철우 지음 / 김영사 / 2022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명화가 몇 백 년의 시간을 넘어서 여전히 사랑 받을 수 있는 건 '무한한 해석'의 가능성 때문일 것이다. 시대의 상황에 따라 또는 개인이 가진 관심사에 따라 같은 그림을 이해하는 방식이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그렇게 명화는 시간을 덧입고 수많은 사람의 해석이 더해져 끝없이 확장한다. 에드바르 뭉크에게 충동과 집착의 호르몬인 '도파민 과잉'이라는 진단명을 내린 저자 역시 명화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이 책을 통해 소개하고 있다.


의사인 저자는 이제까지 들어본 적 없는 '호르몬 도슨트'를 자처하며 명화 속 인물들을 호르몬적으로 진단하고 분석한다. 천경자 화백의 <내 슬픈 전설의 22페이지>의 그림 속 여인은 얼굴에 푸른빛이 감돌고 눈두덩이는 푹 꺼져 있고 뺨은 홀쭉하다. 저자는 그녀를 멜라토닌 부족이라 말하고, 눈썹이 없이 우울한 모습의 <모나리자>는 갑상선기능저하증일 수 있다고 진단한다. 모나리자에 대한 이토록 재밌고 기발한 해석에 웃음끼 가득한 미소가 지어졌다.


__



그동안 미술은 보통 신고전주의, 인상주의, 야수파, 입체파, 표현주의와 같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나타나는 미술 사조로 구분 지었다.


반면 이 책이 안내하는 호르몬 미술관으로 들어서면 크게 기쁨, 분노, 슬픔, 즐거움의 희노애락으로 구분해 놓고, 네 가지 감정은 각각 3-4개의 방으로 세분화된다. 총 열네 개방은 같은 감정을 품은 그림들이 걸려있다. 온 방에 꽉 찬 감정들을 온몸으로 느낀다.


그림의 형태와 모습 보다는 오히려 명화가 내포한 '감정'에 집중하다 보니 인물이 서있는 자세, 손 동작, 표정, 주변의 인물과 배경을 더 집요하게 살펴보게 된다. 그러다보면 놓쳤던 디테일을 발견하며 놀라기도 하고, 그림 속 인물이 느끼는 감정에 동요 되기도 한다. 그렇게 그림에 대한 더 깊은 이해에 다다른다.


__



호르몬은 우리의 감정을 지배하고 그림은 예술가의 감정의 표출, 그 자체인 점에서 그림을 호르몬으로 설명한다는 것은 너무나 적절해 보인다. 게다가 어렵게 느껴졌던 명화를 호르몬적으로 접근해보니 흥미롭고 재밌기까지 하다. 그렇다고 호르몬 이야기만 하는 건 아니다. 예술가와 그들이 그렸던 그림에 대한 내용도 충실히 담았다.



모딜리아니의 연인이었던 잔 에뷔테르는 모딜리아니에게 왜 인물에 눈동자를 그려 넣지 않느냐고 물었을 때 그는 영혼을 알아야 그릴 수 있다고 대답했다. 모딜리아니는 그녀와 결혼 생활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잔을 그린 <소녀의 초상>에 눈동자를 그려 넣었다고 한다.


가난하게 예술을 이어가던 모딜리아니가 폐결핵으로 세상을 떠나자, 그녀는 몸을 던져 그를 따라갔다. <소녀의 초상>에서 그림을 그리는 모딜리아니를 바라보는 그녀의 두 눈동자, 그리고 그녀의 영혼을 이해해서 눈동자를 그려 넣는 그의 붓터치가 생생히 떠오르며 그들의 짧은 사랑에 애석한 감정이 생겨난다.



예술가와 작품에 대한 사실적, 감정적인 깊은 이해를 돕는다는 점에서 무척이나 새롭고 반가운 책이었다. 예술을 좋아하고 좋아하고 싶어하는 모든 분들께 추천한다.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