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인 비트윈 : 경계 위에 선 자
토스카 리 지음, 조영학 옮김 / 허블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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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이 되어버린 팬데믹 상황에서, 팬데믹 소설을 누가 읽겠냐는 우려와 달리 이 소설은 작가도 놀랄 정도로 큰 성공을 거두었다.

소설 속의 바이러스는 인간 광우병으로 치사율 100%, 백신도 치료제도 없다. 그래서 이 책 전반에는 지구 종말론적 어두운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다. 어두운 미래상을 그려낸 디스토피아 소설류라는 공통점만 있을 뿐, 그 외 모든 설정은 다름에도 불구하고 읽는 내내 코맥 매카시Cormac McCarthy의 '더 로드'가 계속 겹쳐졌다. 하나의 목표를 향해, 두 사람이 황폐화된 도시들을 지나며 먹을 것과 생필품을 얻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사람들끼리 총을 겨누는 상황이 무섭도록 닮아 있었다.

디스토피아 소설은 지금의 편안하고 안락한 상황을 배경 삼아 읽는 매력이 있다. 소설 속 상황들은 극단으로 치닫지만 나는 현실에서 편하게 책장을 넘기고 있다는 여유가 오히려 스토리에 집중할 수 있는 몰입감을 주기 때문이다. 마음의 여유 없이는 혼돈을 그린 소설이 머릿속에 들어올 리 없다. 소설 속 상황이 우리에게 닥칠 미래라는 생각은 길게 늘려버린 시간 속에 묻혀, 실제 공포감은 느껴지지 않는다.

그런데 지금은, 소설의 스토리가 마냥 낯설지가 않다. 바이러스가 순식간에 전 지구에 퍼져 모든 사람들이 마스크를 끼고 다녀야 하고 매일 사망자가 속출하고 병동은 부족해지고 심각한 경우 도시가 통제된 상황이 실시간 우리의 현실이다. 코로나 바이러스도 소설 속 바이러스처럼 치사율 100%에 백신도 치료제도 없었다면, 아마 우리도 피난을 해야 하고 약탈이 벌어지는 지독한 혼란 속에 있었을 것이다.

따라서 보통 디스토피아 소설을 읽는 것과는 생경한 마음으로 이 책을 읽어 내려가게 되었다. 팬데믹 상황에서 팬데믹 소설을 읽는 건 상당히 '긴장되는 일'이었다. 너무나 개연성 있는 전개에, 우리의 미래가 언뜻 언뜻 보이는 느낌이랄까.

책을 다 읽고 나니 제목에 모든 함의가 있었다.
라인 비트윈: 경계 위에 선 자

우리 모두는 경계 위에 선 자들이 아닌가. 굳건하다고 생각했던 안정과 질서는 바이러스가 퍼지면서 모래로 쌓은 성처럼 밀물 한 번에 형태도 없이 스러져 버린다.

주인공이 사이비 종교에 오랫동안 몸담고 있다가 한순간 신념의 전환이 이루어진 것처럼, 안정과 불안정, 질서와 무질서는 앞과 뒤 같아서 언제든 뒤집힐 속성이며. 천국과 지옥은 단 한 발짝 차이일 수도 있다.

지속되는 건 아무것도 없다. 우리 인생은 변화 그 자체이며 순간들이 모인 집합체일 뿐. 경계에 서 있다는 것은 '불안정함', '변동성'을 뜻하기도 하겠지만, 모든 건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는 뜻도 된다. 지금 겪는 모든 일은 우리 선택의 결과물이고, 다시 되돌리기 위한 일도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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