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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에 하자
이광재 지음 / 다산책방 / 2017년 3월
평점 :
'낙원상가', '밴드' '기타'..
『수요일에 하자』는 중년이 되어 다시 뭉친 '수요 밴드'이야기다.
이 책의 등장인물들의 이름들이 특이했는데 리콰자, 라피노, 니키타, 배이수, 박타동...이 책에서만이 통용되는 이름들이 아닐까 싶다.
나에게도 기타가 2대가 있다. 그리고 전문가는 아니지만 어느정도 악보도 볼 줄 안다.
그리고 낙원상가가 음악인들에게 어떤 의미인지도 이해하니 이 소설이 음악에 갈급한 중년 밴드의 고단한 삶과 애환이 느껴지고 그러나 포기할 수 없었던 음악의 열망도 느껴졌다.
이 소설의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다양하고 어려운 삶을 산다.
음악인들의 삶이 부유하지 않다는 것이 자명한 일인듯 말이다. 통신비가 없어 휴대폰이 끊기고, 업소, 맥주집, 레스토랑을 전전하는 삶이었지만 음악에 대한 열정만큼은 시간이 지나도 식지 않다는 것을 주인공들을 통해서 보여준다.
그러나 그들이 음악의 길을 다시 돌고 돌아오는 이유들은 마치 고향을 찾는 연어들의 삶을 연상시킨다.어디서든지 음악은 그들의 추억이었고, 희미해져가는 추억의 빛이되는 유일한 희망이었던 것이다.
봄에 못다 핀 청춘은 세상을 밝히는
아름다운 햇빛이 되어 만물을 비추네
날갯짓하던 나비는 어둠을 비추는
밤하늘의 별이 되어 우리를 찾아오네
바닷속을 가르고 진실을 밝혀서
별에게 알릴게 큰 소리로 외칠게
드디어 찾았어 조금 늦긴 했지만
이제는 쉬라고 쉬어도 된다고
잊어서 미안해 늦어서 미안해
잊혀질까 미안해 우리가 너무 미안해
세상을 보지 못하고 별이 된 너희를
우리는 사랑해 부디 그곳에서는
웃으며 노래 부르길 바랄게 친구야
위의 노래는 세월호를 기념하며 쓴 리콰자의 아들이 쓴 곡이다. 자신과 같이 아들도 궁핍한 음악의 길을 선택했을 때 흔들릴 수 밖에 없는 가장의 심정이 와 닿았지만 음악을 알려주고 싶은 마음은 막을 수 없었던 리콰자. 그리고 이 곡은 음원이 있다면 정말 듣고싶은, 연주하고 싶은 곡이다.
이 소설에서는 다양한 노래들이 나온다. <위스 원 모어 룩 앳 유>, <워치 크로슬리 나우>, <신스 아이브 빈 러빙 유>, <위 아 더 챔피언>, <새드 카페>, <시노 메 모로>, <스모크 온 더 워터> 등등 아는 곡도 있고 모르는 곡도 있다. 소설을 읽으면서 간간히 들으면 소설이 영화처럼 한 장면으로 뇌리에 콕 박혀진다. 이처럼 이 소설은 정말 음악 소설이다. 거칠고 투박한 말투와 수많은 담배꽁초로 만들어진 노래들, 그리고 연습들. 마지막엔 모든걸 쏟아붓는 무대만이 그들에게 유일한 보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