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정동진에 가면 - 정동진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다
이순원 지음 / 북극곰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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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진이 맞을까? 정동이 맞을까? 정동에서 나고 자랐다고 굳게 믿고 있던 저자는 막 정동진역을 방문한 한 여자와의 대화에서 자신의 기억으로 남아있는 정동과 정동진이라고 주장하는 여자를 만난다. 그리고 자신의 기억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수긍하기가 어려웠다. 기억속에 남아있는 정도의 느낌이 정동진역이라는 달라진 이름에서 다가오는 허망함을 감출 수가 없었다. 서울로 이사를 온 이후 희미해지는 기억속에서 역 이름을 정동진역을 정동역으로 바꾸어왔던 것일지도 모른다. 저자가 기억하던 정동은 탄더미들로 역 주변이 가득하고 파도에도 씻기지 못한 시커먼 해변의 모래들이었다. 정동진을 다녀온 사람들의 세상의 해는 그곳에서만 뜨는듯한 과장된 이야기들과는 달리 저자만의 정동의 느낌을 간직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선배와의 모임에서 모두 정동진으로 가자는 말에 여자 핑계를 대고 빠져나왔다. 16살의 가장 아픈 모습으로 떠나온 정동을 이렇게 가고싶진 않았던 것이다. 여자를 찾아 정동에 도착한 그는 눈에뜨게 많이들어선 모텔을 보고 씁쓸함을 감출 수가 없다. 일출을 보기위해 오는 것인지 일출을 핑계로 사랑을 나누러 오는 것인지 분간이 되지 않을정도로 많은 모텔들. 그렇게 어릴적 추억속으로 그녀에 대한 첫사랑의 기억들을 되새겨본다. 산을 다니며 탄을 찾으러 다녔던 아버지를 두어서 집에 피워야 하는 연탄을 직접 구해야했다. 11개의 탄광을 가진 집의 딸을 짝사랑하면서 아쉽게 고백하지 못하고 헤어진 아련한 아픈 추억이 정동에 대한 그의 느낌이었던 것이다. 그 후 자신의 책 사인회에 그녀의 친구를 만나고 나서야 20년만에 정동을 향해, 아니 그녀를 향해 가게 된 것이다. 사인회에서 만났던 그녀의 친구를 잡지책 사진에서 보고 찾아낸 그는 그녀를 통해 짝사랑했던 그녀, 미연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그리고 드디어 그녀를 만나게 되었다. 멀리서만 좋아했던 그녀를 이렇게 가까이 눈앞에 앉게 되다니. 그리고 듣게 되는 그녀의 이야기, 그리고 그녀도 역시 자신을 좋아했었다는 고백. 이처럼 이 두 사람은 고백도, 사연도 모두 늦었던 안타깝고 아픈 기억들을 갖고 있었다. 그리고 다시 붙잡을 수 없는 그녀를 놓아주며 아련하고도 아픈 기억들과 삶의 기억들을 가슴 한켠에 묻어둔다. 그리고 정동진으로 여행을 가려는 사람들에게 당부의 말로써 글을 마친다.

 

남편과 결혼전 갔던 처음의 여행장소는 정동진이었다. 부산에서 밤새 운전을 하고 도착한 정동진역에서 인증샷을 찍고 주차장에서 밤새 추위와 싸우면서도 춥지 않았다. 그건 우리의 사랑의 열기때문일거다. 이렇듯 누구에게든 어떤 장소, 물건에 대한 자신만의 이미지, 느낌을 갖고 있다. 나에게 정동진은 우리만의 여행지였고 속초에서 먹었던 맛있는 물회를 회상하게 하는 멋진 장소이다. 그러나 누구에게는 그 장소가 아픔의 장소, 삶의 애환이 묻어있는 곳일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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