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의 예언 1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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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누군가 당신의 전생을 알려준다면, 또는 미래를 보여준다면 알고 싶은가? 순간의 호기심과 기대감에 예스!를 외치고 그 세계에 발을 담근 순간 헤어나오지 못할지도 모른다.

[ 자네가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게 있네.
(현재의) 우린 과거를 바꿀 수는 없지만 미래에는 얼마든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 (p.24) ]

우리나라에서 두터운 팬층을 갖고 있는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신작 <꿀벌의 예언>을 읽어보았다. 2권 800여 페이지의 긴 이야기였지만, 흥미로운 소재와 시공간을 넘나드는 흐름에 빠져들어 읽다보면 역사 속 인물들과 함께 시간여행을 마치게 된다.

역사학자이자 최면술사인 주인공 르네 톨레다노는 오팔과 유람선에서 최면 공연을 한다. 최면을 통해 관객들이 각자의 과거와 미래를 경험하게 하는데, 베스파 로슈푸코라는 지원자를 통해 30년 후 2053년의 지구를 만나게 된다. 인구 폭발의 시대에 혼란스러운 미래 세상에서 사람들은 기상 악화로 폭염의 겨울을 보내고 있다.

[ 2053년에 세계 인구는 150억이 된다. 그런데 꿀벌의 실종으로 식량 생산이 급감하자 세계적으로 갈등과 긴장이 고조된다. 곳곳에서 국지전이 벌어지다 결국 세계 대전으로 번진다. 일명 배고픔의 전쟁으로 불리는 제3차 세계 대전이 발발하는 것이다. ]

르네의 미래인 '르네63'은 이러한 미래의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엄청난 비밀이 <꿀벌의 예언>이라는 책에 담겨 있다는 단서를 남기고, 르네는 십자군 기사인 살뱅 드 비엔이 쓴 예언서 <꿀벌의 예언>를 찾기 위해 과거로 퇴행 최면을 걸게 된다.

한편 르네는 일자리를 위해 본인의 논문 지도교수인 소르본대학의 알렉상드르 랑주뱅 교수를 찾아가면서 역사학자인 알렉상드르와 그의 딸 멜리사를 알게 된다. '퇴행 최면'이라는 다소 황당무계한 말에 처음엔 비웃음을 사지만 호기심에 시도해 본 과거로의 여행에서 르네와 알렉상드르, 멜리사를 비롯한 책의 등장 인물들의 인연이 전생에서부터 계속된 것임을 알게 되고 최면을 통해 현재에서 과거, 미래를 오가며 예언서를 찾기 위한 갖가지 사건들을 겪어나간다.​

등장인물들이 각각 다른 시대를 전공한 역사학자이고 어원에 해박한 지식을 갖추고 있으며 꿀벌을 연구하는 곤충학자인 설정은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기에 필연적인 요소였다. 각기 다른 시기의 역사적 사건이나 배경에 대한 주인공들의 풍부한 전문 지식의 서술이 역사 소설의 흥미를 더해준다. 한 예로 유람선 공연장의 이름이 가두어 두어야 것들로 가득찬 신비의 상자인 '판도라의 상자'이고 최면을 통해 어쩌면 모르는 게 더 나았을 전생의 고통스러움까지 알게 된 것, '다시 태어남'이라는 뜻의 이름을 가진 주인공의 '르네'의 전생의 체험, 꿀벌과의 연결고리가 마치 운명인 듯 이름에 그 뜻을 담고 있는 살뱅 드 비엔, 멜리사, 드보라 그리고 말벌-베스파의 연관은 인물들의 이름 선택에도 숨은 의미를 담은 작가의 의도를 알아가는 재미가 있다.

전생과 최면, 십자군 전쟁이라는 서양의 역사적 배경, 기독교, 이슬람교, 유대교를 아우른 종교적 흐름과 갈등, 구부러진 시간과 슈뢰딩거의 고양이로 등장하는 양자 역학까지 다양한 분야의 관점을 담았지만 결코 복잡하지 않게 잘 녹여낸 글의 흐름이 돋보인다.

#꿀벌의예언 #베르나르베르베르 #열린책들 #미자모까페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직접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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