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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물건 - 물건들 사이로 엄마와 떠난 시간 여행
심혜진 지음, 이입분 구술 / 한빛비즈 / 2022년 10월
평점 :
1950년대에 태어나 지금까지 대한민국의 눈부신 발전을 직접 겪은 70대 엄마와 어린 시절 기억 속 엄마의 나이가 된 40대 딸의 '물건들 사이로 엄마와 떠난 시간 여행'을 한 책, 《엄마와 물건》이다.
'심혜진 지음, 이입분 구술'. 엄마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쓴 글이면서 엄마의 성함(본문에 따르면 오랜 기간 집에선 옥자라고 불렀고 공식적으로 '입분'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면서 쑥스러우면서도 기분이 좋았다는 부분이 기억에 남는다.)을 책 표지에 남겨준 작가님 센스에 박수를 보낸다. 이입분님 덕에 이런 생생한 이야기를 듣게 되어 감사합니다.
처음엔 엄마와 딸의 도란도란 추억을 남겨본 수필일까, 아니면 멀리 떠난 엄마를 추억하며 눈물 팡팡 쏟게 할 이야기일까 하며 읽었는데, 모녀의 소소한 일상 에피소드에 시대상이 반영된 자료며 신문기사까지 담겨 있어 현대 생활사의 사료(史料)라고 봐도 될 것 같은 책이다.
지금 너무나 당연한 것처럼 쓰는 물건들을 처음 사용하기 시작한 시절의 이야기들이 너무나 정겹고 눈에 선하다. 어릴 적 시골 할머니 댁에서 신기하게 보았던 물건들 하나하나에 가족들의 역사와 손길이 묻어있었겠다 싶은 생각에 열 살이던 나를 만나게 해준 책이었다.
사물들마다 정겨운 그림들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김 솔 대신 북어 꼬리에 기름을 발라 김을 재운 이야기, 양변기가 보급되기 전엔 요강을 쓰거나 마당 저편에 있는 변소에 가느라 무서워서 가족들 깨워서 간 이야기, 치약을 쓰기 전에는 소금이나 모래(!)를 손에 뭍혀 쓱쓱 닦았다는 이야기, 허술한 비닐 우산은 한두번 쓰면 망가지기 일쑤였는데 좋은 메이커 우산이 생기곤 아끼고 아껴서 쓴 이야기 ... 스물 하나의 이야기 어느 것도 버릴 것이 없다.
당시의 가정과 사회에서의 남녀의 역할에 따른 생활소품과 가전제품의 도입이 해석되는 점이 다소 의외였다. 청소기나 다리미, 세탁기들의 생활가전이 생기면서 집안일이 좀 더 수월해지자 가정주부들이 할 일이 없어진다거나 복에 겨워 정신이 해이해진다는 투의 당시의 평가는 다소 당황스럽다. 오늘날 관점에서는 다소 뜨악할 포인트도 있지만, 보수적이고 가부장적인 관점 그 또한 우리나라 역사의 흐름이었던 것이다.
엄마 세대의 물건에 담긴 배경과 변화를 알아보니 어른들이 그렇게 아끼고 아끼는 습관도, 늘 허릿병을 달고 산 것도 이해가 되는 시간이었다. 요즘 엄청나게 발전한 가전제품을 사용하는 젊은 사람들을 보면 어른들은 어떤 생각이 드실까. 또 우리가 어른 세대가 되면 "그 때는 말이야.." 하면서 물건에 담긴 추억을 얘기할 때가 오겠지. 물건을 통해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생각하게 한 책, 《엄마와 물건》이다.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직접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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