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자기 뼈의 운명을 알겠는가 - 하이드리오타피아, 유골 항아리 매장에 관하여
토머스 브라운 지음, 공진호 옮김 / 아티초크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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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책표지랑 제목만 봐서는 무슨 내용인지 감이 안 왔고,

토마스 브라운이 누군지도 몰랐다.


​근데 목차에 실린 두 편의 짧은 글을 쓴 저자는 

내가 너무 잘 아는 이름이었다.



장강명과 버지니아 울프.


한 사람은 이 시대에 이 책의 추천사를 썼고,

한 사람은 100여 년 전에 토머스 브라운의 글을 읽고 서평을 썼다.


​그것만으로도 나는 이 책이 궁금해졌다.



"이대로 다시 죽어 

두 번 묻히게 두고 싶지 않았다네"

p.28


책은 저자가 친구에게 보내는 헌사로 시작하는데

거기엔 이 글을 쓰게 된 계기도 언급된다.


​1650년대 영국 노퍽의 한 들판에서 수십 개의 유골 항아리가 발견됐는데, 그것이 누구의 유골인지는 알 수 없었다.


의사였던 저자에게 유골 항아리의 뼈를 들여다보는 일은 본업과도 연관된 일이라, 잠시 관심을 받다가 다시 잊힐 유골을 그냥 흘려보내지 않고 시대의 한 조각으로 기록해 두고 싶었다고 한다.



10장의 색인, 320여 개의 고유명사


유골 항아리에서 시작된 글은

죽은 몸을 처리하는 매장과 화장,

미라와 유골의 보존까지,

시대와 지역에 따라 인간이 죽음을 다뤄온 온갖 방식과 죽음 이후에 대한 생각으로 계속 뻗어 나간다.


​그 과정에서 성경과 그리스·로마 신화는 물론이고

역사 속 인물과 철학자까지 끊임없이 불려 나온다.



주석과 본문을 오가며 정신없이 읽는 와중에도

버지니아 울프가 극찬했던 토머스 브라운의 문체가 눈에 들어왔다.


문장은 길지만 생각보다 잘 읽히는 편이었는데,

하나의 생각에서 또 다른 사례와 비유를 끌어오며 문장을 이어가는 방식 때문인 것 같았다.


이런 문장을 368년 전에 썼다는 게 놀라웠다.🫢



"불멸하는 것이라곤 

'불멸' 그 자체뿐이다."

p.123


이름 모를 유골 항아리에서 시작해서,

위대한 업적을 남긴 영웅과 왕의 이야기까지 갔지만

결국 끝까지 남아 우리에게 도달한 건

다시 이름 모를 유골 항아리다.


​인간은 자신이 어떻게 기억될지,

자신의 사후를 통제할 수 없다.


이 책의 저자조차 자기 두개골의 운명을 몰랐으니까.




여러 사례와 어휘를 자유롭게 조합해 새로운 의미로 확장하는 문체가

높게 평가받을 만하다는 데는 동의한다.


​내게 이 책은 시대를 초월한 작품이라기보다,

한 시대의 사유가 선명하게 담긴 글에 가까웠다.


​책을 읽고 나선 17세기에 남겨진 질문 앞에

한동안 머물렀다.


"흘러가는 순간이 

덧없고 지겹게 느껴질 때는 

브라운을 펼칠 때다"

버지니아 울프 p.15



ⓒ 다락글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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