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뮤얼도 죽음에 대해 생각해 보고, 나름대로 지론을 세우기도 했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죽음이 존재한다고 믿지는않았다. 죽음은 자신과는 동떨어진 건 줄 알았다. 주위의 모든 사람들도 불멸의 존재였다. 그런데 죽음이 현실로 다가왔을 때 그것은 무모한 침입자였고, 그에게 깊이 각인되어 있던불멸성을 부인했다. 그렇게 해서 그가 쌓아 놓은 벽에 금이 갔고, 이윽고 벽 전체가 무너지고 말았다. 내 생각에 그는 죽음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죽음은 개인적인 적이었고, 그가 거뜬히 이겨 낼 수 있는 것이었다.
라이자에게 그것은 단지 죽음일 뿐이었다. 약속되고 예정된 것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주저앉지 않고 자신의 일에 충실할 수 있었다. 마음은 심란했지만 오븐에 콩을 넣고, 파이를여섯 개나 굽고, 조문객들에게 음식 대접을 하기 위해 얼마큼의 음식이 필요한가를 정확히 계산했다. 또한 슬픔 속에서도새뮤얼이 깨끗한 흰 셔츠를 입었는지, 검은 옷에 솔질을 해 먼지를 털었는지, 그리고 구두를 까맣게 칠했는지 챙겼다. 당연한 말이지만 훌륭한 결혼 생활을 이뤄 가기 위해서는 이처럼성격이 다른 두 사람이 만나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 P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