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아름다움이라고 명명되는 시절이 찰나에 불과하다는 것을 가르쳐준 재희는, 이제 이곳에 없다.
나는 결국 풍등에 두 글자만을 남겼다.규호.그게 내 소원이었다.
그렇게 한참 동안 의미 없는 메시지를 주고받다보면 갑자기 바람빠진 풍선처럼 모든 게 다 부질없어지곤 했는데, 그가 나에게 관심 있는 게 아니라 단지 벽에 대고서라도 무슨 얘기든 털어놓고 싶을 만큼 외로운 사람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그를 안고 있는 동안은 세상 모든 것을 다 가진 것 같았는데.마치 우주를 안고 있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