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먼지 속을 헤매고 있는 것처럼 막막한 기분이 들때가 대부분이지만 가끔 손에 뭔가 닿은 것처럼 온기가 느껴질 때가 있다. 나는 감히 그것을 사랑이라고 부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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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애쓰지 마. 어차피 인간은 다 죽어.

그게 엄마가 할 말이냐고, 묻고 싶었다. 왜 이렇게 됐는지 묻는 게 순서가 아니냐고, 사실 내내 내게 묻고 싶은 말이 있지 않았냐고, 물어봐야만 할 게 있지 않냐고, 묻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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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껏 글이라는 수단을 통해 몇번이고 나에게 있어서 규호가, 우리의 관계가, 누구도 침범할 수 없는 둘만의 특별한 어떤 것이었다고, 그러니까 순도 백 퍼센트의 진짜라고 증명하고 싶었던 것 같다. 온갖 종류의 다른 방식으로 규호를 창조하고 덧씌우며 그와 나의 관계를, 우리의 시간들을 온전히 보여주고자 했지만, 애쓰면 애쓸수록 규호라는 존재와 그때의 내 감정과는 점점 더 멀어져버리고야 만다. 진실과는 동떨어진 희미한 것이 되어버리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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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내가 냉동 블루베리를 맛있게 먹는 걸 본 이후로 재희는 마트에서 장을 볼 때마다 벌크 사이즈의 미국산 냉동 블루베리를 사다 냉동실에 넣어놓곤 했다. 나는 보답처럼 재희가 좋아하는 말보로 레드를 사서 냉동실 블루베리의 옆자리에 올려놓았다. 재희는 새 담배를 꺼내 피울 때마다 입술이 시원해서 좋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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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많은 시간이 지난 후에, 둘이 함께 누워 있던 밤에, 규호에게 물었던 적이 있다. 카일리가 있음에도 그때 왜 선뜻 나와 사귀기로 했냐고.
그러거나 말거나, 너였으니까.
그래서나 그러나 혹은 그럼에도 불구하고가 아니라 그러거나 말거나, 너였다고. 나는 그 말이 좋아서 계속 입 안에 물을 머금듯이 되뇌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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