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키겠습니다, 마음 - 직장에서 감정노동에 시달리는 나를 위하여
김종달 지음 / 웨일북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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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어느 10년차 직장인의 성취, 자기계발서의 탈을 쓴 심리학. 


 언젠가 퇴근길 광역버스 안에서 본의 아니게 누군가의 통화 내용을 엿들은 적이 있다직장 상사에게 지난 회의 중의 태도가 불량했다고 지적을 받은 모양이었다  줄로 요약 가능한 이야기를 본인 휴대폰에 저장된 모든 회사 동료들에게 꼬박 한시간 동안 반복하고 있었던 것이다
 두 가지 생각을 했다직장 동료를 저렇게나 많이 알고 지내는구나하는 것과저사람의 '멘탈' 괜찮을까 하는 것이었다전화 너머의 누군가나옆에서 듣고있던 나같은 3자도 마음이 편치는 않겠지만그중가장 고통스러울 사람은  본인일 것이기 때문이다

'
직장인이라는 대명사혹은 종족이 갖는 '애환' 직장인이라는 단어와 거의 동일시 여겨지고 있다모든 부속이 기계처럼 맞물려 돌아야 하는 회사라는 집단에서사람은 기계가 아니기에 쉽게 마음의 병을얻고 삐걱댄다덕분에 시중에는 이런 직장인들을 위한 갖은 테라피가 적잖이 쏟아져 나온다하지만 대부분 처세에 관한 내용에 집중을 하고 있다회사속의  개인을 하나의 톱니바퀴라고 했을때처세술은다른 바퀴들과 맞물리는 '톱니를 다듬는 방법' 대해 이야기 하고 있는 것이다물론 중요하지만정작직장에서 얻는 마음의 병은 톱니가 아닌 바퀴의 축이 녹슨것과 같다 안쪽의 중심 축이 삐걱거리는데톱니만 갈고 닦아봐야  바퀴는 오래 버티지 못하고 떨어져 나오고 말것이다
 

[지키겠습니다, 마음] 외부로 부터가 아닌 내부로 부터 중심 축으로부터 나를 보호하는 고민이 담긴 책이다책을 읽다보면 내가 심리학 전문 서적을 읽고 있던가 하는 착각이  정도로 사람 마음의 메커니즘과 그에 대한 이해와 작용에 놀랍도록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다는 것을   있다 놀라운것은  내용을 정리한 사람이 심리 전문가가 아닌 10년차 직장인 이라는 것이다단순히 경험에서 나온노하우를 정리한 것이 아니라 많은 공부와 조사를 바탕으로 하고 있구나라는 것을 읽는 내내 느낄 있었다

 직장생활 10년이면 위와 아래를 모두 경험했을 위치인데하급자에서 상급자로  역할이 변화함에 따라 톱니의 형태도 변해야 한다그러나 저자는  일련의 변화속에서 변하지 않는 중심에 대해 다양한 사례와 비유를 들어가며 최대한 친절하게 독자들을 이끌고 있다

 

사실 아주 소규모 스튜디오에서 일을 하고 있는 필자는 책에서 주로 다뤄지는 일반적인 형태와 규모의직장에 대한 경험이 전무하기 때문에 책이 타겟으로 하고 있는 독자는 아닐수도 있다그럼에도 책을 읽으면서 많은 부분에 공감을 하고 고개를 끄덕일  있었는데저자가 이야기 하는 마음의 작용들은 단지 회사에서 뿐만 아니라친구가족연인  모든 관계와 환경에서 일어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장애인이나 노약자 같은 소수자도 이용이 가능하게 설계하면일반적이 조건의 모든 사람들이 사용 가능한 것이라는 '유니버셜 디자인이라는 개념이 있는데마찬가지로 직장이라는 스트레스가 응축되는특수한 상황에서 적용 가능한 심리도구는 보다 일반적인 상황에서도 적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지키겠습니다, 마음 '유니버셜 심리학이라고 불러도 될것 같다실제로도 책에 등장하는 스트레스 상황과극복 방법들을 읽으면서 머릿속에 가족연인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들이 자연스래 연상이 되면서 많은 아이디어를 얻었다

책을 읽기 전에는 주위 환경이 변하질 앟는데  관점을 바꾼다고 해서 나아질 것이 뭐가 있을까조금회의적으로 생각을 했었다책에서도  방법을 실천한다고 해서 환경이 바뀔 것이라고 이야기 하지 않는다그러나 결정적으로 저자가 하는 이야기를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이유는책의 본문에서도 이야기 하듯이 이런 태도의 변화를 통해 책이라는 형태의 결과물을 만들어낸 본인의 체험  자체가 그의 말에 힘을 싣고 있기 때문이다직장을 관둔것도 아니고 전업 작가는 더더욱 아닌 당신에게 제대로  책을  써보라는 질문을 스스로 던져보면 이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쉽게 가능할  있을 것이다


책에 등장하는 많은 이야기들을 통해 저자는 ''이라는 결과물을 만들어 냈지만,  다른 누군가는  다른 형태의 멋진 결과물을 만들어  것이다손에 잡히지 않기에 소홀하게 생각하는 마음을   체계적으로 이해하고 지켜내는 것에서부터직장과 삶에서의 중심이 타인이 아닌 내가   있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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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한 계단 - 나를 흔들어 키운 불편한 지식들
채사장 지음 / 웨일북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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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소리로는 들을 없는, 글로만 있는 이야기들.
그리고 이기에 있는, 어디에서도 듣지 못할 이야기들.

타인의 역사를 통해 '당신은 책에서 지푸라기라도 잡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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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래에 쓰이는 유행어중에 '반박불가' 라는 말이 있다. 너무나 맞는 말이라서 반박을 수가 없다는 얘긴데, 반박 불가능한 것들에 대한 고민으로 밥벌이를 하는 사람들이 과학자와 철학자들이다. 그런데 이런 사람들 외에, 반박불가능한 것들을 합치해나가는 과정을 삶의 방식으로 정해놓고 살아가는 사람이 있다. <열한계단> 서문에서 채사장은 밝힌다. 자신의 성장은 언제나 변증법적인 방식으로 이루어 졌다고.




 

"다만 생존하는 것이 아니라, 인생을 산다는 것. 그것은 무엇일까?" p5

팟캐스트 '지대넓얕'에서 특유의 목사님 말투로 인기를 끌고 있는 채사장의 번째 신간 <열한계단> 출시되었다. 그는 사회의 다양한 이면을 알기 쉽게 풀어내는데 탁월한 재능을 갖고 있다. 이전 저작인 <시민의 교양>에서도 복잡해서 많은 이들이 알기를 포기했던 사회의 구조를 너무나 이해하기 쉽게 정리해놓아 꾸준히 사랑을 받고 있다. 반면, 여러 현상들을 알기 쉽게 풀어내던 것과는 다르게 정작 채사장 본인은 가장 알기 어려운 사람이었다. 종종 공존하기 어려워 보이는 생각들이 공존하고 있는것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미스테리에 관심이 많다는 그의 자기소개 멘트 만큼이나 없는 신기한 인간형이었다. 팟캐스트나 많은 강연 중에도 파악하기 어렵던 그가, 이상 외부 세상이 아닌 자신 안의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열한계단> 채사장이라는 인간의 고민이 너무도 녹아있는 책이다.  

 



"'살다 보니 보편적 진리는 없었다'라고 선언할 기회는 청년들에게너무나 많이 남아 있다." p135
 

책의 목차를 훑어보면, 문학, 종교, 철학, 과학, 위인 굵직한 주제들에 대해 소개하는 인문서처럼 보인다. 인문학 열풍이 이후로 고전과 같은 소재들을 빌려와 자신을 드러내는 방식의 책은 이미 익숙하다. 걔중 대표적으로 크게 성공한 박웅현의 <책은 도끼다> 떠오른다. 내용도 충실하거니와 드러난 가치관이 나와 매우 비슷해서 개인적으로도 매우 좋아하는 책인데, 이번에 <열한계단> 읽으면서 책이 많이 떠올랐다. 이유는 책이 비슷해서, 라기 보다는 오히려 많이 다르기 때문이었다. 살다보면 나와 놀랍도록 비슷한 사람과 반대로 완전히 다른 사람을 경험하게 되는데, 내게 있어 전자의 유형이 박웅현이었고 후자의 경우가 채사장이다. 박웅현의 책은 내가 지금까지 어렴풋이나마 생각하던 것들을 명료하게 정리한 느낌이었다면, 반대로 채사장의 이야기는 나와 너무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보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세상에 절대적인 것은 없다고 생각해서, 확신에 가득찬 언어를 신뢰하지 않는 나와는 다르게, 확실한 진리로의 탐구를 이어가는 채사장의 이십대는 나와는 반대에 있는 사람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처음에 이야기 했듯이 <열한계단> 전체를 관통하는 변증법적인 접근방식은 오히려 나같이 반대에 있는 사람에게 많은 질문을 던지는 책이었다.

 



"혼자만의 시간 속에서 가득 채워진 자는 세상으로 나아가 스스로를 비워내는 몰락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는것이다." p147

<
열한계단> 전혀 보편 적용이 되지 않는, 지극히 개인적인 책이다. 자신과 반대의 것들을 통합해 감으로써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방식은 출발과 결론이 모든 사람에게 있어 제각각일수 밖에 없기에, 책에서의 "열한계단" 채사장 개인만의 계단인 것이다. 그렇기에 누군가에게는 책의 끝인 채사장의 열한번째 계단이 받아들이기 어려울지도 모르겠다. 나은 삶의 방식을 제안하는 다른 인문서와는 다르게, 종래에는 바깥의 이야기로 나아가는 그의 이야기가 당장 현실에서 너무 멀어져 버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수도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내용에 대한 동의 여부가 아니라 그것들을 통해 그가 던지는 질문, ' 그래서 당신은 지금 어디쯤에 서있는가?' 있다. 과감히 '광장' 자신을 드러내어 질문을 던지는 그의 용기는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우리는 단 한 순간도 자아의 외부로 나가본 적이 없다. 현실, 꿈,사후의 현상은 다만 나의 의식에 의해 구성된 산물일 뿐이다. 세계란 내 마음의 반영이다.

그래서 어쩌면 모든 '나'라는 존재는 태생적으로 자폐아일지 모른다. 우리는 세계의 실체와 대면해본 적이 없고, 타자의본질에 닿아본 적이 없다. 우리가 궁극에 이르러 하나의 의식으로 수렴할 때까지, 모든 나란 존재는 그렇게 홀로 무한한 시간 동안 세상을 여행할것이다." p396


우리는
누구나 '' 벗어날 없다고, 다소 회의적인 어투로 말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채사장의 생각이 내게로 넘어와 다른 생각을 만들어 내는것과 같이, 우리는 여전히 내가 갖고 있지 않았던 것들로부터 명백하게 영향을 받으며 살아간다. 그런 점에서 책은 내게 가지 아이디어를 주었다. '' 라는 사람을 명확히 이해하는 방법, 그리고 그만큼 또렷한 타인이라는 다른 '' 있다는 . 나와 타인은 자신의 울타리를 벗어날 없기에 영원히 오해를 하며 살아가야 운명이라 하더라도, 끊임없이 어떤 영향을 주고 받을 것이라는 것만은 분명하다. 그가 던진 질문들이 작은 파장이 되어 언젠가 나를, 많은 이들을 다음 계단으로 이끌 것이라 확신하게 되었다.





"어떤 삶도 괜찮다. 계단의 중간에서 멈추든,  계속 오르든. 우리는 행복하거나, 성장할 것이다." p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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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도에 갈 때 당신이 가져가야 할 것
윤승철 지음 / 달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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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도에 갈 때 당신이 가져가야 할 것 / 윤승철]

'무인도에 당신이 가져가야 .'


책을 읽고 나서야 뒷장의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요즘 비슷한 류의 책을 여러권 접하다보니 디테일에 대해 조금 무뎌진 감이 있었는데, 좋은 제목이라는 생각이라고 생각했다.


무인도에 가기 위해 꾸려야 짐들을 상상해보다보니 기본적으로 먹고 살기 위한 물건들이 먼저 떠오른다. 하지만 '무인도에서 산다는 ' 무슨 의미이며 무엇을 위한 것인지, 조금만 생각의 꼬리를 늘리다 보면, 처음 생각만큼 그렇게 단순하지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국내외
여섯개의 섬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여행 에세이라기 보다는 인간이라는 내면의 섬으로 떠나는 이야기에 가깝다.

남극, 사막, 정글 "외로울 수밖에 없는 곳들을 모조리 다녀봤다." 라고 말하는 저자는 진작에 자신만의 삶을 찾아가고 있는듯하다. 지금까지의 지친 자신을 떨치고 멀리 떠나기로 결심했다, 종류의 이야기들은 수도없이 들어 왔지만, 책에서는 처음부터 마치 그곳에 있었던것 처럼, 새로움에 대한 경이로움 보다는 익숙함이 느껴진다.


사이사이의 예쁜 사진들 속에 가끔씩 바다를 향하고 있는 사람의 윤곽이 보이는데, 사방이 바다인 섬에서의 생활 대부분은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것일 거라고 짐작해본다.





무인도는 이름에서부터 사람은 철저하게 외지인이다. 누구도 그곳에서 태어나지 않았을 것이며 앞으로도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떠올려보면 더더욱 곳에 머무르고 있는 순간이 특별하게 느껴지진 않을까. 완전한 타자이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온전한 자신만의 공간을 허락하는 그곳은 누가 다녀간다 해도 저마다 완전히 다른 경험을 하고 돌아가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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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이라니, 좋잖아요 - 우리나라 작은 섬 텐트에서의 하룻밤 벨라루나 한뼘여행 시리즈 3
김민수 지음 / 벨라루나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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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이라니, 좋잖아요 - 김민수]

 

 나만의 바다를 갖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아무개의 바다' 라고 찍힌 증명서를 만들기 위해 어마어마한 돈을 준비해야 할 지도 모르겠지만, 다른 방식으로 자기만의 바다를 누리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백패커(Backpacker)'라 불리는 사람들인데.. 백패커라니, 가방(Backpack) 매니아들인가? 라고 생각 할 수도 있지만 속뜻은 백팩에 장비와 식량을 채워넣고 여행을 다니는 사람을 의미한다. 그럼 배낭여행족을 말하는건가 싶지만 내가 이해하기로는 배낭여행이 움직이기 위한 여행이라면 백패커들의 여행은 머무르기 위한 여행이다.



'섬이라니 좋잖아요' 에는 백패커인 저자가 국내의 수 많은 섬을 돌아다니면서 기록했던 사진과 글들로 가득하다. 벨라루나 한뼘 여행 시리즈의 세 번째 책으로, 지역별 숨은 여행지들에 대한 내용이 정리되어 있다. 얼마전에 리뷰했던 '주말에는 아무데나 가야겠다' 가 국내의 오지 특집(?) 이었다면, '섬이라니 좋잖아요'는 국내의 여러 섬들을 망라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섬'이라고 하면 '사람은 섬이다' 라는 문장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데,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섬들도 제주도와 같이 잘 알려지고 북적이는 섬이 아닌, 인적이 거의 드문 관념속의 그 섬들이다. 자칫 잘못하면 비바람에 고립될 수 있는 위험한 그런곳에서 대체 무얼 할까 싶지만, 책을 펴보면 그런 생각은 말끔히 잊혀지고 당장 내가 저 안에 있을 수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세상을 감싸고 있는 바다와 별이 촘촘히 박힌 밤하늘, 노란 불빛을 밝히고 있는 텐트의 모습을 보면, 구구절절 설명을 하지 않아도 왜 그곳까지 찾아가게 되는지 알 수 있게 된다.



특히 책에 실려있는 사진들이 너무 좋아서 따로 사진집을 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지면상 어쩔수없이 작게 실려있는 사진들을 뚫어져라 가까이서 보기도 하며, 책을 읽는동안 만큼은 우리나라 바다 곳곳을 누리는 기분을 즐겼다.

 

책을 읽다가 어느 한 문장에서 정말 뜬금없이 가슴이 먹먹해지는 때가 있었다.
'손과 손에 촛불을 들고 함께 노래 부르며 촉촉이 젖어갔던 그 밤, 무엇을 느꼈든 관매도에서의 하루는 그들의 마음속에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추억으로 남게 되리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주 가끔 너무 행복한 순간 한 가운데에 있다 보면, 지금 이 시간들이 매 순간 추억으로 멀어지고 있다는 그리움이 마음을 콕콕 찌를때가 있는데, 책 속의 문장과 사진들에서 느낄 수 있는 행복감이 나를 자극했기 때문이다.


돈이 아닌 그런 경험들을 많이 가진 사람일수록 더 부자라는 생각에, 책의 저자가 정말 부럽기도 했다. 돈 주고도 갖지 못할 바다를,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온전히 자신만의 공간으로 누리는 경험이 꼭 한번 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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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는 아무데나 가야겠다 - 우리가 가고 싶었던 우리나라 오지 마을 벨라루나 한뼘여행 시리즈 1
이원근 지음 / 벨라루나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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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는
아무데나
가야겠다

이원근 지음

 얼마전에 일때문에 찾은 경기도 광주에 위치한, 산지기들이 머문다는 산장을 찾은적이 있다. 서울에서 불과 한시간이면 닿는 곳이지만 사람이 거의 살지 않는 동네라서 그 산장에 가만히 앉아 커피와 함께 즐기던 적막감이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 도시의 사람들에게 ‘무소음’이란 시계 광고문구에서나 볼 수 있는 단어인 것이다. 이리 저리 시달리며 살다보면 저 깊숙히 아무도 없는 어딘가에 들어가서 단절이라는 것을 누려보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 하지만, 막상 실천으로 옮기는 길은 해외여행 보다도 멀게 느껴지는건 나 뿐만은 아닐 것이다. 
 그 이유는 몇 가지 무지와 그에 따르는 두려움일텐데. 먼 나라 골목 구석 구석, 잠자리, 먹거리까지 상세하게 소개되어있는 수 많은 여행정보들이 넘치는 반면, 아무도 모르는 적막한 동네는 정말 아무도 모르기 때문인지, 숙소나 음식에 대한 것들은 커녕 어디쯤에 있고 어떻게 가야하는지 조차 정보를 얻기가 매우 힘들다. 살벌한 이야기의 영화 <곡성>을 보면서도 배경이 되는 동네의 아름다움이 먼저 눈에 들어올 정도였으니 ‘오지’에 대한 내 갈증은 생각보다도 더 컸던 모양이다. 
(사실 오지는 아무 것도 없는 곳이 아니라 사람을 제외한 모든것이 가득한 곳이다. 그런 의미에서 도시에서의 생활은 풍족한 것이라기 보다는 극단적인 결핍의 삶이다.)

이런 내 앞에 이런 책이 나타났다.

<주말에는 아무데나 가야겠다>
주말에, 그리고 아무데나라니. 무척 혹하는 제목이다. 그런데 그 부제가 더더욱 멋지다. 

<우리가 가고 싶었던 우리나라 오지 마을>
이거야말로 내가 정말 원하던 완벽한 제목의 책이 아닌가. 

마치 내 마음을 읽고 써낸 제목같아서 기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실용서적을 전문으로 다루는 벨라루나의 한뼘여행 시리즈의 1편으로, 여행사를 업으로 삼고 있는 저자가 직접 다녀온 국내 55개소를 지역별로 나누어 소개하고 있다. 매주 주말, 1년 내내 움직여도 다 못 가볼 어마어마한 양이다. 각 지역별로 사진들, 교통편, 추천 코스, 저자의 토막 경험 등으로 간결하게 정리해 놓았다. 
 이런 안내서가 나올때마다 기쁘면서도 한 편으로는 더 이상 비밀이 아니게 되는것 같아서 걱정도 함께 하게 되는데, 책을 읽다보니 당분간은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지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일단 자가 차량이 없으면 접근조차 불가능하고, 여행자를 위한 편의시설이라고는 찾아 볼 수 없는 곳이 대부분 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나같은 뚜벅이는 이 책을 아무리 들여다 본들 큰 소용이 없었다. 그래서 한국 곳곳에 숨은 아름다운 풍경을 사진으로 나마 구경하는 것으로 만족해야만 했지만 약간의 조건만 갖춰진다면 소개되어 있는 모든 지역을 돌아보고 싶다. 
 이 좁은 한국 땅에 사람들이 가득 들어차서 살고 있다고 착각하지만, 아무 것도 닿지 않는, 인적을 찾기가 힘든 동네도 얼마든지 있다는 사실이 무척 새롭게 느껴졌다. 나 뿐만 아니라 나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제대로 활용 할 수 있을것 같진 않지만 분명 언젠가 종종 꺼내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책이다. 실제로 쓰임이 있기 때문에 실용 서적이 아닌가. 분명히 아무나 갈 수 있을법한 곳들은 아니지만 여건도, 의욕도, 용기도 모두 갖췄는데 도저히 어딜 가야 할 지 모르겠다 하는 사람에게는 큰 도움이 될거라 생각한다. 


*강원도 태백의 권춘섭집앞 역. 
주위에 있는거라곤 권춘섭씨의 집 밖에 없어서 역 이름이 이렇다고 한다. 사실 역 이름보다도 저런 동네에 정류장이 있을 수 있다는것 자체가 신기했다. 

이 책을 읽다보니 새삼 한국이 생각만큼 좁지는 않구나 하는 생각을 하다가 예전에 프랑스에서 온 친구와 했던 대화가 떠올랐다. 1박2일로 부산을 다녀온다던 그 친구가 신기해서 서너시간씩이나 들여서 그 먼데를 이틀만에 다녀 오냐고 물었더니 그정도는 유럽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 란다. 그 친구는 한국에 머물렀던 2년 남짓동안 내가 평생 돌아다닌것 보다도 더 많은 곳을 경험하고는 돌아갔다. 정보를 얻기가 워낙 쉬워진 시대라서 방 구석에 만 있어도 마치 이 넓은 세상을 다 돌아본것 같은 착각을 하기 쉽지만 저마다, 그리고 생각하기에 따라 세상은 넓어지기도, 좁아지기도 한다. 어쨌든 변하지 않는 것은 가보지 못한 수 많은 멋진 장소가, 스크린이나 책 속이 아닌 서너시간쯤 떨어진 어느 곳에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주말에는 아무데나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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