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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경제적인 하루 - 잘못된 선택 때문에 매일 후회를 반복하는 당신에게 권하는
박정호 지음 / 웨일북 / 2017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경제적인 삶을 위한,
아주 경제적인 선택.

[아주 경제적인 하루]

박정호

 얼마 전 봤던 영화에서, 주인공이 중요한 결정을 앞두고 무당을 찾아가 조언을 구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너무나 진지하게 무당의 말을 경청하는 모습에 실소를 했던 기억이 있다. 그땐 웃었지만 사실 그 심정이야 이해 못할 것도 없다. 무엇 하나 확실하지 않은 현실 속에서 초월적인 존재에게 의지하려는 마음은 인간의 본능에 가까운 모습이기 때문이다. 결정을 내려야 하는 순간마다 초월자에게 물어볼 수 있다면 아주 편리하겠지만, 당연히 그럴 수 없는 경우가 절대적으로 많다. 자장이냐 짬뽕이냐를 선택하기 위해 신점을 보러 갈 수는 없지 않은가?

이 말에 동의한다면, 당신은 자장/짬뽕의 선택 이전에 이미 하나의 선택을 했다. 바로 신점이 아니라 본인 스스로의 판단을 믿겠다고 말이다. 이 당연한 이야기가 당연할 수 있는 이유는 누구나 자장/짬뽕의 선택에 들여야 하는 적절한 시간과 비용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배가 고픈 상황에서 5천 원짜리 자장면 혹은 짬뽕을 먹기 위해 1시간 거리에 있는 점집에 몇 배의 돈을 들이는 것은 누구나 이율배반적이라고 생각을 한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맛있는 우동을 먹기 위해 당일치기로 비행기 타고 일본 맛 집을 찾아가는 사람들도 있다. 언뜻 보면 앞의 비유와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 이 경우에서 차이점이라면 각 선택지 간의 기준점이 전자에 비해 후자의 케이스가 더 직접적으로 경제적인 요소와 행복감/만족감 사이에서 저울질하고 있다는 것이다. 행복같이 주관적인 요소들은 사람마다 가치 평가에 있어 큰 차이를 보이기 때문에, 언뜻 봐서는 이해가 되지 않는 결정들이 이뤄지기도 한다. 

다소 억지스러운 예로 서론이 길었는데, 요점은 사람들이 선택을 하는 데에 있어 언제나 판단 기준을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개중에서도 '경제학' 적인 이해와 접근 방식은 필수적이다. 아마 '경제'라는 단어 만으로도 이미 머리가 아픈 사람들이 있겠지만, 지금 소개하는 [아주 경제적인 하루]는 이런 사람들에게 일종의 편견을 무너뜨림과 동시에 삶에서 아주 유용한 또 하나의 도구를 쥐여주는 책이 아닐까 생각한다.

나 역시 한때는 경제, 주식 등에 대해 이야기할 줄 안다면 어른이라고 생각했을 정도로 경제를 경외시 했었지만 요 근래에 와서야 조금 완화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경제라는 것은 내 일상에서 한 층위 높은 시스템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했었는데, [아주 경제적인 하루]는 본격적으로 '선물로는 현금이 좋은가 현물이 좋은가' 와 같은 실생활 밀착형 지식까지 다루고 있어서 거부감 없이 편하게 진입할 수 있었던 책이다. (그렇다. 이건 자장/짬뽕만큼이나 정말 골치가 아픈 일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이 캐주얼한 교양서라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오늘날의 사회경제를 이해하는 데에 필요한 거의 대부분의 경제 이슈를 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다루고 있는 내용의 범위와 깊이가 방대하고 알차다. 모든 현상들에는 이유가 있기 마련이고 많은 부분이 그 구조를 알지 못하면 직관만으로는 알아채기 어려운 것들이 많다. 책 속의 인물 '안경제'는 주위에서 일어날 법한 다양한 현상들에 대해 '왜 그럴까?'라는, 누구나 가질법한 의문들을 차례대로 던지면서, 그 이면에 있는 경제 이슈들을 하나씩 짚어 나간다. 마지막 장까지 어렵지 않게 넘기고 나니 마치 잘 차려진 한 상을 끝낸듯한 포만감을 느낄 수 있었다.

경제의 모든 문제는 결국 비용으로 환원된다. 자본주의 사회에 살고 있는 우리는 비용을 단순히 돈의 문제로 오해하기 쉽지만, 비용이란 것에는 돈은 물론이고 정량적으로 측정하기 어려운 행복과 같은 요소들까지 모두 아우르는 '가치'의 다른 말이라고 이해하는 것이 옳다. 책 속에 등장하는 다양한 종류의 비용 혹은 가치들은 흥미로울 뿐만 아니라 실제 우리 삶에 직, 간접적으로 영향을 주고 있다는 점에서 알아둔다면 반드시 도움이 되는 것들이다.

다시 요점으로 돌아가서, 선택의 기준을 세우기 위해서는 '경제학'적으로 바라보는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경제학자가 될 필요는 없다. 단지 그 구조와 개념에 대해 이해하고 도구로써 활용할 줄 알게 되는 것만으로도, 복잡해 보이는 문제들을 꿰뚫어 볼 수 있는 힘을 갖게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아주 경제적인 하루]의 일독은 아주 경제적인 투자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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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인의 옷장 - 알고 입는 즐거움을 위한 패션 인문학
임성민 지음 / 웨일북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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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각은 태도를 바꾸고태도는 인생을 바꾼다는 말이 있다그리고 여기에 또 하나의 말을 추가해야 할것같다


'패션은 태도를 바꾸고 태도는 인생을 바꾼다.'


 [지식인의 옷장]은 패션 입문서, 혹은 안내서 정도로 생각해도 좋을것같다. 패션에 전혀 문외한이거나 어느정도 관심이 있는 거의 대부분의 보통 사람들을 대상으로 패션을 다각적으로 소개하고있다. 나 역시 패션에 관심은 있지만 소극적인 보통 사람의 범주에 포함되기에 이 책이 꽤나 반가웠다. 

 

아마도 저마다의 패션의 역사가 있으리라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처음 패션이라는 것을생각하게 됐던 것은 이십대 초반이었다. 대학에 진학하고 나서도 패션에 관심은 커녕 사치라고만 생각했기에 부모님이 사주는 옷만 대충 걸치던 내가, 처음으로내 돈을 주고 옷을 샀던 것은 대학 동아리 공연을 앞둔 스물 한살의 겨울이었다. 패션에 관심이 생겼다거나 멋있게보이고 싶었다기 보다는 난생 처음 서보는 무대에 늘 입던 후드티를 입고 올라가기엔 왠지 부끄러웠기 때문이다. 필요에의해 구입했던 첫 옷은 나쁘지 않았지만 그 이후로 군대를 다녀와서 했던 시도들은 처참했다. '몸에 잘 맞지 않는 옷을 입은것처럼' 이라는 관용구를 글자 그대로, 온 몸으로 체험했고 나중에는 타고나길 잘못 타고났다고 까지 생각했다. 

 

소소하지만 나름의 도전과 좌절을 겪으면서 자연스래 한 가지 의문이 생겼다. 소위말하는 패션피플은 무엇이 다른것인가 ? 똑같이 공산품을 구입해서 조합하는 것일 뿐일텐데 왜 그들은 다르게 '보이는가?'. 이 막연한 궁금증에 대해 지식인의 옷장에서는 '태도'라는 것으로 답하고 있다. 


이 책은 크게  덩어리로 나눌 수 있다패션의 개략적인 개념들을 소개하는 후반부와역사적인 맥락을 짚어보는 중반부그리고 패션에 대한 접근방식을 다루는 전반부다재미있는것은 이 전반부에서 묘사하고있는 '보통 사람'들의 심리묘사가 내가 겪은 일련의 과정중에서 느꼈던 것들과 일치한다는 것이었다내가 그랬던것 처럼 많은 사람들이 여러 시도를실패로 돌린 후에 역시 '패션의 완성은 얼굴이야', 라던지 '나는 키가 작고 머리가 커서 안돼라는 식으로 패배의 이유를스스로에게 돌리게 된다 고민의 지점에서저자는 '예쁘다 '패셔너블하다는 동의어가 아니라는 것을 밝히면서 차이가 어디에서 비롯되는지를 이야기 한다


그렇게 평소 궁금했던 부분부터 시작해서 패션의 역사적인 흐름과 더불어 그에 얽힌 에피소드들그리고 일상에서 생각보다 많이 접하지만 어떤 의미인지 모호했던 개념들의 정리를  따라가다보면 어느새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있다


지식인의 옷장은 앞서 말했듯이 패션에 어느정도 관심이 있지만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모르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좋은 안내서가 되어줄 것이다다만 패션을 개괄적으로 넓게 다루고 있기 때문에 이제  흥미가 생기기 시작했는데 에피타이저만 먹고 끝나버린것 같아 아쉬움이 남았다그러나 중요한 것은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저자가 이야기 했던 '태도' 있다겉치레껍데기라고 흔히 생각하기 쉽지만패션피플이 달라보이는 이유는 일차적으로 눈에 보이는 차이 때문이 아니라  사람 내면의 태도가 표면에 묻어나기 때문이다고작    입는다고 해서 정말 인생이 바뀌겠느냐 싶겠지만패션은 남들에게 보여지기 위한  이전에 자신이 스스로를 대하는 방식이라는 것을 이해하고 나면 삶은 반드시변화   밖에 없다


이제 패션을 책으로 배웠으니 실제로 조금씩 실천을 해봐야겠다 멀리 여행을 떠나거나 강한 자극을 주지 않고도 패션에 관심을 갖는 일은 가장 쉽게 도전   있는 변화가 아닐까 책을 통해서든다른 계기가 되었든일시적인 예쁨보다 영원한 멋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램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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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쉬듯 가볍게 - 상처를 이해하고 자기를 끌어안게 하는 심리여행
김도인 지음 / 웨일북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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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마음대로' 안되는 마음을 위한, 마음 호흡법.


 

'숨쉬듯 가볍게' 라는 제목을 처음 보았을때 문장의 원래 의도와는 상관없이 엉뚱한 생각부터 떠올랐다. '숨쉬는게 정말 가벼운 일인가?' 한숨 한숨을 세어가며 호흡을 의식하다보면 어느 타이밍에 숨을 뱉고 끊고 다시 들이쉬어야 하는지, 그러다보면 숨쉬는 것이 그저 가볍지만은 않을 때가 있다. 의식하지 않으면 자연스럽지만, 의식하기 시작하면 어색한 것들. 숨쉬기. 그리고 마음쓰는 일이 그렇다.

'
마음대로 되는' 것인줄만 알았던 마음을 사람들이 돌보기 시작하면서, 마음 쓰는 방법에 대한 책이 쏟아지기 시작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숨쉬듯 가볍게' 책의 저자 김도인은 걔중 독특한 존재라고 있다. 팟캐스트 '지대넓얕' 히로인으로 진작에 유명인이었던 그녀는 동양철학을 공부하고, 명상이 전문 분야라고 있을만큼 꾸준히 그쪽으로 관심을 갖고 공부와 수련을 쌓던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다. 한국에서는 몇몇 정체모를 종교집단 덕에 '도인' 이라는 이미지가 그리 좋지 못하지만, 실제로 도를 닦는 사람들은 남에게 뭔가 영향을 미치려고 하기 보다는 오로지 자신의 내면 세계에 집중하고 단련하는 사람들이다. 그런 배경을 갖고 있는 김도인이 마음을 돌보는 방법으로써 제안하는 것이 '명상'이다
.
 

'숨쉬듯 가볍게' 제목만큼 가볍고 작은 책이지만 타겟, 문제상황, 원인, 구체적인 방법 까지, 사이즈에 비해 내용은 알차고 짜임새있게 구성되어 있다. 마음의 작동 원리를 밝히고 어느 단계에서 고장이 나는지, 원일을 규명해서 다시 제대로 작동할 있도록 알맞은 조치를 취하는, 논리적인 단계를 밟고 있어서 굉장히 쉽게 읽히는 책이기도 하다.

 

사실 책에서 김도인이 진단하고 있는 문제 상황과 원인, 해결의 원리 자체가 아주 새로운 것은 아니다. 과거에 읽어봤던 유명 스님들이 썼던 책이나 비슷한 부류의 자기계발서에서도 핵심은 언제나 대동소이했다. 그러나 예의 책들이 원인을 밝혔으니 그것을 고쳐야 한다, 정도에서 끝나는 반면에 '숨쉬듯 가볍게' 에서는 마음을 먹는 실천적인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는 것이 특별하다. 예를들어 네번째 케이스에서는 특별한 어떤 것도 필요 없이 시도해 있는 호흡을 통한 명상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책의 실용적인 측면에서의 장점에 대해 주로 이야기 했지만, 그동안 팟캐스트를 청취하며 접해온 김도인이라는 사람의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부분은. 어떤 사건이나 현상에 대해 굉장히 균형잡힌 시선으로 바라보고 그에 따라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답을 해준다는 것이었다. 이런 그녀의 장점은 전반에 걸쳐 묻어나오기는 하지만 책의 컨셉 자체가 대체로 실천적인 내용 위주의 구성이다보니, 평소 팟캐스트 속의 이야기들을 좋아했던 나같은 사람들에게는 조금 아쉽다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겠다. 그러나 실천적인 방법을 자세히 소개 해달라는 많은 사람들의 꾸준한 요청이 있었기에 숨쉬듯 가볍게는 요청에 대한 응답이라고 있다
.

행복한 소리를 하자면, 책에 등장하는 여러 유형들 지금의 나에게 해당하는 경우가 없다고 느꼈다. 하지만 모든 것들에는 시기가 있기 때문에 언젠가 필요한 때가 분명히 있을거라 생각한다. 부담없이 곁에 두고 언제든 꺼내 있는 책이기에 여러모로 숨쉬듯 가볍게 라는 제목이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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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포메이션 - 인간과 우주에 담긴 정보의 빅히스토리
제임스 글릭 지음, 박래선.김태훈 옮김, 김상욱 감수 / 동아시아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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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는 빠르게 낡는다. 낡는것 처럼 보인다. '정보화 시대' 라는 자체도 이젠 새삼스럽지도 않은 말이 되어버렸다. 권력의 핵심은 독점하고 있는 정보의 질과 양으로 해석하기도 하는데, 오늘날 정보의 생명이라 있는 요소들은 다양하겠지만 대체로 신속, 정확, 그리고 양에 있을 것이다. 직관적으로 느끼기에 정보는 무게도 형태도 경계도 없이, 공기처럼 부유하는 듯한 어떤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인류 역사에서 정보가 속드를 갖게 된지는 2세기가 되지 않았다.





"
기차가 다니기 시작하면 직원들이 공금을 횡령해서 미국으로 도망치기 위해 리버풀까지 시속 30킬로 미터로 도망칠 있어요. 번개처럼 빠르게 소식을 전해서 범인을 앞지르는 방법이 있을 것입니다." p165

증기
기관이 발명되어 기차가 다니기 시작했을 무렵, 당시 정보의 속도는 그에 미치지 못했던 시절의 이야기다. ' 없는 말이 천리간다.' 라는 말에서 우리는 흔히 빛처럼 허공을 가로지르는 정보를 상상하지만, 실제로는 어떤 이야기 천리를 가기 위해서 아주 오랜 시간이 걸렸을 것이다.

제임스 글릭의 [인포메이션] 지금의 정보라는 개념으로 도달하기 까지의 정보의 변천사를 탐색하고 있는 책이다. 지금은 당연하다고 생각되는 정보 = 속도 같은, 정보에 대한 속성은 극히 최근에 발명된 것이며 그보다 더욱 빠르게 기억 뒤편으로 밀려났던 것들을 깨닫게 해준다. 제임스 글릭의 글은 단순한 역사의 나열에서 그치지 않고 생각을 이끌어내는 힘이 있다
.

책에는 튜링, 모스와 같은 역사적으로 유명한 인물들이 다수 등장하는데, 사실 각각의 사례에 대한 배경 지식이 풍부했더라면 재미있게 그림을 짚어가며 읽을 있었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내용중 가장 흥미가 있었던 것은 두가지였다.  하나는 정보의 맥락 속에서 환기시킨 '' 이라는 개념과 정보의 물리량에 대한 것이다.





밈은 무용수가 아니라 무용이다. P425


연극 매니아들은 마음에 드는 공연이 있으면 오전에 봤던 공연을 오후에 다시 보기도 한다. 영화와 같은 컨텐츠와는 다르게 같은 연극이라도 특성상 매번 달라지기 때문이다. 엄밀히 말해서 같은 연극, 무용은 없지만 우리는 그것을 매번 다른 것이 아닌 동일한 정보로 인식한다. 밈의 핵심은 복제가 이루어 진다는 것인데 이것은 정보의 가장 특징이기도 하다. 그러나 복제의 방식에 있어서는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정보의 복제 방식과는 매우 다르다. 비슷한듯 비슷하지 않은 주제들을 비교해보는 것은 모호했던 개념을 이해하는데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전문체를 쓰면서 글에 예의가 없어지고 있다. 80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부탁 말씀을 드려도 되겠습니까?'라는 내용을 보내는 6달러가 든다. 우리 가난한 기자들이 적당한 수준까지 요금을 줄이려면 다정한 표현들을 얼마나 많이 걷어내야 할까? P213

글자 대로 요금을 책정하던 시절의 푸념이지만 생각해보면 이것은 지금의 우리에게도 아주 낯설지만은 않다. 불과 십여년 전만 하더라도 휴대폰으로 메시지를 보내기 위해서 byte 계산하던 시절이 있었다. 처리하는 데이터의 용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글자 하나의 크기는 인식하지 못할 정도로 기화되었다.





물리적으로
보면 클라우드는 전혀 구름과 닮지 않았다. 서버팜server farms 아무런 표시가 없는 벽돌 건물과 철제 빌딩에서 빠르게 확산된다. 건물은 짙은 유리 창문들이 있거나 창문이 아예 없고, 킬로미터에 이르는 복도, 디젤 발전기와 냉각탑, 2.1미터의 흡기팬 그리고 알루미늄 굴뚝이 있다. 이런 것들이 톱니바퀴 장치들이며, 클라우드는 이들의 아바타이다. P537

기화된 정보의 개념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현대의 발명품이 클라우드다. 단어 그대로 구름과 같이 손에 잡히지 않는 이것은 개인적으로는 순간에 사라져버릴 것만 같아서 불안하게 느껴지기 까지 한다. 그러나 역시 물리적인 실체가 존재한다는, 당연하지만 인식하지 못하고 있던 사실을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다.

 



아주 조금만 거슬러 올라가면 이런 톱니바퀴를 있다. 톱니 하나 하나가 물리적으로 정보를 만들어내던 것이고, 오늘날에는 이것을 단지 전기적인 회로로 대체했을 뿐이다.



 

남자는 메인 뱅고어Bangor 있는 전신국으로 '메시지' 들고 왔다. 전신수는 전신키를 조작한 종이를 고리에 걸었다. 남자는 여전히 고리에 걸려있는 종이를 보고 '메시지' 전송하지 않느냐고 항의했다. P211

기술보다 빠르게 변화한 것은 어쩌면 우리의 인식일지도 모르겠다. 변화의 급류 속에서는 반드시 휩쓸려 잊어버리는 것이 있기 마련이다. 현재와 미래를 알기 위해서는 역사를 알아야 한다는 말이 있다. 글릭의 처럼, 과거는 아코디언처럼 현재로 접힌다면, 우리는 아코디언을 펼쳐서 다시 살펴봐야 것이다
.
모든 물리적인 연결이 끊어져가는 와이어 리스의 세상에서, 허공이 아닌 땅을 제대로 딛고 있는지 점검 있는 강력한 프레임을 제공할 것이다
.

마지막으로 글릭은 과학자가 아니다. 언어학을 전공하고 기자로 오래 근무했으며 지금은 교양과학 작가로 활동중이다. 때문에 아주 전문적인 디테일보다는 전체적인 흐름을 아주 잘 짚어내는 글이라 평소 과학 도서는 멀리했던 사람이라도 어렵지 않게 접근 할 수 있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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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나드의 영역
쓰쓰이 야스타카 지음, 이규원 옮김 / 은행나무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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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편의 영화와 1편의 애니메이션으로 재구성된 베스트 셀러 [시간을 달리는 소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SF 하나이다걔중에서 특히 애니메이션으로 각색된 작품을 좋아하는데원작의 SF 설정을가장 제약 없이 보여줄  있는 장르였기 때문인것 같다재가공된 것이 아무리 좋았다고 한들핵심이 되는 원작이 없었더라면 애초에 만들어지는 것이 불가능했을 것이다


[
모나드의 영역] 시간을 달리는 소녀의 오리지널 아이디어를 만들어낸, 일본 SF 소설계의 거장 '쓰쓰이 야스타카' 50여년의 노하우가 축적된 작품이다앞서 길게 '시간을 달리는 소녀'에 대해 이야기를 이유는 지금 다루는 작품의 작가의 대표작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아이디어와 표현의 관계에 대해이야기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아마 필자를 비롯한 많은 독자들이 가벼운 마음으로  작품을 읽기 시작했으리라 생각하지만후반부로 갈수록 내용을 따라가기가 생각만큼 녹록치가 않다. ' 알게 될거야라고 거듭 되뇌이는  작품의 핵심 아이디어가 무척이나 실험적이기 때문이다


 아이디어는 속성만을 갖고 있어서담기는 그릇에 따라 형태가 결정되는 무형의 것이기 때문에 당연히같은 이야기라도 매체에 따라 저마다의 특징과 한계를 갖기 마련이다보통 실험적이라 함은  매체의한계를 벗어나려는 시도라고 해도 무방하다. [모나드의 영역] 소설이라는활자로 이루어진 매체의 경계 끝까지 상상력을 확장하는 작품이다 실험이 성공하는 순간어디까지나  앞에 놓인 책을 바깥에서 '감상한다고 생각하고 있다가 한순간에  속에서 무언가가 빠져나와  뒤통수를 지켜보고 있는 듯한 서늘함을 느끼게 된다이야기의 전개나 대화들이 마냥 쉽지만은 않지만놓지않고  따라가기만 한다면 상상력이라는 것이 주는 희열을 경험할  있을거라 생각한다


'시간을 달리는 소녀'가 애니메이션으로서 가장 효과적이었다면 [모나드의 영역] 텍스트일때 가장 빛나는 아이디어가 아닐까 싶다작가의 아이디어에 매료되어 그가 궁극적으로 하고자 하는 이야기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못했지만시종일관 서늘했던  이야기가 도달하는 마지막  페이지는 무척이나 따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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