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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나드의 영역
쓰쓰이 야스타카 지음, 이규원 옮김 / 은행나무 / 2016년 12월
평점 :
절판
2편의 영화와 1편의 애니메이션으로 재구성된 베스트 셀러 [시간을 달리는 소녀]는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SF중 하나이다. 걔중에서 특히 애니메이션으로 각색된 작품을 좋아하는데, 원작의 SF적 설정을가장 잘, 제약 없이 보여줄 수 있는 장르였기 때문인것 같다. 재가공된 것이 아무리 좋았다고 한들, 핵심이 되는 원작이 없었더라면 애초에 만들어지는 것이 불가능했을 것이다.
[모나드의 영역]은 시간을 달리는 소녀의 오리지널 아이디어를 만들어낸, 일본 SF 소설계의 거장 '쓰쓰이 야스타카'의 50여년의 노하우가 축적된 작품이다. 앞서 길게 '시간을 달리는 소녀'에 대해 이야기를한 이유는 지금 다루는 작품의 작가의 대표작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아이디어와 표현의 관계에 대해이야기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아마 필자를 비롯한 많은 독자들이 가벼운 마음으로 이 작품을 읽기 시작했으리라 생각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내용을 따라가기가 생각만큼 녹록치가 않다. '곧 알게 될거야' 라고 거듭 되뇌이는 이 작품의 핵심 아이디어가 무척이나 실험적이기 때문이다.
아이디어는 속성만을 갖고 있어서, 담기는 그릇에 따라 형태가 결정되는 무형의 것이기 때문에 당연히같은 이야기라도 매체에 따라 저마다의 특징과 한계를 갖기 마련이다. 보통 실험적이라 함은 이 매체의한계를 벗어나려는 시도라고 해도 무방하다. [모나드의 영역]은 소설이라는, 활자로 이루어진 매체의 경계 끝까지 상상력을 확장하는 작품이다. 이 실험이 성공하는 순간, 어디까지나 내 앞에 놓인 책을 바깥에서 '감상'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가 한순간에 책 속에서 무언가가 빠져나와 내 뒤통수를 지켜보고 있는 듯한 서늘함을 느끼게 된다. 이야기의 전개나 대화들이 마냥 쉽지만은 않지만, 놓지않고 잘 따라가기만 한다면 상상력이라는 것이 주는 희열을 경험할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시간을 달리는 소녀'가 애니메이션으로서 가장 효과적이었다면 [모나드의 영역]은 텍스트일때 가장 빛나는 아이디어가 아닐까 싶다. 작가의 아이디어에 매료되어 그가 궁극적으로 하고자 하는 이야기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못했지만, 시종일관 서늘했던 이 이야기가 도달하는 마지막 몇 페이지는 무척이나 따뜻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