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연 로버트 A. 하인라인 중단편 전집 9
로버트 A. 하인라인 지음, 고호관 외 옮김 / 아작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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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고 해서



난 영화 그래비티를 본 적 있다. 영화관에서였는데, 우주에 홀로 조난당한 그 상황의 생생한 고요함이 아직도 생각난다. 내게 가장 혼자남겨지기 싫은 곳, 다시 말하면 조난당하기 싫은 곳은 어두운 밤바다였다. <씻겨가는 물>에서 나온 것처럼, 물은 너무 친근하게 우리를 죽인다. 하지만 그 영화를 보고 우주도 바다와 같이 조난당하기 싫은 공간 1순위에 올렸다.

 

<달에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를 보고나면 더욱 그렇게 느낀다. 우리는 숨쉬는 것에 조차 제약이 달려있고, 우주에서 맨몸으로 버틸 수 없기 떄문에 행동도 자유롭지 못하다. 심지어 사방은 완전히 적막해서, 내가 여기서 울든 웃든 소리를지르든 죽든 아무튼 달에서는 아무 일도 없는 것이다. 


무게를 잡고 시작했지만 9권은 그런 어찌할 수 없는 죽음에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 그 죽음에 어떻게든 발버둥치는 두 이야기가 수록되었을 뿐이다. 개인적으로는 둘 중 <씻겨가는 물>의 이야기가 좋았다. 죽음 앞에서 이기적으로 살아남기보다, 다른 존재들과 온기를 나누는 쪽을 선택하는 것이 자연의 이치라고 말하는 따뜻함에 동의한다. ”코요테는 산토끼를 무시했다. 산토끼들도 코요테를 무시했다.“


그리고 <불쌍한 아빠>와 <클리프와 칼로리>를 읽으면서, 하인라인의 이름 아래 새로운 청소년 문학 잡지라도 시작했나 싶었다. 혹은 아이를 낳았거나. 모린가 클리프의 귀여운 이야기가 입맛을 가볍게한다. 10권에도 둘의 이야기가 수록되어있는데, 어째서 다 같이 수록되지 않은 건지 잠시 고민해보았다. 아마 읽어보면 알 거라고 생각하지만 기분 좋은 가벼움 만큼이나 특징도 확실하기 때문이겠다. 모린과 클리프의 이야기만 꾸몄다가, 다른 이야기가 낑기면 눈치 없이 끼어든 불쌍한 아빠 꼴이 되지 않을까. 


<목적지는 달> 아무튼 하인라인은 달을 정말 좋아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그만큼 그에게 달이란 모험과 도전의 상징인듯 하다. 달은 시시각각 모습이 변하지만 그럼에도 그 자리에 있다. 이런 속성이 달에게 인간의 이상이라는 의미를 달아두지 않았을까? 그리고 오래된 친구 이카루스의 교훈으로 우리는 실패의 결과도 배워두었다. “하지만 시도는 분명히 해볼거야!” 

그리고 그럼에도 도전하는 친구들을 자랑스러워하는 법도 알고있다. 


하인라인이 도전을 촉구하는 방식은 낭만적이다. 타이밍도 잘 아는 작가이기도 하다.

 “지금 찍어요?”클래런스가 말했다.

“지금 찍어!”” _54p

"지금 찍어요?"클래런스가 말했다.
"지금 찍어!" - P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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