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붕어 어항 로버트 A. 하인라인 중단편 전집 7
로버트 A. 하인라인 지음, 조호근 외 옮김 / 아작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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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은 고양이를 죽인다‘라고 하인라인이 말할 때


오싹하다! 그렇게 분류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내게는 코즈믹 호러를 모아둔 단편집처럼 느껴졌다. 어떤 거대한 진리를 마주쳤을 때 이해하려 들 수록 미치는 인간들, 기분나쁜 현상을 마주하고도 파헤치는 인간의 모습은 정말 공포스럽다. 어쩌면 작가의 기술자-군인이라는 배경이 현실적인 공포를 가능하게 했을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원치 않았는데 어떤 거대한 의지에 휩쓸려 어쩔 수 없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건, 사실 누구나 겪는 일이지만, 그걸 직접 깨달을 수 있는 몇 안되는 직업 아닐까 싶어서.


이렇게 말했지만 사실 <나의 지극히 숭고한 목표>와 <피리부는 사람>은 그렇게까지 무서운 내용은 아니다. 하지만 전집을 다 읽고 나면, 두려움 사이사이 쉬어가는 휴식으로 주어진 글이 아닐까 되새기게 된다. 


그렇게까지 뭐가 무서웠냐고 묻는다면, <금붕어 어항>이 제일 오싹했다. 동물의 처지에 맞추어 인간을 빗대는 건 오래된 비유법이지만, 이건 정말 말 그대로 ‘비유’ 였으니까. 사육당하는 인간이 아주 고되고 고통어린 과정을 통해 어떤 처지인지 이해해 가는 과정이 내게도 뼈저리게 두려웠다. 월등한 능력 앞에 느끼는 무기력함을 우리도 느끼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하인라인이 내린 결론은 썩 끔찍했는데, 작품 내의 말 처럼 이 작품 자체도 하나의 경고로 기능하며 끝나게 딘다. “경고-천지창조는 8일 걸렸다.”_98p


그리고 <조너선 호그의 기분나쁜 직업>을 빠트릴수 없다. 중반까지도, 사실 후반까지도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건지 모르겠어서 한장한장 신중하게 넘겨야했다. 그렇다고 이야기가 번잡했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놀라운 흡입력으로 날 붙잡아 둔다. 조너선 호그는 가엽게도 자신이 무슨 일을 하는 지 잊어버렸다. 말 그대로 잊어버렸다.

”그가 직업을 잊어버렸을 지는 몰라도, 직업은 그를 잊어버리지 않은 모양이었다.“_136p 

작품을 다 읽고 나서 이 문장을 보고나면 입이 떡 벌어진다. 세상에, 그런 내용이었다고! 세상에. 아무튼 가여운 호그는 자신이 무슨 짓을 하고 다니는지 기억하지 못해 탐정에게 미행을 의뢰하고, 마찬가지로 가여운 탐정부부가 조너선 호그의 직업을 파헤치며, 말그대로 ‘조너선 호그의 기분나쁜 직업’에 대해 알아가는 과정이다. 중간부터는 내가 상상도 못한 이야기로 치솟는데, 호불호는 갈릴 수 있겠지만 내게는 이렇게 즐거울 수가 없었다. “새는 잔인하거든.”

하인라인 식 “호기심은 고양이를 죽인다”의 해석 되시겠다. 

정말 재미있었다! 



경고- 천지창조는 8일 걸렸다. - P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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