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구두끈을 당겨서 로버트 A. 하인라인 중단편 전집 6
로버트 A. 하인라인 지음, 배지훈.최세진 옮김 / 아작 / 2023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6권은 조금 각별하다. 다른 이야기들도 물론 재미있는데, 내가 처음에 <다른 시간>을 읽다가 초중반에서 너무 당황한 나머지 내릴 정류장을 놓치고 만 에피소드가 있다. 이전부터 느끼긴 했지만 하인라인의 판타지적 교양을 무시할 수가 없다. 도대체 이 작가가 못쓰는 게 뭘까?


사실 나는 <다른 시간>의 중반까지만 읽고, 늘 그렇듯 작가가 획기적인 이야기를 들고 주저리 주저리 이야기를 떨다가, 아무튼 회의주의자 비판론자들과는 이야기가 안된다며 투덜거리는 내용인 줄 알았다. 

실제로 작 중 대차게 구르고 넘어지는 현실주의자가 꼴 좋게 여겨지기도 했다. 근데 그가 떠난 후에도 이야기는 계속되었다! 

사실 이 이전과 그 이후의 이야기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게 진행되는데, 도입과 결말은 완벽하니 아, 하인라인 작가님은 다 생각이 있으셨구나 하고 이마를 긁적이고 말게 된다. 하지만, 천사와 전쟁 중인 난장이, 여사제와 그 뒤꽁무니를 보고싶어 애가 탄 남자가 나오는 이야기는 현대에서 추상적인 물리학을 연구하는 학생들과 아무런 관련이 없을 것 같지 않나. 


이 학생들이 교수님의 지도아래에서 키자니아를 즐기고 돌아오는 것에서 끝날 줄 알았더니, 그들은 천직을 찾아낸 제자들을 보며 교수가 다시 한번 깨달음을 얻는… 교수님만의 키자니아를 찾아 떠나는 이야기로 끝나고 만다. 아무튼 진짜 그렇다. 내가 아직 6권을 읽은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렇다.


<다른 시간>과 <자신의 구두끈을 당겨서>를 통해 말하는 ‘시간‘은 전집 4권에서<므두셀라의 아이들> 의 아이들과는 다른 방향으로 인간에게 주어진 시간에 대해 이야기한다. 


아무래도 하인라인은 인간에게 너무 적은 시간이 주어졌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는 다른 시간을 탐구하고, 그리해서 인간 머릿속에 깃든 창조성이 불멸하기를 기원하고 있다고 느껴졌다. 


그야 나도 이런 글을 쓰고 있으면 내 뇌가 사랑스럽게 여겨질 것 같다. 하인라인이 생각해도 창작의 보고 같은 자신의 글쓰기 능력이 전 인류의 보물처럼 느껴진 것 같기도 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