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이 삼촌 - 창비소설집
현기영 지음 / 창비 / 1979년 11월
평점 :
절판


역사는 승리한 자들의 입장에서만 쓰여져 왔고, 진실은 왜곡된 채 입을 다물고 숨겨져 왔다. 우리나라의 순탄치 않았던 근.현대사의 쓰라린 발자취... 같은 민족끼리 분열된 채 총을 겨누고, 이데올로기의 대립으로 인해 아무것도 모른채 희생당하고 서로를 죽음으로 내몰아야 했던 적도 있었다. 그리고 민주화의 열망을 이루기 위해 젊은 피를 무더기로 바친 적도 있었다.

이런 과정중 양민의 학살이 있었다. 아름다운 관광의 섬, 제주도에서 말이다. 사회주의자들과 독재정부의 대립만이 아니었다. 그 사이에서는 뭣도 모른채 학살당한 제주도의 양민들이 있었다. 하루하루가 지옥이고, 피바다였으며, 전쟁터였다. 하루는 국군이라는 사람들이 와서 총을 겨누고, 하루는 사회주의자라는 사람들이 와서 총을 겨누어댄다. 누가 누구인지 마을 사람들은 알 수 없다. 본문에 나와 있는 그대로 촛불 뒤에 어른 거리는 그림자처럼 정체를 몰라서 그들의 손에 비참하게 죽어간 것이다.

'나'는 순이삼촌의 죽음을 계기로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게 된다. 이 작품을 읽으면서 무서운 역사의 현장에서 희생되어 간 사람들의 불쌍한 영혼에 명복을 빌었다. 하마터면, 현기영이라는 제주도 출신의 작가가 아니었다면 모르고 묻혔을 뻔한 제주도 4.3항쟁이 문학이라는 이름을 달고서라도 이렇게 모습을 드러낸 것에 대해 기뻤고, 기쁘면서도 안타까웠다.

우리는 모두 숨겨진 진실을 모른채 살아가곤 한다. 이 작품은 그런 치부같은 역사를 드러낸 용감한 소설로 나에게는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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