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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1 흡혈마전
김나경 지음 / 창비 / 2020년 12월
평점 :
중학교에 올라가는 딸아이에게 엄마의 잔소리보다 좋은 성장 소설 한 권을 멋지게 사주고 싶었다. 그래서 시작된 성장 소설 찾기는 만족스러운 책을 찾지 못하고 끝나 버렸다. 많은 성장 소설들로 유명한 책들이 주로 남자아이들이 주인공이다 보니 내가 찾던 책들과는 방향이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번에 읽은 1931 흡혈마전은 무서운 흡입력으로 나를 끌어당겼다. 한번에 완독을 하고 제일 처음 든 생각은 '아 내가 찾던 책이다, 당장 아이에게 권해 주어야 하겠다' 라는 생각이었다. 흡혈귀 사감 선생님과 일제시대 경성에서 공부하는 여학생의 모험담이라는 책소개로 흥미가 생겼는데 나는 이 책을 읽고 나니 그런 모험담 속에서 보이는 주인공 희덕의 성장에 더 큰 애정을 갖게 되었다.
더불어 희덕의 친구 경애의 당당함과 희덕의 선배 단이의 외유내강의 모습들은 여성인 내게 너무나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이에 더해 이 책의 또 다른 매력은 책에 등장하는 남성들의 모습이 주변부에 남아있다는 점이다. 많은 글에서 남성이 중심이 되고 여성이 주변주에 있는 것을 보았는데 이 1931 흡혈마전에 나오는 일균과 신영회의 남성멤버들은 중심이 없는 모습을 보여주며 글의 주변부에서 나타났다가 희미한 존배감을 보이며 사라졌다.
이 책은 김나경 작가의 첫 소설책이다. 그렇다 보니 글의 구성에서 살짝 매끄럽지 못한 부분도 있었고, 인물들의 대한 이야기도 조금 덜 풀린 듯한 면도 보인다. 그러나 시대적 배경과 흡혈귀라는 인물 설정 또 그 속의 주인공이 모두 여자라는 점은 작가가 얼마나 많은 고민을 하고 책을 썼는 지도 알 수 있게 해준다. 이번 소설속에서 살짝 나왔다 사라진 경애와 단이를 다시 그녀의 소설에서 만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칭비에서 책을 제공 받았습니다.*
그는 더 이상 자신의 능력을 의심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 P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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