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날쇠는 입고 있던 무명 적삼 겉섶을 다섯 겹으로 접었다. 서날쇠는 접힌 앞자락을 김상헌에게 내밀었다.
-대감, 천을 시쳐서 옷을 만드는 일이 아니라 이 다섯 겹에 듬성듬성 박음질을 해서 누비는 일이라면 대나무 바늘이라도 족할 것이옵니다. 만들기도 대바늘이 수월하겠고........
대바늘이 무명 다섯 겹을 뚫을 수 있겠느냐?
-앞쪽을 쥐고 힘을 주면 뚫을 수 있을 것입니다. 골무가 두꺼워야 되겠습지요.
휘지 않겠느냐?
-참대 밑동을 쓰면 다섯 치 길이에 휘지는 않을 것이옵니다. 성안에 대나무는 자라지 않사오나 민가 울타리에 더러 쓰고 있으니 바늘을 만들 만큼은 구할 수 있을 것이옵니다.
-대장간에 죽공의 일을 시키니 무안하구나.
일꾼들이 고친 창검과 조총을 마당에 쌓아놓고 지게에 실어 성첩으로 올라갔다. 창검은 파랗게 날이 서 있었다. 날이 저물어서성첩으로 실어가는 창검에 노을이 번쩍였다. 서날쇠는 내보내는 병장기의 개수를 헤아려서 장부에 적었다. 지게꾼들을 다 보낸 뒤에 서날쇠가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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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 실린 마른풀 더미를 헤집고 씨앗을 쪼았다.
청장 용골대는 삼전도 본진에서 아침나절의 작은 교전을 보고받았다.
•말먹이를 구하고 있구나. 성벽 둘레의 마른풀을 모두 불질러라.
청병 삼천이 산속으로 흩어졌다. 성벽 둘레에서 연기가 피어났다. 골바람이 치켜 불었다. 연기는 골짜기를 따라 능선 위로 올라가서 봉우리마다 치솟았다. 성첩에서 바라보면 개울과 구릉을 따라 빨간 불의 혀들이 날름거렸다. 한쪽으로 쏠리는 바람에불이 뭉쳐서 서북풍이 마주치는 봉우리는 산불이 일었다. 강바람이 성안으로 몰려오는 저녁 무렵에 마른풀을 태우는 연기는행궁까지 밀려왔다. 신료들은 푸른 연기가 가득 찬 내행전 마루에 꿇어앉아서 성벽 너머로 연기 나는 봉우리들을 바라보았다.
임금이 물었다.
-화공이냐?
병조판서 이성구가 대답했다.
-불길이 어찌 성벽을 넘어오리까. 화공이 아니옵고, 말먹이 풀을 태우고 있사옵니다.
-성안에 말먹이는 버틸 만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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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장이 서날쇠[徐生金]는 아내와 쌍둥이 두 아들을 앞세워 남배수구까지 데려다줄 참이었다. 서날쇠는 삼거리에서 남문문 위쪽 성벽의 배수구로 향했다. 성 밖으로 나가는 처자식을쪽으로 뻗은 큰길을 버리고 골바람이 눈을 쓸어내리는 산길을 따라갔다. 남문부터 동쪽으로 뻗은 성벽은 긴 옹성을 밖으로 내밀며 계곡을 건너 가파른 능선을 기어올랐다. 배수구는그 능선을 따라가는 성벽 밑이었다. 아내는 작은 옷보따리를머리에 이었고, 쌍둥이 두 아들은 곡식 자루를 짊어지고 있었다. 쌍둥이 아들은 열다섯 살이었다. 작은 손도끼를 한 자루씩 허리에 찬 채 멀리 가는 채비를 갖춘 꼴을 보고, 서날쇠는이 녀석들도 대가리가 컸구나 싶었다.
새벽에 임금이 마을에 들어왔어. 조정 신하들도 따라왔다.
는군. 여기는 위태로워. 당신은 아이들을 데리고 친정으로 가야 해. 서둘러 머뭇거리다가는 나갈 구멍이 막힐 거야. 난 여기서 대장간을 지켜야 하니까………….
서날쇠가 식구들에게 그렇게 말했을 때, 아내는 울지 않았고 군소리도 없었다. 아내의 친정은 조안(鳥安)이었다. 강이 얼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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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의적이 임진강을 건넜으므로, 서울을 버려야 서울로 돌아올 수 있다는 말은 그럴듯하게 들렸다. 종묘와 사직단 사이에서 머뭇거리다 도성이 포위되면 서울을 버릴 수 없을 것이고, 서울로 다시돌아올 일은 아예 없을 터였다. 파주를 막아낼 수 있다면 서울로돌아오기 위해 서울을 버려야 할 일이 없을 터이지만, 그 말이옳은지 아닌지를 물을 수 없는 까닭은 적들이 이미 임진강을 건녔기 때문이었다. 반드시 죽을 무기를 쥔 군사들은 반드시 죽을싸움에 나아가 적의 말발굽 아래서 죽고, 신하는 임금의 앞을 막아선 채 죽어서 그 충절을 후세에 전하리라는 말은 우뚝하였으나 적들은 이미 임진강을 건넜으므로 그 말의 크기와 높이는 보이지 않았다.
서안 너머 방바닥에 시선을 고정한 임금은 독백처럼 중얼거렸다.
-가야겠구나. 가자.
삼정승, 육판서, 비국당상들이 손바닥으로 방바닥을 치며 흐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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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신문 못지않게 두 일본인의 체포와 재판에 관심이 많온 텔레비전과 라디오가 수시로 소식을 전해주었다.
손이라는 자가 기껏해야 행정가일 뿐이라는 사실은 이제명백해졌다. 진짜 위험인물은 빈번히 언급되는 경찰관, 즉 마르린 베크인 듯했다. 한 달 전의 암살 시도를 저지한 장본인도 베크였다. 스웨덴 같은 나라에 그런 경찰관이 있다니, 하이트는이해할 수 없었다.
하이트는 그다지 넓지 않은 아파트를 방에서 방으로 성큼성큼 조용히 오갔다. 그는 맨발이었고, 흰 러닝셔츠와 흰 팬티만입었다. 옷을 많이 가져오지 않았지만, 어차피 요즘은 나가지낳으니 차려입을 이유가 없었다. 속옷은 매일 저녁 욕실에서 빨았다.
"키아 한 무제가 두 가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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