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보드카 잔을 내려놓았다. 몽둥이에 머리를 얻어맞은 듯한 기분이었다.
내가 이렇게 멍청이였다니. 기가 찼다. 이 상식적인 의문을 어째서 놓치고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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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겁지도 재미있지도 않은데 자꾸만 같이 입꼬리가 올라가려는 자신이 이해가 가지 않아 맨밥을 한 숟가락 크게 떠 입에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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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로 서리를 맞게 되면서 족청(조선민족청년단계로 몰려 중령으로군복을 벗었고, 몇 개월 허둥대다가 누군가의 소개로 잡은 직장이라는 것이 호텔 수위장이었던 것이다.
"나 말이야, 죽고 싶은 맘뿐이야.....
수위장이 된 다음에 마주앉은 술자리에서 떨리는 입술을 깨물며 남재구가 한 말이었다. 평양이 고향인 그는 줄곧 혼자 몸이었다가 결혼해서 이제 세 아이의 아버지였다.
한인곤은 그동안 자신의 일에 급급해 남재구에게 소원했던 것을 깊이 후회하고 있었다. 광복군 동지인 남재구는 대학 동창인 정동진보다 어느 면에서는 더 깊은 정이 든 사이였다. 다 해진 옷으로 훈련을 받고, 중경의 뒷골목에서 호떡을 나누어 먹으며 눈물로조국땅을 그렸던 젊은날이 있었던 것이다.
이 취직하기 어려운 세상에서 어디로 간 것일까. 그 강단진 성질에 혹시 무슨 일 저지른 건 아닐까. 설마 자식들을 생각해서라도…………. 한인곤은 남재구의 생각을 데칠 수가 없어서 아무데나 눈에 띄는 술집으로 들어갔다.
"너 분하고 괴로운 맘 이 애비가 다 안다. 여태까지 잘 참아왔으니까 큰 고비 앞에서 더 참아라. 어차피 군인으로 일생을 걸었으니이미 이 애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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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깨를 들썩이며 흐흐거리는 한인콘의 웃음소리는 마치 무슨흐느낌 같았다.
"여보게, 남 중령 직장이 이 근방인데 찾아가 보는 게 어떨까?"
"옹, 그거 좋지 오랜만에 그놈하고 한잔하고, 하아, 왕년의 남중령이 호텔 수위장이라니 참 잘 돌아가는 세상이다"
비틀거리며 몸을 일으킨 한인은 두 주먹으로 연달아 허공을갈겨댔다.
"이 사람아, 그래도 자넨 학병을 탈출해 광복군이 된 긍지라도있어. 학병 출신도 과히 달갑게 보지 않는 판에 난 여기서 끝나면그런 긍지도 없이 학병으로 빌빌댄 것만 남는다네."
정동진이 비척거리며 한인과 어깨동무를 했다.
술집에서와는 달리 그들은 밖으로 나오자 걸음걸이가 단정해졌다. 명동 거리는 여전히 밤을 거부하며 밝게 깨어 있었고, 비틀거리는 취객들이 그 거리의 자유를 보장하는 장식물로 등장해 있었다.
명동을 벗어난 그들은 퇴계로 한참 동안 말없이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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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 모든 변화의 주역은 눈앞의 구레나룻이었다.
겉보기에 가이거는 주먹패에 불과했다. 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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