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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 카레니나 1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19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연진희 옮김 / 민음사 / 2009년 9월
평점 :
‘안나 카레니나’를 읽고...
얼마 전 알쓸신잡에서 유시민 작가가 여러 인간군상의 이야기를 들어 볼 수 있는 훌륭한 작품이라는 추천에 언젠가 여유있는 때가 온다면 꼭 읽어보리라 했었다. 요사이는 안식년이라 2월인데도 뭔가 바쁜 마음이 없었다. 그래서 약 700여 페이지 * 3권으로 구성된 안나 카레리나를 읽기 시작했다.
3인친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많은 등장인물이 등장한다. 돌리, 스티바, 안나, 브론스키, 키티, 레빈 등등.... 그들 각자의 고민과 욕망이 드라마처럼 얽혀서 진행된다. 작은 챕터가 3~4장 정도로 길지 않아서 한 호흡으로 읽어내는 것이 편했다. 이들은 모두 동상이몽을 한다. 그리고 좌절하거나 환호한다. 이 순간순간 들었던 생각은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였다. 그 어떤 것도 고민의 근거가 될 수 있고 기쁨의 근거도 될 수 있었다.
등장인물 중 레빈이 나올 때부터 나는 톨스토이가 그를 자신의 분신처럼 그리고 있다고 느꼈다. 깊은 마음을 가지고는 있지만 표현에 서툴고 노동과 자연 그리고 사람에 대해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 그의 귀농(?) 생활에 나도 호기심이 들었다.
3권 중간쯤 안나가 죽고나서 나는 이야기가 어떻게 진행될까 궁금했는데 후반은 레빈의 깨우침 이야기가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그 이야기가 나에게는 기억에 남았다. 그래서 그 내용을 아래에 옮겨보려 한다.
‘그는 온종일 집사와 농부들과 이야기를 하면서, 그리고 집에서는 안내와 돌리와 조카들과 장인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레빈은 농사일 외에 이 무렵 그를 사로잡고 있던 오직 한 가지만을 생각하며 모든 것 속에서
‘나는 도대체 무엇인가?, 나는 어디에 있는가?, 무엇을 위해 여기에 있는가?’
라는 사신의 물음과의 연관성을 찾았다.’
‘나 그리고 수세기 전에 살았거나 현재 살고 있는 수백만의 사람들, 농부들, 마음이 가난한 자들, 그것에 대해 생각하고 글을 남기고 모호한 언어로 똑같은 말을 해온 현자드르 우리 모두가 이 한 가지, 즉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가, 무엇이 선한 것인가에 동의하고 있어. 나와 모든 사람은 확고하고 의심할 여지 없고 분명한 한 가지 지식만을 가지고 있어. 그리고 그 지식은 이성으로 설명될 수 없어, 그 지식은 이성을 초월해 있고 어떤 이유도 갖고 있지 않고 어떤 결과도 가질 수 없어.
만일 선이 이유를 갖고 있다면, 그것은 이미 선이 아니야. 만일 그것이 결과를, 즉 보상을 갖는다면, 그것 역시 선이 아니야. 따라서 선은 원인과 결과의 사슬을 초월해 있어.
그리고 난 그것을 알고 있어, 우리 모두 그것을 알아.
그런데도 난 기적을 찾았고 날 납득시킬만한 기적을 보지 못한 것을 안타까워했어. 그런데 여기에 기적이, 유일하게 존재할 수 있고 언제나 존재했던, 사방에서 날 에워싼 기적이 있어. 그것을 난 알아차리지 못했던 거야!’
장편을 오랜만에 읽으면서 느꼈던 만족감과 톨스토이의 생각이 나에게 여운으로 남았다. 다음에는 까라마조프의 형제들을 도전해 봐야지. 난 장편은 3권까지는 가능한 것 같다. ㅎ
레빈이 했던 생각중에 기억에 남는 구절이 있다.
" 한창 일을 하는 동안, 그에게는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까맣게 잊게 되고 갑자기 일이 쉬워지는 순간이 찾아들곤 했다. 바로 그 순간에는 그가 벤 줄이 치트가 벤 줄처럼 바르고 훌륭해졌다. 하지만 그가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기억해 내고 더 잘 해내려고 애쓰는 순간, 그는 노동의 힘겨움을 고스란히 느꼈고 줄도 삐뚤삐뚤해지고 말았다."
안나 카레니나2. p.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