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에콜로지스트 가이드 푸드 ㅣ 에콜로지스트 가이드 1
앤드류 웨이슬리 지음, 최윤희 옮김 / 가지출판사 / 2015년 3월
평점 :
절판
에콜로지스트 가이드 – 푸드-
앤드류 웨이슬리
이 책은 세계적인 환경잡지 <더 에콜로지스트>에 소개되었던 윤리적 소비에 대한 정리도서이다. 매일매일 우리가 피할 수 없는 ‘먹는다는 일’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런데 이 문제들은 알면 알수록 더 어렵게 느껴진다. 정말 마음 편하게 먹을 수 있는 것이 없다. 그렇다고 외면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닌데..... 그래서 그런가 이 책은 계속 읽으려다가 말고 읽으려다가 머뭇거리게 되기도 했었다.
먼저 과일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대규모 바나나 농장이나 망고 농장으로 인한 인권문제들 환경문제들이 구체적인 사례로 설명된다. 사실 과테말라나 페루에서 이런 농장을 지은 것은 그들을 위한 것이 아니다. 미국이나 서유럽 같은 나라들에서 소비가 증가함에 따라 경제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곳으로 여기가 선정된 것이라고나 할까? 결국 환경과 사람들에게 돌아오는 피해는 생산지에게만 오롯히 남겨진다. 그 내용을 모르는 소위 선진국 사람들은 싸고 많아진 외국 과일들을 즐기기만 할 뿐....
이 잡지의 기자도 나와 비슷한 생각이었는지 ‘소비자에게 해외에서 수입한 과일을 먹지 말고(혹은 덜 구입하고) 자국에서 제철에 생산된 것을 사먹으라고 잘려하는 운동이 가장 단순한 해답이 아닐까요?’라고 물어본다. 하지만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바나나링크라는 단체의 책임자인 재키 맥케이는 이렇게 대답한다.
“과연 단순한 답이 있을까요? 소비자가 어디에서 생산된 과일을 선택할지는 개인적인 문제입니다. 장기적으로 보면 열대 과일이 아닌 인근 지역에서 난 먹거리를 선택하는 것이 더 지속가능한 해답이겠지요. 그러나 모든 사람이 당장 내일부터 파인애플을 구입하지 않는다면 파인애플 수출무역에 의존해 살아가는 수많은 현지 노동자들에게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우리는 그 전에 그들 삶에서 수출무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도록 책임있게 지원해 주고, 한편으로는 각 지역 시장에 맞는 먹거리를 생산하는 데도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두 번째는 채소 이야기이다. 유럽도 여러 가지 인력 수급과 관련하여 현재 농업 생산 인력의 대부분이 타국에서 온 노동자들이라고 한다. 우리의 현실도 그와 크게 다르지 않은데 가속화 되고 있는 농촌인구의 고령화는 이 부분에 더 빠른 흐름을 가져올 것이 분명하다. 이 장에서는 ‘누가 우리의 식량을 수확하는가?’라는 질문을 한다. 이 질문에 대해 어떤 농장의 제품관리자는 이렇게 대답해 준다. 농업에 있어서 여전히 필요한 핵심 자원은 두 가지뿐이라고 말한다. 하나는 비옥한 토양이고 또 하나는 사업체를 운영하는 데 꼭 필요한 ‘사람’이다. 그는 사람이 없다면 결코 이 사업을 운영할 수 없다고 거듭 강조한다. “회사가 직원들을 보살피지 않는다면 노동력이라는 자원도 결국 고갈되고 말 것”이라고 말한다. 이 분은 불법 외국인 노동자를 값싸게 공급하던 유럽의 체계에 대해 말씀하시는 거였지만 나는 현재 우리나라 농촌에서의 농민에 대한 대우, 외국에서 오신 근로자들에 대한 대우가 생각났다. 물론 좋은 대우를 해주는 곳들도 많지만 인권이 보장되지 않는 일터에 대한 이야기도 듣곤 한다. 우리 농촌, 아니 우리 나라의 미래도 결국 사람의 문제와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이다.
세 번째는 육류 이야기였는데 우리에게는 낯선 사냥용 꿩이나 새들을 공장식으로 사육하고 사냥으로 잡아서 수렵육이라는 이름으로 둔갑시키는 이야기, 공장식 축산시설이야기, 그 축산으로 위해 과다하게 자행되는 제3세계 콩재배 이야기(유전자조작, 농약, 제초제, 대량생산), 연어 양식을 위해 남획되는 멸치이야기, 산양유와 우유에 대한 우리의 환상과 현실이야기 등이 자세히 서술되어 있었다. 이쯤 되면 이런 공간들은 농장이 아닌 공장이라는 생각이 든다. 효율성이라는 이름 아래 다른 어떤 것들도 고려되지 않는 너무나 근시안적인 현 인류의 모습이 참 안타깝다. 또 그 다양한 식재료에 대한 탐미로 그 대열에 내가 함께 해왔다는 사실이 너무나 미안하다. 소규모 낙농업으로 더 이상 미래를 꿈꾸지 못하는 분들이 안타깝다.
존이라는 이름의 농민은 말한다. “우리는 전 세계를 먹여 살리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다. 그저 우리 지역에 관심이 있을 뿐입니다.”라고. 그런데 결국 이런 움직임이 값싼 먹거리의 시대를 대항할 수 있는 힘이 아닐까?
다음 장은 토마토 가공이나 오렌지 과즙 농장의 노동자들의 열악한 근무여건과 임금, 계란 생산으로 위해 죽임을 당하는 수평아리들, 화학적인 것들을 첨가해야만 하는 공장생산 빵, 올리브유, 설탕, 후추, 커피(공정무역) 과열 생산에 따른 땅의 황폐화, 차 생산지의 인권유린, 농약이나 첨가물과 섞인 사과주와 와인 등 결국 돈 앞에서 무릎 꿇은 우리의 씁쓸한 모습들이 가득하다.
우리는 알고 먹어야 한다. 그리고 지금의 먹거리 지형이 변화해 나갈 수 있도록 계속 점검하고 함께 고민하며 실천해 나가야 할 것이다. 농업을 생략한 문명이란 있을 수 없는데 지금 우리는 너무 많이 생산하고 소비하면서 정말 지켜야 할 것들을 잊어버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