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에세이를 즐겨읽지 않는 편인데(이슬아 작가 에세이를 사놓고도 미루다 결국 아빠가 읽게 되었고, 아빠는 작가의 팬이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념적으로 에세이 자체는 좋아한다고 생각한다. (블로그 글처럼 가장 개인적인 고백에 가까운 형식이어서 그런 걸까)
아무튼 박완서 소설가를 시작으로 화가, 교수, 평론가, 요리사 등 다양한 직업군의 작가들이 자신들의 음식 이이기를 들려준다. 여기서 재미있는 것은, 대체로 앞쪽에 위치한 소설가들의 글들이 조금 더 오래 전에 써진 것들이라 그런지 음식 선정도 더욱 토속적인 것들이었다는 점이다.
팥죽, 묵밥, 메밀칼싹두기 등 부모님 세대가 즐겨 먹었을 법한 음식들에 대한 글들이 많았다. 반면 후반부로 갈수록 초콜릿, 바나나, 에스프레소, 아프리카 식문화 등 이국적인 음식들에 대한 글의 비중이 늘어갔다.
(작가들 간의 나이차이가 크게 나지는 않아보였는데, 아무래도 집필년도가 관건인 듯하다)
한편, 여성 작가의 글들일 경우 대부분 엄마/시어머니, 가족과 연관이 있었고, 남성 작가일 경우 조금 더 외부세계에 주목하는 측면이 있었다. 아무래도 여성들의 가사노동 시간이 과거(과거는 대체 어디까지가 과거인지? 일단 뭉툭하게 말하자면, 부모님 세대까지 포함한(부모님 세대는 또 어떤 세대인지? 넉넉잡아 80년대생 이전 정도?)시대 정도로 잡고 있다)에 훨씬 더 길었기 때문(긴 정도가 아니라 독박이었으니)이려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