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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랄리아 - 플루타르코스에게 배우는 지혜 한길그레이트북스 170
플루타르코스 지음, 윤진 옮김 / 한길사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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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비열전>으로 잘 알려진 그리스의 철학자 플루타르코스의 글들을 엮은 책이다. 책의 부제는 « 플루타르코스에게 배우는 지혜 »  이지만 당시 로마인, 그리스인, 스파르타인들의 생활상이나 사고 방식을 이해하는 데 더 탁월한 책이라고 느꼈다. 어딘가 엄숙하고 고지식해보이는 느낌을 주지만, « 사람 사는 거 다 똑같다 »는 걸 다시 한 번 느끼게 해준 책이었다.  

이하 카테고리는 내가 흥미롭게 읽은 지점이다.

1. 명예에 관해
 누군가 중요한 가치/우선순위를 물어볼 때 가장 빈번하게 나오는 리스트가 돈, 명예, 권력, 자유, 사랑 등이다. 행복은 잘 나오지 않는 듯한데, 이는 부차적인/결과적인 감정이어서 그런걸까?
이 책에서는 고대 그리스인, 로마인, 스파르타인, 스파르타 여성들의 사고방식을 대강 이해할 수 있다. 현대인들, 신분제가 폐지된 사회의 사람들에게 ‘명예’는 어쩐지 그리 와닿는 가치가 아니다. 오히려 앞서 언급했던 행복, 즐거움 아니면 정의, 인권, 기본적 권리 이런 것들이 명예보다 더욱 중요시되는 듯하다. 나 역시 ‘명예’라는 말을 들었을 때, 잘 와닿지 않았다. 대체 명예란 뭘까? 
명예는 명예훼손과 함께 현대에서는 가장 익숙하게 사용될 지도 모른다. 평판, 자긍심, 사회에서의 인정 이런 개념이라고 사전은 말하는데, 어쩐지 ‘평판’이라고 한다면, 남을 너무 신경쓰는 사람같이 느껴져 괜히 부끄럽기도 하다. 그러나 평판을 신경쓰지 않는 사람이 어딨겠는가? 
  

한편,

2. 교토화법의 근원을 찾아서…
 « 교토화법 »이라는 말이 있다. 일본의, 일본에서도 가장 겉과 속이 다른 동네라고 일컬어지는 교토에서 주로 사용하는 화법이라고 하는데, 쉽게 말해서 돌려까기화법이다. 나는 생각보다 이 화법이 익숙하고 흥미로웠는데, 이는 옛날 유럽 문학에서 꽤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돌려까기, 비꼬기 (그러나 한 번 의미를 우회하여) 간접적으로 말하는 방식은 두뇌(?)를 이용해야 하기 때문에(이는 레퍼런스-특히 인용과 하이푼을 남발하는 영미권 문학에서 자주 사용하는 방식인데, « 그리스문학이 보여주듯 »이라고 단순하게 표현하는 게 아니라 « 오이디푸스가 ~했을 때 » 식으로 구체적으로- 혹은 맥락을 아는 사람만이 이해할 수 있게 (더 풍부한 재미를 느끼드록) 하는 일종의 문화적 계급나누기로 볼 수 있다) 
여기에 익숙한  사람들, 주로 배운 사람들, 문화자본과 맥락에 대한 이해가 상대적으로 풍부한 귀족들이 주로 사용했던 것 같다. 그리고 이에 대한 뿌리 격인 책이 바로 모랄리아가 아니었을까. 읽으면서 많이 웃었다. 말투도 하나같이 훈계조다. (너는 못배워서 그러니? 이런 느낌의) 소크라테스가 별종이 아니었던 것이다.
한편, 한국에서는 안동, 충청도가 간접화법을 주로 사용한다고 하는데, 아무래도 양반들이 많이 사는 지역이어서 그런 걸까 싶기도 하다. 폐쇄적인 사회에서 이는 더 흔히 사용되는 것 같다. 이때, 폐쇄적인 사회는 외부집단과의 교류, 다양화의 가능성이 적은 집단을 가리킨다. 이유를 추려보자면, 1) 암살당할 일이 많기 때문에 - 영국과 일본은 섬나라여서 특히 그럴 것이다- 2) 직접적으로 표현할 경우 불이익이 있기 때문에 3) 아비투스 재생산 4) 더 적확하게 의도를 표현하기 위해 등이 아닐까. 어쨌든 직설적으로 말을 하지 못하는 환경에서, 혹은 간접적으로 말하는 게 미덕(신포도주의)인 사회에서 이런 화법이 발달했을 것이다. 
동시에, 문학적 표현, 시적 표현 역시 간접적/다르게 말하기의 종류 아니던가? 이를 보면 결국 인간은 어떻게든 자신의 의도를 온갖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관점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강한 욕구가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이게 명예와 분명 이어지는 지점일 터이다. 
오늘날 '밈적 사고하기'는 그렇다면 어떨까? 밈도 돌려 말하기 아니던가? 그러나 오히려 맥락을 공유하는 사람들에게는 경제성있게 상황을 포괄하는 역할을 한다. 동시에 맥락에 탈각하여 극단순화시키는 경향도 분명 존재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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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랄리아 - 플루타르코스에게 배우는 지혜 한길그레이트북스 170
플루타르코스 지음, 윤진 옮김 / 한길사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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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루타르코스의 글들을 엮은 책이다. 책의 부제는 ��플루타르코스에게 배우는 지혜�� 이지만 당시 로마인, 그리스인, 스파르타인들의 생활상이나 사고 방식을 이해하는 데 더 탁월한 책이라고 느꼈다. 어딘가 엄숙하고 고지식해보이는 느낌을 주지만, ��사람 사는 거 다 똑같다��는 걸 느끼게 해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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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릭
도메니코 스타르노네 지음, 김지우 옮김 / 한길사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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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릭>은 전성기가 지난 동화 삽화가 다니엘레가 손자 마리오를 잠시 맡게 되면서 벌어지는 과정을 다룬다.


책에서 동화에 나오는 ‘인자한’ 할아버지의 모습과 다니엘레의 모습은 사뭇 다르다. 그는 예술가의 영혼을 지녔고, 자존심이 세고, 자신이 시대에 이제 뒤쳐졌음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손자에 대한 애정은 있지만 자신의 커리어가 훨씬 중요하며, 거의 독신이나 다름 없는 태도를 보여준다. 

다시 말해, 그에게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그림이다. 그리고 이것은 그를 아집과 미련을 놓지 못하게 하는 유령으로 작동한다. 


그는 한때 꽤 유명한 삽화가였지만, 이제 어린 출판사 사장과 처음 본 손자에게조차 무시당한다. 동네 바텐더의 주인은 한때 자신에게도 그런 그림의 재능이 있었노라고 말한다. 이들은 다니엘레가 믿고 쌓아 온 굳건한 성을 흔들어 놓는다. 결국 비가 세차게 치는 날 베란다에 갇힌 다니엘레는 손자 마리오를 통해 현재 그의 모습 그대로를 받아들인다. 오히려 인정함으로써, 그는 훨씬 편안해진다. 


소설은 다니엘레의 일종의 제령작업을 보여준다. 그의 과거는 그림으로 뒤덮여 있었지만, 그의 현재와 미래는 그것만은 아니다. 답지 않게 조숙하며 가르치기를 좋아하는 총명한 손자 마리오를 통해 그의 세계는 역으로 확장된다. 그는 더이상 헨리 제임스 때문에 고통받지도, 나폴리라는 곳의 난폭함으로부터 자신이 얼마나 도망쳐왔는지를 증명할 필요도 없으며, 다가오는 재능넘치는 후배 화가들로부터 쫓길 필요도 없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특히그것만을 위해살아온 사람들에게 사실을 인정하기는 굉장히 괴롭다. 자기 인생 자체를, 마인드셋 자체를 통째로 뒤집어야 하니까. 오히려 젊은 시절 무언가를 시작하려고 발버둥 때보다도 힘들지도 모른다. 그러나 시간은 흐르고 사회는 변한다. 사람은 변할 없다고 하지만, 변화하는 세상에 힘주어 버티는 것은 오히려 불가능하다. 책을 통해 다니엘레의 마음에 공감하면서, 나의 미래도 동시에 떠올려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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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릭
도메니코 스타르노네 지음, 김지우 옮김 / 한길사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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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다니엘레의 일종의 제령작업을 보여준다. 그의 과거는 그림으로 뒤덮여 있었지만, 그의 현재와 미래는 그것만은 아니다. 답지 않게 조숙하며 가르치기를 좋아하는 총명한 손자 마리오를 통해 그의 세계는 역으로 확장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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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숭배론 한길그레이트북스 183
토머스 칼라일 지음, 박상익 옮김 / 한길사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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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숭배론>에서 다루는 ‘이상적 영웅’은 순전히 전사의 모습만 띄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정신적인 측면을 강조하며, 영웅이 되기 위해서는 범인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책은 시대에 따른 자신이 생각하는 영웅의 정의에 부합하는 위인들을 나열하며, 그들이 공통적으로 지니는 가치를 찬양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용기, 진실됨, 정의로움 등이 이런 영웅들이 가지는 미덕이다. 가변적이고 일시적인 속성을 띄는 외면보다는 영원하고 지속적인 내면의 미학을 작가는 강조한다. 빠르게 변화하는 우리 시대에 꼭 필요한 책이며, 영원한 가치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책을 읽으면서 반복적으로 든 생각은, 굉장히 유신론적 사고(정확히는 칼뱅주의)에 기반한 책이었다는 점이다. 작가는 영웅과 범인 각각의 위치에서의 역할의 중요성을 분명히 인지한다. 


흥미로웠던 것은 마호메트, 오딘 이교도의 대표격인 신들을 초기 영웅의 대표자로 불러들였다는 것인데, 읽으면서 굉장히 개신교도같다고 느꼈다. 먼저 무조건적으로 이교도라고 배격하는 것이 아니라나름의의의를 갖는다는 (물론 속내로는, 이들은진짜 아니지만 - ‘진짜’, 혹은진실 대해서 저자는 강조하는데, 어쨌거나 칼라일은 이들이 추종자가 있는 것은 소량이라도진실 함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역설한다), 그리고 방식이 어떤 면에서 가장 이들과 대비되는 공리주의자의 실용적인 면모를 띈다는 점에서 굉장히 칼뱅주의자 같았다. 소박함, 순진함, 진실과 용기 등의 가치를 중요시하는 역시 칼뱅주의자의 전형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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