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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고할미네 가마솥 ㅣ 이마주 창작동화
김기정 지음, 우지현 그림 / 이마주 / 2018년 1월
평점 :
나의 어릴적엔 마고할미 설화에 대해선 들어본적이 없는 것 같다. 기껏해야 삼신할미 정도일까. 허니에듀
북클럽을 통해 '우리집에 온 마고할미'책을 접하면서 마고할미 설화에 대해 알았다. 제주도에 대한 관심이 마고할미에 대한 책들을 더 나오게 하는
건지 우리에게 정말 마고할미같은 외할머니가 필요해서 소재가 되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너무나 매력적인 영웅 캐릭터 임에는 틀림없다.
나의 외할머니 댁은 경기도 연천 고문리다. 방학이면 찾아가서 꼴 베어다 소 여물도 주고, 옥수수도
따고, 여름이면 한탄강에서 멱도 감고, 우물물 길어오고, 군불을 때서 가마솥에 밥도 해 먹,고 화로에 밤도 구워먹었다. 당시에도 좋았지만 지금
생각해도 너무 좋았던 기억인데 우리 아이들에겐 이런 기억을 줄 수 없다. 우리 친정엄마는 서울에 사신다. 대전 사는 아이들에겐 서울 사는
외할머니도 좋지만 그래도 시골체험을 일상적으로 할 수 없고 체험 신청을 해야 할 수 있는 건 조금 안타까운 현실이다. 유난히 옥수수가 맛있었는데
여름내 그렇게 먹여 놓고도 우리집에 오실때면 옥수수를 쪄서 머리에 이고 오시고, 아빠 생신때면 하나 밖에 없는 사위 먹이신다고 찹쌀모찌를
만들어서 이고 오셨다. 지금은 치매가 와서 요양원에 계시는데 자주 찾아뵙지 못해서 너무 죄송스럽다.
외할머니 생각에 이야기가 옆으로 빠졌지만 '마고할미네 가마솥'은 해피앤딩임에도 너무 슬픈이야기다. 동화
속에서 너무나 생생한 요즘이야기를 접해서 가슴이 먹먹해 서평을 쓰기가 쉽지 않았다. 너무나 끔찍한 뉴스가 많아 뉴스도 안보는데, 여자 아이를
둘이나 키우는 엄마로서 더 슬픈 이야기이다.
'마고할미네 가마솥'은 여러가기 이야기를 떠올리게 한다. 해와 달 오누이 이야기, 잭과 콩나무의 덩굴,
마고할미 설화, 거기에 아동학대 이야기까지. 불우한 환경에 있는 아이들도 결국 우리 아이들과 같이 성장해서 같이 살아가게 될텐데 우리
아이들이라도 잘 보듬어 잘 키워야 겠지만 그것만이 내가 할 수 있는 일인지 생각이 많아진다.
아이 하나 키우는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고들 했는데, 요즘은 아파트, 빌라에서 살면서 옆집, 윗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고, 다른 사람일에는 관심도 없으니 나만 잘 살고 내 아이만 잘 키운다고 될 일은 아닌 것 같은데
독서 감상문이 아닌 서평을 쓰고 싶은데 워낙 마음이 무겁다 보니 서론이 길어졌다
천재지변으로 하루 아침에 부모님과 동생을 잃고, 자선사업가란 허울 좋은 탈을 쓴 도기씨 부부에게 맡겨져
하루하루 말라가던 유진,교진 남매에게 나타난 난쟁이 덕구 아저씨, 그 아저씨가 준 씨앗으로 극적으로 탈출해 마고할미에게 가 때국물도 빼고 흰죽도
먹지만 그곳까지 끈질기게 쫓아온 호랑이 같은 도기씨 부부의 등장으로 다시 덜덜 떨고, 마고할미와 덕수 아저씨의 활약으로 곰탕도 먹고 행복하게
살았다는 이야기인데 그러기엔 제목의 가마솥의 활약이 너무 아쉽다. 곰탕에 들어있는 코, 발, 손 모양도 웬지 괴기스럽고, 해피앤딩이긴 한테 뭐가
찜찜한 해피엔딩이랄까. 그나마 마고할미가 도기씨 부부를 향해 시원스레 해대는 욕설이 막힌 속을 조금 뚫어주는 것 같다.
유진이에게 관심을 주고 도움을 주려고 했던 선생님이 아이들 앞에서 머리채를 잡히고 병원에 입원해서
학교에 나오지 못했다는 대목에선 땅에 떨어진 교권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한다.
차례가 무척 특이한 책이다. 그림으로 표현했는데 처음엔 무슨 암호 같았다. 보면 볼수록 삽화와 내용이
더 쏙 들어온다
너무 재미있었다고 덮기에는 너무 마음이 무거운 책이다.
니들한티는 할미가 있능겨. 마고할미 말이여!
아주 힘이세고 못한는 게 없는 그런 분이지.
네가 힘들 땐 짠! 하고 나타나서 도와주실 거여.
그러니까 아무 걱정하지 마렴.
우리 모두에겐 외할머니같은 마고할미가 필요하다. 그런 마고할미가 있는 유진이와 교진이가 부러울
따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