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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 마신 소녀 - 2017년 뉴베리 수상작
켈리 반힐 지음, 홍한별 옮김 / 양철북 / 2017년 7월
평점 :
그림이 없는 400쪽짜리 판타지소설이라는 얘길 듣고 표지를 봤을 땐 재미있을 것 같고 어떻게 전개될지 궁금했다 책을 읽으면서는 판타지 영화들이 떠오르기도 했다 다 읽고 나니 에런 베커의 '머나먼 여행'이 생각났다 글은 없고 그림만 있는 무궁무진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는 책
달빛마신 소녀를 영화로 만들어도 재미있을 것 같다 단 책을 먼저 읽고 영화를 봐야 영화의 이미지에 갇히는 우를 범하지 않을 꺼다 판타지 소설을 그리 좋아하는 편은 아니라 많이 보진 않았지만, 해리포터나 반지의 제왕은 영화로 접했던터라 글럭은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나무 정령의 모습으로 우리의 주인공 루나는 말괄량이 삐삐와 헤르미온느를 섞어 놓은 듯한 이미지로 다가왔다 물론 아이들은 또 다른 모습으로 상상의 나래를 펴나가겠지
중반부를 넘어서면 내용이 궁금해서 도저히 책을 덮을 수가 없다 처음 책을 읽었을 때도 두번째 읽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머릿속에 캐릭터들의 이미지가 만들어지고 배경이 들어서고 나니 스토리가 빠른 속도를 내며 나아갔다 정말 마법처럼
달빛마신 소녀에서는 종이의 위력이 대단하다 모든 마법이 종이에서 나온 것 같다 '종이. 잰은 생각했다. 내 삶은 종이로 만들어 졌어. 종이 새, 종이 지도, 종이 책, 종이 일기, 종이 단어와 종이 생각. 모든게 옅어지고 찢어지고 구겨져서 무로 돌아가지.'
미친 여자의 마법도 종이로 이뤄진다
항상 번역된 소설이나 동화를 읽을 땐 번역자를 보게 되는데 물론 캘리 반힐이 멋진 이야기를 써서 상을 받았겠지만 홍한별씨의 멋진 번역이 없었다면 이렇게 몰입해서 책을 읽을 수 있었을까 생각하면서 원서에는 어떻게 적혀있었을까 궁금한 부분이 꽤 있었다
500년을 산 늙은 마녀 잰이 실수로 달빛을 먹여 키우게 된 아이 루나. 그 아이의 마법이 열려 과거를 돌아보며 하는 '너를 알아서 행복했고, 너를 안 것을 한탄했고, 같이 보낸 세월 날마다 나도 모르게 너 때문에 웃었다.'라는 대목은 서척석의 '그림책으로 읽는 아이들 마음'의 한대목을 떠올리게 했다. '결국 육아란 버티는 것이다. 이 시간을 버텨내는 것이다. 부모도 한계가 있다. 그 한계 속에서 최대한 인간적으로 어른스럽게 아이를 대하는 것이다. 매 순간 살아있음을 느끼는 날것의 시간이다. 이 시간은 지나갈 것이다. 귀여운 '내 강아지'는 더 이상 없다. 인생에서 좋은 것은 왜 같이 오지 않을까? 그것이야 말로 우리가 견뎌야 할 삶의 아이러니다' 육아서에서 봄직한 구절을 판타지 소설에서도 봤다
또 너무나 철학적인 책이다 마법조차도 슬픔이나 죽음 앞에서는 무용지물이되는 판타지 소설. 마치 한 편의 인생드라마를 본 것도 같다 인간의 탄생부터 죽음, 희노애락, 더 나아가 지구의 탄생부터 화산 폭발로 인한 재탄생까지 모든 것은 습지에서 시작되고 습지로 돌아간다
슬픔을 대하는 자세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됐다 '슬픔은 위험해' 이 책에서 많이 나오는 말이다 슬픔 포식자에 대한 암시이면서 슬픔을 대하는 자세에 대한 이야기다 무조건 억누르고 참고 잊어버린다고 없어지거나 끝나는 것이 아니라 맘껏 슬퍼하고 극복해 내면 그 자리에 다시 희망이 채워진다는 메시지가 아닐까?
이 책이 고전이 될거라고 쓴 리뷰가 있었는데 전적으로 공감한다 나이와 경험에 비례해 느끼는 바가 크게 다를 꺼라 생각한다 재미와 감동, 생각까지 모두 담은 판타지 소설 정말 강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