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다란 정원
질 클레망 지음, 뱅상 그라베 그림, 김주경 옮김 / 이마주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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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책이 정말 커요. 예쁜 꽃 액자 같기도 하네요.

제본도 특이하고 무엇보다 쫙쫙 펴지는 게 너무 좋은 책이네요.

정원사가 정말 많이 나오는데 다양한 정원사 모습에 나도 모르게 ‘윌리를 찾아라’처럼 같은 모습 다른 모습 찾아보고 있네요. 눈도 없는데 고개 각도에 따라 쳐다보고 있는 모습이 참 신기하네요.

 

5월 정원

최초의 정원은 과일과 채소가 가득한 밭이고, 최초의 정원사는 농부예요.

어느 계절에 어떤 씨앗을 심을까 정원사는 자신의 달력을 만들어가며

두 눈은 언제나 하늘을 향하고, 두 손은 언제나 흙투성이예요.

알록달록 다양한 씨앗에서 시작되는 책이예요.

 

6월 열매

정원사는 정원을 정성껏 돌봐요. 정성껏 돌본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요?

그건 자연에서 늘 일어나는 일과 우연히 일어나는 일을 날마다 배우고 깨닫고 이해하고 받아들인다는 뜻이에요.

아이를 키우는 것도 정성을 들인다는 것이겠지요. 하나의 인격으로 받아들이고 정성만 다해야 하는데 항상 욕심이 들어가네요.

 

 

7월 흙

땅속은 비밀스러운 신비의 세계랍니다.

뿌리들이 얼마나 예쁜지 생명력이 절로 느껴지네요.

 

8월 꽃밭

개미나 토끼 등 작은 동물들처럼 꽃밭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다 이해할 수는 없지만 식물들의 삶은 정원사의 마음을 완전히 빼앗아 버릴 만큼 흥미진진한 이야기들로 가득해요.

흙 속보다 덜 화려한 꽃밭이네요.

 

 

9월 재주꾼

정원사는 뭐든지 될 수 있지만 정원은 정원사만 가꿀 수 있다는 얘기가 참 재미있네요.

자연을 우주를 더 잘 이해하는 사람이라는 뜻일까요?

 

 

 

10월 버섯

땅 속처럼 버섯도 너무 화려해요. 뭐든 될 수 있는 정원사들의 상상력이 한껏 발휘되어 있네요. 초가을 비가 땅을 촉촉이 적시기 시작할 즈음의 단 며칠만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일 년 중 대부분은 오래된 나무나 양분이 충분한 땅속에서 아주 조용하게 살아가는 버섯의 화려한 변신이네요.

 

11월 휴식

겨울에는 모든 게 침묵하는 것 같지만, 실은 생명의 소리로 가득하지요.

그리고 정원사들은 미뤄두었던 일들을 합니다. 이것이 귀농생활의 묘미일까요?

 

12월 준비

정원사에게 겨울은 멋진 방학이에요.

겨울은 새하얀 눈 외투와 바스락거리는 외투를 두른 채 잠든 척하는 거대한 동물 같아요.

멋진 그림만큼이나 멋진 표현도 많은 책이예요.

은유적인 표현들이 마음에 드네요.

 

1월 바다 정원

만년설과 빙하가 녹아 물이 된다면요?

바다의 신 포세이돈부터 펭귄, 기름 유출까지, 자연과 환경을 생각하는 마음이 듬뿍 담겨있는 그림이예요.

바다에도 정원사가 있어요. 그들은 물고기와 굴, 미역을 기르지요. 하지만 이건 시작에 불과해요. 넘실대는 파도 마을의 정원사라면 이제 노를 저을 줄 알아야 해요.

우린 어디를 향해 노를 저어 나아가야 할까요?

 

2월 곤충들

정원사는 천천히 공중을 날면서 정성껏 가꾼 정원의 모습을 하늘에서 내려다보고 싶을 거예요. 나비처럼 조용하게, 벌처럼 날렵하게, 잠자리처럼 경쾌하게요.

어쩌면 장수풍뎅이와 사슴벌레, 딱정벌레의 딱딱한 껍질을 갖고 싶을지도 모르지요.

강한 햇볕과 억센 잡초에 피부가 상하지 않으려면 항상 긴 장화와 모자, 장갑을 챙겨야 하거든요.

조금만 더 곤충들과 친했다면 흙과 함께 호흡하는 삶도 괜찮을 듯한데 작은 곤충들이 큰 사람을 더 무서워하겠지만 친해질 수 없는 생명들이네요. 그래도 그림은 너무나 멋져요.

 

3월 부활

봄에 동물들은 짝짓기를 하고 알을 낳고, 정원사는 정원에서 부활절 달걀 찾기 놀이를 준비해요. 밟고 파헤치고 뒤지고 들여다보는 보물찾기는 땅에 봄이 왔음을 알리지요.

봄을 맞아 땅을 정비하는 정원사는 부활절 달걀을 찾는 것처럼 설레고 즐거운가봐요.

봄은 곤충이나 동물들에게도 그런 계절이겠지요.

 

4월 꽃

열매를 키우고 채소를 가꾸는 정원사는 별과 달과 해의 움직임을 따라가요.

꽃들도 모두 별과 달과 태양의 움직임을 따라 피고 지니까요.

또 꽃들이 지고나면 탐스러운 열매가 조롱조롱 맺히니까요.

자꾸 향기가 날 것 같아 만져보고 싶은 그림이예요.

코로나 때문에 집에만 있어서 답답했던 마음도 어루만져주는 그림들이네요.

처음엔 글하고 그림이 조금 동 떨어진 듯이 보였는데,

글은 글대로 그림은 그림대로 보면 볼수록 멋져요. 보면 볼수록 의미도 그림도 새롭네요.

계절마다 다시 펴보고 싶은 책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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