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뻐꾸기다 일공일삼 52
김혜연 지음, 장연주 그림 / 비룡소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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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속 인물들의 환경은 엄청 비관적이지만 인물들의 성격은 긍정적이다. 때문에 작품이 전체적으로 힘이 있고 밝은 기조를 바탕에 깔고 있다.  

 동재는 자신의 아픔에 짓눌리지 않고 무난히 감당해 낸다. 어찌 보면 아픔의 무게에 눌려 삶을 비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데 동재의 정신건강은 아주 양호하다. 보통의 작품에서는 동재 같은 환경의 인물은 자신의 아픔에 헤어나지 못하고 그보다 더한 무게를 가해 비관적이고 부정적인 성격의 소유자로 소개되지만 이 작품은 그렇지 않다.  

동재와 902호 아저씨, 유희의 성격 때문에 작품 전체가 씩씩하고 힘이 흐른다는 게 감지된다. 그렇다고 해서 동재나 902호 아저씨의 아픔이 느껴지지 않은 것은 아니다. 밝은 톤으로 이야기를 꾸려가지만 인물들의 상처를 충분히 드러내고 있다. 이점이 이 작가의 장점으로 보인다. 
 

자신에게 주어진 삶의 무게를 덜어내기 위해 인물들은 친구를 갖게 된다. 무게를 더는 데는 혼자보다 둘이 더 낫지 않겠는가. 동재와 902호 아저씨는 세대 차이를 넘어 끈끈한 우정을 틔워간다. 이처럼 우정을 틔울 수 있는 데는 전제조건들이 있다. 인간을 따뜻하게 볼 수 있는 마음과 시선, 그리고 남을 믿을 수 있는 인간에 대한 믿음이다. 
 

이 작품에서는 그것들이 아주 자연스럽게 소개되고 있다. 902호 아저씨는 동재의 부끄러운 사건을 동재에게 부담주지 않고 해결해 준다. 그리고 동재는 자신의 부끄러운 치부(엄마한테 버려져 외삼촌 집에 산다는 것)를 아저씨에게 털어놓는다. 동재의 고백은 아저씨를 믿는다는 조건 내에서 가능한 행동이다. 이와 같은 것들이 바탕에 깔려 있기 때문에 작품이 터덕거리지 않고 물 흐르듯 매끄럽게 전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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