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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의 그림책 - 우리는 그림책을 함께 읽는다
황유진 지음 / 메멘토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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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 자체가 중요하다기보다,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멈추어 머뭇거리게 하는 질문의 힘이 중요하다. 이런 머뭇거림이야말로 삶에 의미와 여백, 쉼표를 부여한다. 또 이런 질문들이야말로 진짜 사람의 가슴을 뛰게 하고 피를 돌게 하는 것이다. 매번 확인하고 캐물으며 당장 답을 내놓으라 윽박지르는 질문이 아니라, 나의 과거 와 현재와 미래를 놓고 온 힘을 다해 답을 구해야 하는 질문 말이다.
이 시의 제목인 ‘첫 번째 질문은 인생에서 무엇보다 먼저 물어야 하는 그래서 지금 이 순간 가장 중요한 질문이라는 뜻일 것이다. 이 질문에 답을 구하기 위해 머뭇거릴 때, 우리는 비로소 진심을 다해 살아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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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 파랑새 그림책 93
마거릿 와일드 글, 론 브룩스 그림, 강도은 옮김 / 파랑새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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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마주보고 그림책>독서토론 첫 시간에 함께 읽고 토론을 했던 책이다. 예전에 한 번 읽어본 기억이 나는데 그때는 아무 생각이 없었다. "이런 책도 있네.” 그 정도의 느낌. 어제 책이 배송되어 혼자 소리 내어 읽었다. 어둡고 무겁고 “어, 결말이 이게 뭐야?” 다 읽고 나서 "작가는 무슨 얘길 하고 싶은 거지?” 앞표지 노란 딱지 안에는 상복 터진 책을 자랑하고 있었는데 난 도대체 뭘 느껴야 하는 건지 고민하게 되었다. 단지 착한 개, 까질한 까치, 못된 여우 내가 찾은 거라고는 거기까지였다.

아침에 일어나 다시 책에 대해 생각해 보고 책 읽어주는 어머니로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읽어줄 만한 그림책은 아닌 거 같았다. 숭례문학당까지 오는 버스 안에서 계속 [여우]에 대해 생각했다. 도착하고 선생님이 건네주시는 논제를 훑어보고 또 책을 생각했다. 사람들이 모이고 서로 인사를 하고 선생님께서 천천히 책을 읽기 시작했다. 내가 읽을 때는 글만 거의 보며 읽었는데 읽어주는 목소리에 귀는 집중하고 눈은 글을 보지 않고 그림에 집중하며 그림 속에서 작가가 하고 싶은 말들을 찾아갔다.

거센 불길에 날개를 다쳐 날 수 없게 된 까치의 마음, 그 아픔을 알고 있는 듯 그저 동굴 밖에서 오랜 시간 기다리는 개, 분노와 질투와 외로움에 갇혀있는 공허한 여우의 눈빛이 강렬한 인상을 주었다. 인생 가운데 상처를 받고 힘들어하는 이와 이미 그 상처를 지나 성숙해져 있는 이, 상처를 치유받지 못하고 가슴에 묻어두고 또 다른 이에게 계속 상처를 주는 이들의 모습이 보였다. 큰불로 새카맣게 타버린 숲의 붉은 빛깔은 여우를 표현하는 색이기도 하고 여우의 분노와 외로움의 색이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한 사람이 완성한 것 같은 착각이 들 만큼 글 작가와 그림 작가의 완벽한 협업이 독토 내내 느껴졌고, 마지막에 어? 하고 의문을 자아내게 했던 끝맺음은 독자의 해석에 맡겨 두었다는 것에 깊은 감탄이 나왔다. 앞과 뒤의 면지까지 그림의 일부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자세히 관찰하지 않으면 쉽게 눈에 들어오지 않는 페이지. 그 안에 숨어 있는 메세지를 찾았을 때 나는 다시한번 작가의 섬세함에 놀랐다.

좋은 사람, 나쁜 사람으로 구성되었던 권선징악의 울타리를 허물고 있는 요즘의 그림책들은 상처받은 인간들이 있을 뿐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니라는 것에 공감이 갔다. 독토에 참가한 모두가 그림책 여행에 흠뻑 빠져있는 모습에 기쁨도 배가 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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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아이 콩닥콩닥 1
트루디 루드위그 글, 패트리스 바톤 그림, 천미나 옮김 / 책과콩나무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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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사회는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 힘없는 누군가를 외면 할때가 있는것 같다.
어른들의 세계의 축소판으로 살아가는 우리 아이들도 그리 살아가는 안타까운 마음을 잘 표현해 놓은것 같다.
작가의 따뜻한 그림 스타일, 케릭터들의 행동과 표정이 사랑스러운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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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엉이와 보름달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69
제인 욜런 지음, 존 쉰헤르 그림 / 시공주니어 / 199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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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을 만드는 작가라면 꼭 한 번은 필사를 해야 한다는 책.

이번이 세 번째 필사지만

난 이 책에 대한 매력을 느끼지 못했었다.

잔잔하다.

하지만 한 번하고, 두 번하고,

조금씩 느낌이 달라진다.

 

 

 

추운 겨울밤이었습니다.

잠잘 시간도 한참 지난 밤중에

아빠하고 나는 부엉이 구경을 나갔습니다.

바람은 불지 않았고,

나무도 거대한 동상처럼

가만히 서 있었습니다.

달빛이 밝아

하늘도 환하게 빛났습니다.

저 뒤쪽 어딘가에서

길고 나지막하게

기적 소리가 들려 왔습니다.

슬플, 슬픈 노래 같았습니다.

아빠는 내 귀가

다 덮이도록

털모자를 씌워 주었지만

나는 들을 수 있었습니다.

농장의 개 한 마리가

기적 소리에 맞춰 짖었습니다.

다른 개들도 따라 짖었습니다.

기차와 개들은

그렇게 오랫동안

함께 노래했습니다.

기적 소리도 컹컹 소리도

잦아들고,

꿈 속처럼 고요해졌습니다.

아빠하고 나는

숲으로 다가갔습니다.

뽀드득, 뽀드득,

눈을 밟아갈 때에

조그만 회색 발자국이

우리 뒤를 따라왔습니다.

아빠는 그림자가 길었습니다.

내 그림자는 짧고 동그랬습니다.

가끔씩 나는

아빠를 놓치지 않으려고

뛰어가야 했습니다.

그러면 내 짧고 동그란 그림자도

내 뒤에서 뛰어왔습니다.

그렇지만 한 번도 아빠를

소리쳐 부르지 않았습니다.

부엉이 구경을 나가면

조용히 해야 한단다.

아빠는 늘 그렇게 말했거든요.

아빠와 부엉이 구경 나오기를

얼마나, 얼마나 오랫동안

기다렸는지 모릅니다.

우리는

시커먼 소나무들이 뾰족뾰족

하늘을 찌를 듯이 서 있는 곳에

다다랐습니다.

아빠가 손을 들었습니다.

나는 그 자리에 멈춰 서서,

가만히 기다렸습니다.

아빠를 하늘을 올려다보았습니다.

별자리를 찾는 것 같았습니다.

하늘의 지도를 읽는 것 같았습니다.

달빛이 아빠 얼굴에

은빛 가면을 씌웠습니다.

아빠는 소리내어 불렀습니다.

"부우우우우우엉-부우우우우우엉"

큰뿔부엉이 소리 같았습니다.

"부우우우우우엉-부우우우우우엉"

아빠는 다시 불렀습니다.

한 번, 또 한 번,

한 번씩 부르고 나서는

조용히 기다렸습니다.

우리는 잠시 귀기울여 들었습니다.

하지만 아무 대답도 없었습니다.

아빠는 어깨를 으쓱했습니다.

나도 어깨를 으쓱했습니다.

나는 실망하지 않았습니다.

오빠들이 그랬거든요.

부엉이를 본 날도 있었고

부엉이를 못 본 날도 있었어.

우리는 계속 걸어갔습니다.

몹시 추웠습니다.

누군가

얼음 손으로

내 등을 쓸어 내리는 것 같았습니다.

코랑 볼은

얼어서

화끈거렸습니다.

그래도 나는 한 마디도 하지 않았습니다.

부엉이 구경을 나가면

조용히 해야 되거든요.

자기 몸은 자기가 알아서 따뜻하게 해야 되거든요.

이윽고 우리는

컴컴한 숲 속 하얀 빈터에 이르렀습니다.

보름달이 우리 머리 위로 높이 떠 있었습니다.

달빛은

빈터 한가운데로

고스란히 쏟아졌습니다.

달빛 아래서 눈은

아침마다 먹는

우유보다 더 하앴습니다.

나는 숨을 폭 내쉬었습니다.

그 소리에

아빠가 손을 들었습니다.

나는 털목도리를,

입을,

벙어리 장갑으로 눌러 막았습니다.

그리고 귀기울여 들었습니다.

아빠는 소리내어 불렀습니다.

"부우우우우우엉-부우우우우우엉.

부우우우우우엉-부우우우우우엉"

나는 열심히 귀기울여 들었습니다.

그리고 열심히 살펴보았습니다.

너무 추워서

귀는 떨어져 나가는 것 같았고

앞도 잘 보이지 않았습니다.

아빠는 다시 부르려고

고래를 들었습니다.

하지만 아빠가

미처 부르기도 전에

메아리가

나무들 사이를

느릿느릿 지나왔습니다.

"부우우우우우엉-부우우우우우엉"

아빠는 보일 듯 말 듯 미소를 지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소리쳤습니다.

"부우우우우우엉-부우우우우우엉"

저녁은 먹었니,

오늘 숲에는 별일 없니,

보름달이 아름답지 않니,

날씨가 참 춥구나.

아빠하고 부엉이는

이런 이야기를 나누는 것 같았습니다.

입에서

벙어리 장갑을 뗐습니다.

그리고 보일 듯 말 듯 미소를 지었습니다.

목초지 끄트머리

나무 꼭대기에서 들리던

부엉이 소리가 가까워졌습니다.

목초지에서 아무것도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그 때에 갑자기

부엉이 그림자 하나가

커다란 나무 그림자에서 떨어져 나가

하늘로 솟아 오르더니

우리 머리위로 날아 갔습니다.

우리는 말없이 지켜보았습니다.

입안에 열기가 가득히 담겨서

할말이 가득히 열기가 되어서

우리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부엉이 그림자가 다시 부엉부엉 울었습니다.

부엉이가

나뭇 가지에 내려 앉자

아빠는

커다란 손전등으로

부엉이를 비추었습니다.

일 분,

삼 분,

어쪄면 백 분이었는지도 모릅니다.

부엉이와 우리는 서로 바라보았습니다.

그러다가 부엉이가

커다랗게 날개짓을 하더니

나뭇가지에서 솟아올라

숲으로 날아갔습니다.

소리없는 그림자 같았습니다.

"이제 집에 가야지?"

아빠가 말했습니다.

이제는 말을 해도 되고

크게 웃어도 된다는 건 알았습니다.

하지만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나는

소리없는 그림자가 되었습니다.

부엉이 구경을 가서는

말할 필요도

따뜻할 필요도 없단다.

소망 말고는 어떤것도 필요가 없단다.

아빠는 늘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렇게 눈부신

부엉이와 보름달 아래를,

침묵하는 날개에 실려

날아가는

소망 말이에요.

 

하얀 눈과

추운 새벽의 공기와 달빛,

그리고 부엉이 울음소리

전해져 오는 듯 하다.

또 한 번 내 눈과 손을 통해 부엉이를 보고 나니

이 책이 참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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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졌거나 알려지지 않은 공주백과사전
필립 르쉐르메이에르 지음, 김희정 옮김, 레베카 도트르메르 그림 / 청어람미디어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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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볼 수 있는 예쁘고 사랑스러운 공주들에 얘기가 아니라.

그래 공주도 사람인데 조금 이상한 케릭터들도 있을 수 있겠다.

생각에서 출발해 글을 쓴 거 같다.

공주를 좋아하는 연령대가 유치원 아이들이라고 한다면

각각의 공주 케릭터를 찾아낸 아이디어는 좋았지만,

책 속의 글밥이 너무 많아 읽어 주는 사람도 지치고,

그닥 재미있는 내용의 글은 아니었다.

그냥 아이들에게 왕수다 공주, 샬랄라 공주, 뿌루퉁 공주, 정글 공주... 공주들의 이름을 알려주고

그림책에서 묘사된 케릭터들의 재미있는 표현을 보여줄 뿐 더 읽을거리가 없게 만드는 책인듯 싶다.

한가지 더 많이 아쉬운 것은

중국의 공주라고 하면서 기모노를 입고 있는 케릭터를 그리는것은 너무한것 같다.

아무리 내가 좋아하는 그림 작가 레베카지만, 이런 실수는 하면 안되는거 아닌가?

그런것들 때문이겠지...

어린이 도서관에도 없고

그리 유명한 책이 되지 못하는건 이유가 있는것이다.

또또 공주(그림과 이름이 별로 안어울리지만...ㅡ.ㅡ;;)와 깜빡 공주는

내가 이 그림책을 선택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보여준다.

이렇게 그림을 표현할 수 있는 작가가 많겠느냐 하는 것^^;;


그림만 본다면 당연 추천추천....

난 일러스트레이터니까 글 빼고 최고라고 말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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