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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주명리학 다이제스트
설강독조 지음 / 다르마북스 / 2022년 6월
평점 :
“시작은 개인의 운명을 정확히 파악하는 명리학이 될 것이며,
이 책은 명리학을 체계적으로 꿰뚫어 볼 수 있는
조그마한 통찰력이라도 생겼으면 하는 바람에서 만들어졌다.”(7쪽)
사주팔자는 운명을 파악하는 8개의 글자이다. 고작 8개지만 이 안에는 엄청난 우주가 있다. 이 우주를 한 권의 책으로 다 논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인간의 삶은 복잡다단하고, 예측하지 못한 상황에 맞닥뜨려야하며, 매 순간마다 선택을 해야 한다. 이 선택이 얼마나 현명했는지에 대한 결과는 반드시 그 이후에야 알 수 있다는 데에 애로가 있다. 그저, 하나 더하기 하나는 둘이라는 단순하고 명쾌한 규칙의 답을 미리 알 수 없는 것이 삶이다. 좀 더 올바른 선택으로 더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 또는 미래를 미리 계획해 보기 위해 알아보기 시작한 것이 명리학이었다.
설강독조의 <사주명리학 다이제스트>는 삶의 통찰력이 잘 스며있는 명리학 도서다. 제목에서 책 한 권으로 사주명리를 다 풀 수 없었을 저자의 고민이 느껴졌다. 또한 독자의 수준을 어떻게 정해야 할지도 고민이 깊었을 것이라 생각된다. 결국은 ‘통찰력’이라는 기준으로 사주를 인생을 이야기하듯 펼쳐 나갔다. 명리학에 대한 중요한 내용이 많고, 삶에 대한 넓이와 깊이가 녹아 있다. 그래서 이 책은 술술 읽혀지는 부분도 있지만, 완독하는 데에 시간이 많이 걸린다.
사주를 아는 재료가 되는 자의, 육친, 포태, 신살 부분은 글자가 가지고 있는 의미와 특성을 알려준다. 이 재료를 활용하는 방법으로는 궁성론, 짝론, 유무론 등의 8가지 관점을 설명하고 있는데 이 부분에서는 다른 책에서는 볼 수 없었던 내용이 있는 것이 흥미로웠다. 그리고 이 재료를 바탕으로 결과를 예측해보는 학업운, 부모운, 직업운, 애정운 등의 8가지 해석에서는 사주 일부를 예로 들어 좀 더 실제적으로 볼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 그 외 사주를 통한 삶의 흐름에 대한 저자의 생각이 녹아 있는 부분을 마무리로 하고 있다. 이 많은 범위의 내용을 한 권에 녹아내는 데에는 분명 한계가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옹골지다. 다만, 이 책에서 아쉬운 점이 있긴 하다. 도표는 분명 중요한 내용일 텐데 너무 작아서 보기 힘들고 활자도 선명하지 않다. 물론 다른 자료에는 더 크게 나와 있는 부분을 참고 해도 되겠지만 말이다.
사주학을 공부하면서 운명을 좀더 명확하게 안다거나
불운을 회피하는 방법을 찾는 것보다는,
어떤 운명이 닥치더라도 감내하고 승화시키는
여유로운 태도를 배양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다.
채근담에 나오는 격언처럼 삼 할의 여유를 가진다면
하늘도 나를 어찌하지 못하는 법이다. 188쪽
이 책은 쉽지 않다. 어려워서가 아니라 곱씹어 봐야 할 게 많아서다. 사주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꼭 가지고 있어야 할 것이다. 이 책에 담겨 있는 내용을 공부하려면 얼마나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어가는지 아는 사람은 알 것이다. 이 책을 쓴 사람은 얼마나 많은 공부를 했을지도 가늠조차 되지 않는다. 그래서 이 책은 반드시 소장하고 읽고 또 읽어야 한다. 나도 1번 읽었을 때는 이 책의 가치를 잘 인지하지 못했다. 그 이유는 내가 인내심이 없고 조급했으며 무지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이번에 다시 읽었을 때에는 좀 더 다르게 다가왔다. 처음 읽었을 때보다 재미있었고 조금은 수월하게 읽을 수 있었다. 이건 내가 공부를 그동안 많이 해서가 아니라, 조급함을 버리고 읽었기 때문이었다. 그랬더니 보이지 않았던 내용도 보이고, 몰랐던 부분도 이해되기도 했다. 여전히 모르는 것은 있지만 난 또 책을 주문했다. <사주명리학 프랙티스>를.
명리학으로 운명만 알게 아니라
마음과 영혼을 깨닫는 성릭학으로 넘어가서
운명을 넘어서는 길로 나아가야 한다는 말이다. 214쪽
사주명리학과 인문학을 같이 논할 수 있는 것은 통찰력에 있다. 이 책의 저자는 이런 점에서 다른 명리학 선생님과 차이가 있다. 10년, 20년 넘게 공부한 내용을 책을 내주시는 다른 명리학 선생님들께도 깊은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보낸다.
수행을 접고 이제는 세속으로 내려와야 한다는 말이다.
내려와서 뭘 하느냐?
후학을 키워야 하고, 봉사해야 한다.
깨친 바를 나누고 생활 속에서 실천하는 삶이 기다리고 있다. 207쪽
위의 마지막 말처럼 저자는 본인의 블로그에 명리학 강의 내용, 영화, 게다가 <사주명리학 다이제스트>를 교재로 한 강의를 무상으로 하고 계신다. 말을 실천하고 계시는 모습이 아름답다.